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3)
사례
甲주식회사는 비상장회사로서 아파트 건설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고 있다. 甲회사는 설립 당시 의결권 있는 주식만을 100,000주 발행하였다. 무직자인 A는 甲회사로부터 아파트를 분양받은 자인데, 甲회사의 귀책으로 말미암아 아파트 건설 공사 기간이 3개월 가량 늘어남에 따라 당초 입주 예정일을 한참 지난 후에서야 입주하게 되었다. 甲회사의 발행주식총수 중 3,500주를 가진 주주 B는 이 같은 일련의 사정을 알게 되어 회계장부를 열람하였고 그 결과 B는 甲회사의 경영권을 탈취하는 데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甲회사는 위 아파트를 분양하는 과정에서 대표이사의 주도로 甲회사가 거액을 들여 허위·과장광고를 하였다는 이유로 벌금형에 처해졌다. 또한 甲회사의 대표이사는 약속어음을 할인하여 주겠다는 C의 거짓말에 속아 그에게 회사 명의의 어음을 발행하여 주었으며, C는 그 어음을 D에게 배서양도하였다. 그 후 甲회사의 대표이사가 C의 사기를 이유로 어음발행 행위를 취소하였다.
위 모든 상황을 알게 된 주주 B는 甲회사의 대표이사에 대하여 대표소송을 통한 책임 추궁을 하기 위한 사전 단계로 甲회사의 회계장부에 대한 열람·등사를 이유를 붙인 서면으로 청구하였다. 그러나 甲회사는 B가 이미 회계장부를 열람한 적이 있고 B가 甲회사에 적대적이라는 근거를 들어 이를 거부하였다. 이에 B는 재판상 회계장부 열람·등사를 청구하였다. 한편 소송계속 중에 기존 주주에 대한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甲회사의 발행주식총수가 140,000주로 늘어났는데, B는 그러한 신주발행에 응하지 않아 그가 소유한 주식 수에는 변화가 없었다. 甲회사는 B가 인수하지 않아 발생한 실권주를 소정의 요건과 절차를 갖추어 대표이사에게 적법하게 배정하였다. 다만, 甲회사의 정관에는 실권주를 제3자에게 배정하는 것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었다.
설문
D가 어음의 만기일에 甲회사에 어음금을 청구하는 경우 甲회사는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하는가?
해설
쟁점
甲회사가 C의 기망으로 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다가 사기를 이유로 어음발행행위를 취소한 후, C로부터 그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D가 만기일에 어음금을 청구하는 경우, 甲회사가 그 취소로써 D에게 대항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사기에 의한 어음행위 취소의 효력이 선의의 제3취득자에게 미치는지, 곧 인적항변의 절단(어음법 제17조)이 핵심이다.
근거 법령
민법 제110조(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어음법 제17조(인적 항변의 절단) 환어음에 의하여 청구를 받은 자는 발행인 또는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지인이 그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10조 · 어음법 제17조
(약속어음에 관하여도 어음법 제77조 제1항 제1호에 의하여 위 제17조가 준용된다.)
검토
1. 사기에 의한 어음발행행위의 취소와 인적항변
甲회사 대표이사는 C의 기망에 의하여 어음을 발행하였으므로 이는 사기에 의한 의사표시로서 취소할 수 있다(민법 제110조 제1항). 그러나 이러한 어음행위의 하자를 이유로 한 취소·항변은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C)에 대한 인적항변에 불과하므로, 어음채무자는 소지인이 자신을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해의)가 아닌 한 그 인적항변으로 소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어음법 제17조, 민법 제110조 제3항).
대법원 1997. 5. 16. 선고 96다49513 판결(판결요지 [1]·[2])
[1] 사기와 같은 의사표시의 하자를 이유로 어음발행행위를 취소하는 경우에 그 취소의 의사표시는 … 어음금의 지급을 청구하고 있는 소지인에 대하여도 할 수 있다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지만, 이와 같은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할 수 없는 것이고 … 소지인의 선의·악의를 불문하고 취소의 효과를 주장할 수 있게 되는 것은 아니다. [2] 어음행위에 착오·사기·강박 등 의사표시의 하자가 있다는 항변은 어음행위 상대방에 대한 인적항변에 불과한 것이므로, 어음채무자는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닌 한 … 소지인에게 대항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어음행위의 취소·추인의 상대방
2. 사안의 적용
D는 어음발행행위의 직접 상대방인 C가 아니라 C로부터 어음을 배서양도받은 제3취득자이다. 따라서 甲회사는 사기에 의한 어음발행 취소라는 인적항변으로써 D가 선의인 한 대항할 수 없고, D가 甲회사를 해할 것을 알면서(해의)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 한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 D가 그러한 해의 없이 어음을 취득하였다면 甲회사는 D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결론
사기에 의한 어음발행행위의 취소는 어음행위의 직접 상대방에 대한 인적항변에 불과하여 선의의 제3취득자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어음법 제17조), D가 甲회사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가 아닌 한 甲회사는 D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