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1문의4 1)
사례
[기초적 사실관계]
甲은 乙로부터 전기자동차 50대를 공급받기로 하는 도급계약을 체결하였다. 乙은 위 자동차 제작을 위해 丙으로부터 전자브레이크 및 모터를 납품받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甲은 乙로부터 전기자동차 30대를 인도받았는데, 위 자동차 중 15대의 자동차에서 고주파 소음이 발생하였다. 甲과 乙은 공동으로 하자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A회사에 조사를 의뢰하였고 ‘丙으로부터 제공받은 전자브레이크 내부의 금속 부품이 파열되었기 때문’이라는 보고서가 제출되었다. 위 전자브레이크는 丙의 하도급 업체인 丁이 제조한 것이었다.
甲은 위 고주파 소음의 원인을 찾기 위한 비용 및 수리 비용으로 13억 원을 지출하였다면서 乙을 상대로 채무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으로 총 13억 원의 지급을 구하는 소(이하 ‘이 사건 소송’이라 한다)를 제기하였다.
이 사건 소송에서 丁의 과실로 전자브레이크 내부의 금속 부품이 파열되었고, 乙은 丙이 丁으로부터 전자브레이크를 제공받는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丙과 계약을 체결한 사실이 인정되었다. 또한 전자브레이크에 발생한 하자는 甲이 乙에게 지시(설계)한 내용에 기인한 것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보고서가 추가로 제출되었다.
설문
이 사건 소송에서 乙은 ① 丙과 丁이 乙의 지시 또는 감독 아래 업무를 수행하였다거나, 乙에 대하여 종속적인 지위에 있지 아니하므로, 전자브레이크 제작 과정에 丙 또는 丁의 고의·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乙은 이에 대한 책임이 없고, ② 전자브레이크에 발생한 하자는 도급인인 甲의 지시에 기인하여 발생한 것이므로 「민법」 제669조에 따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乙의 위 각 주장의 당부를 판단하고 근거를 서술하시오.
해설
쟁점
甲은 乙에게 도급계약상 채무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乙의 두 주장, 즉 ① 丙·丁이 乙의 지시·감독 아래 있거나 종속적 지위에 있지 않으므로 그 고의·과실에 대해 乙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주장(이행보조자 책임의 성부)과, ② 하자가 도급인 甲의 지시에 기인하므로 민법 제669조에 의하여 면책된다는 주장(하자담보책임 면책규정과 채무불이행책임의 관계)의 당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민법 제391조(이행보조자의 고의, 과실) 채무자의 법정대리인이 채무자를 위하여 이행하거나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이행하는 경우에는 법정대리인 또는 피용자의 고의나 과실은 채무자의 고의나 과실로 본다.
민법 제669조(하자가 도급인의 제공한 재료 또는 지시에 기인한 경우의 면책) 전2조의 규정은 목적물의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 또는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적용하지 아니한다. 그러나 수급인이 그 재료 또는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고 도급인에게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391조 · 민법 제669조
검토
1. 주장 ①의 당부 — 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
甲의 청구는 도급인에 대한 사용자책임이 아니라 도급계약상 채무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한 계약책임이다. 채무자가 타인을 사용하여 채무를 이행하는 경우 그 피용자(이행보조자)의 고의·과실은 채무자의 고의·과실로 보는데(민법 제391조), 여기의 이행보조자는 채무자의 지시·감독을 받거나 종속적 지위에 있을 필요가 없다.
대법원 2002. 7. 12. 선고 2001다44338 판결(판결요지 [1])
제391조에서의 이행보조자로서의 피용자라 함은 일반적으로 채무자의 의사관여 아래 그 채무의 이행행위에 속하는 활동을 하는 사람이면 족하고, 반드시 채무자의 지시 또는 감독을 받는 관계에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므로 채무자에 대하여 종속적인가 독립적인 지위에 있는가는 문제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이행보조자의 고의와 과실
丙은 전자브레이크·모터의 납품을 통하여 乙의 자동차 제작채무 이행에 관여한 이행보조자이고, 丁은 丙의 이행보조자(이행대행자)이나 乙이 丙이 丁으로부터 전자브레이크를 제공받는다는 점을 인지한 상태에서 丙과 계약을 체결하였으므로 丁의 과실 역시 乙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丙·丁이 乙의 지시·감독을 받거나 종속적 지위에 있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그 고의·과실은 乙의 고의·과실로 의제되어 乙은 채무불이행책임을 지므로, 주장 ①은 부당하다. 위 판례(2001다44338)는 제6회 민사법 선택형과 제4·10회 민사법 사례형에서도 출제되었다.
2. 주장 ②의 당부 — 제669조와 채무불이행책임
민법 제669조는 하자담보책임(제667조, 제668조)에 관한 규정으로, 하자가 도급인이 제공한 재료의 성질이나 도급인의 지시에 기인한 때에는 하자담보책임이 배제되나, 수급인이 그 부적당함을 알고 고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면책되지 않는다. 그런데 甲의 청구는 하자담보책임이 아니라 채무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한 손해배상청구이다.
대법원 2004. 8. 20. 선고 2001다70337 판결(판결요지 [1])
도급계약에 의하여 완성된 목적물의 하자에 관한 보수비용은 민법 제667조 제2항에 의한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 중 하자보수에 갈음하는 손해배상이고, 하자로 인하여 도급인의 신체·재산에 발생한 손해(확대손해)에 대한 배상은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 양자는 별개의 권원에 의하여 경합적으로 인정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수급인의 하자담보책임과 도급인의 과실 참작:무과실책임이라 과실상계 규정 준용은 ✗이나 공평의 원칙상 도급인의 잘못 참작 ○
甲이 채무의 불완전이행을 원인으로 손해배상을 구하는 이상 하자담보책임의 면책규정인 제669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하자로 인한 확대손해의 배상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수급인에게 귀책사유가 있어야 하는데(대법원 2003. 7. 22. 선고 2002다35676 판결 — 표준판례: 매매목적물의 하자로 인한 확대손해 배상과 매도인의 귀책사유 요부(필요)), 이 사건 하자의 실제 원인은 丁의 제조과실에 있고, 전문가인 수급인 乙이 甲의 설계 지시가 부적당함을 알 수 있었음에도 이를 고지하지 아니하였다면 그 귀책이 인정되므로(제669조 단서의 취지), 하자가 甲의 지시에 기인하였다는 사정만으로 乙이 전부 면책되지는 않는다. 다만 하자의 발생 및 확대에 甲의 지시(설계)가 기여한 부분은 공평의 원칙상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
결론
주장 ①은 부당하다. 丙·丁은 乙의 이행보조자이므로 지시·감독이나 종속 여부와 무관하게 그 고의·과실이 乙에게 귀속되어 乙은 채무불이행책임을 진다. 주장 ②도 부당하다. 甲의 청구는 채무불이행을 원인으로 한 것이어서 하자담보책임 면책규정인 제669조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고, 설령 그 취지를 고려하더라도 수급인 乙이 지시의 부적당함을 알 수 있었던 이상 면책되지 않는다. 다만 하자에 기여한 甲의 지시는 공평의 원칙상 책임제한 사유로 참작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