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3)
사례
(1) 甲, 乙, 丙이 금값 상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乙은 외삼촌 A의 집 안 금고에 금괴가 있는데 A가 출장 중이라 집이 비어 있으니 금괴를 훔쳐 나누어 갖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동의한 甲과 丙에게 乙은 A의 집 비밀번호 및 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CCTV가 없는 도주로까지 상세한 정보와 범행 계획을 제공하였다.
범행 당일 10:00경 범행 계획대로 乙은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남아 있었고, 甲과 丙은 A의 집으로 갔다. 丙이 A의 집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어주고 문 앞에서 망을 보는 사이 甲은 A의 집 안으로 들어가 금고를 찾아 열었다. 하지만 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甲은 계속하여 금괴를 찾던 중, 출장이 연기되어 마침 집 안 침실에 있던 A에게 발각되자 자신을 붙잡으려는 A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집 밖으로 도망쳤다. 한편, 丙은 망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자 甲에게 진행상황을 물어보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甲이 금고 안에 금괴가 없다는 답을 보내오자 甲이 집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현장을 떠났다.
A는 “집에 침입한 절도범이 나를 때리고 도주하였는데, 절도범한테 맞아서 코에 피가 난다. 절도범은 30대 초반에 빨간색 뿔테안경을 착용하였고,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었다.”라고 112에 신고를 하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근처를 탐문하던 중, A의 집으로부터 2km 떨어진 지점에서 인상착의가 흡사한 甲을 발견하고 검문을 위해 정지를 요구하였다. 甲이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도주하자 200m 가량 추격하여 甲의 옷자락을 붙잡았고 그로 인해 甲이 바닥에 넘어졌다. 경찰관은 甲의 손과 소매 부분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행적에 대하여 질문을 하려고 하였으나 甲이 다시 도주하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甲을 체포하였다.
경찰 조사 결과 금괴는 이미 오래전에 처분한 터라 사건 당시 금고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A는 甲의 폭행으로 인해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강출혈상을 입었다. 한편, A는 경찰 조사에서 “甲, 乙, 丙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라고 진술하였고 경찰관은 이를 진술조서에 기재하였다.
(2) 丁과 戊는 수년간 극도로 사이가 좋지 않던 직장 동료 B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丁이 1t 트럭을 렌트한 다음 戊가 트럭을 운전하고 丁은 戊의 옆자리에 앉아 B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자정 무렵 B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戊가 트럭 속도를 올려 도로를 건너는 B를 강하게 충격한 다음 그대로 도망쳤다. 丁과 戊는 사고 장소에서 3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주차하였는데, 丁은 후회와 함께 B에 대한 연민이 들어 그를 구호해 주자고 하였으나 戊는 동의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丁은 119에 전화를 걸어 B의 구조를 요청하였고, 丁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B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관 P는 丁을 조사하였고, 丁은 범행을 자백하며 戊가 범행 당일 평택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라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당일 정오에 평택항에서 출국하려는 戊를 긴급체포하면서, 戊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戊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휴대전화 분석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휴대전화 분석 결과 丁과 戊의 대화 녹음파일이 복구되었고, 대화 중 “트럭이 준비되었으니 자정이 되면 실행하자.”라는 丁의 발언이 확인되었다. 위 녹음파일은 戊가 丁 몰래 녹음한 것이었다.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후영장을 발부받았다.
설문
(2)와 관련하여 丁, 戊의 죄책을 논하시오(특별법 위반의 점은 논외로 함).
해설
쟁점
丁과 戊는 B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기로 공모하고 戊가 트럭으로 B를 충격하였으므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으로 실행에 착수하였다. 그 후 丁이 후회·연민으로 119에 신고하여 B가 생존한 사안에서, ① 丁에게 살인죄의 중지미수(형법 제26조)가 성립하는지, ② 실행 착수 후 결과방지에 관여하지 않고 떠난 戊의 죄책(장애미수 여부), ③ 丁의 중지미수의 효과가 戊에게 미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26조(중지범)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自意)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자의로 방지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형법 제25조(미수범) ① 범죄의 실행에 착수하여 행위를 종료하지 못하였거나 결과가 발생하지 아니한 때에는 미수범으로 처벌한다. ② 미수범의 형은 기수범보다 감경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5조 · 제26조
丁·戊의 살인죄 공동정범과 실행의 착수
丁과 戊는 B에 대한 살인을 공모하고 기능적 행위지배 아래 역할을 분담(丁은 트럭 렌트, 戊는 운전·충격)하였으므로 살인죄의 공동정범에 해당한다(형법 제30조, 제250조 제1항). 戊가 트럭 속도를 올려 도로를 건너는 B를 강하게 충격한 때 살인의 실행에 착수하였다.
丁의 죄책 — 중지미수
중지미수가 성립하려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 발생을 자의로 방지하여야 한다(형법 제26조). 丁은 범행 후 후회와 B에 대한 연민이 들어 구호를 결심하고 119에 신고하였는데, 이는 외부적 장애가 아니라 자율적 동기에 의한 것이므로 자의성이 인정된다. 이 점에서, 결과 발생이 두렵거나 겁이 나서 중지한 경우 자의성이 부정되는 것과 구별된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
장롱 안에 있는 옷가지에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건물을 불태우려 하였으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물을 부어 불을 끈 것이라면, 자의에 의하여 중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자의에 의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중지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불길에 겁이 나서 끈 방화 → 자의성 ✗ → 중지미수 불성립
丁은 자신의 신고로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B가 병원으로 이송되어 목숨을 건졌으므로, 결과 발생을 방지한 것과 동일하게 평가할 수 있다. 한편 공동정범의 경우 자기의 범의만 철회하는 것으로는 부족하고 다른 공범의 실행행위를 중지시키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하여야 중지미수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5. 2. 25. 선고 2004도8259 판결
다른 공범의 범행을 중지하게 하지 아니한 이상 자기만의 범의를 철회, 포기하여도 중지미수로는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피고인이 자신의 행위를 중지하였더라도 다른 공범의 실행행위를 중지시키거나 결과의 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이상 중지미수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동정범의 중지미수:다른 공범의 범행을 중지·결과방지하지 않은 채 자기 범의만 철회한 경우 중지미수 ✗
丁은 자기의 범의를 철회하는 데 그치지 않고 119 신고로 B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실제로 방지하였으므로, 丁에게는 살인죄의 중지미수가 성립한다. 이 판례(2004도8259)는 제10회 형사법 제4번·제5회 제20번·제3회 제14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戊의 죄책 — 장애미수
戊는 살인의 실행에 착수한 후 丁의 구호 제안에 동의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을 뿐, 스스로 결과 발생을 방지하지 않았고 자의로 중지한 바도 없다. B가 사망하지 않은 것은 戊의 의사와 무관하게 丁의 중지행위에 의한 것이므로 戊에게는 중지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나아가 중지미수의 형 감면은 자의로 중지한 자에게만 미치는 일신전속적인 것이어서 丁의 중지미수의 효과는 戊에게 미치지 않는다. 따라서 戊는 살인죄의 장애미수(형법 제25조)의 죄책을 진다.
결론
丁과 戊는 B에 대한 살인죄의 공동정범이나, 丁은 자의로 119에 신고하여 B의 사망이라는 결과 발생을 방지하였으므로 살인죄의 중지미수(형법 제26조)의 죄책을 지고, 戊는 자의로 중지하거나 결과 발생을 방지한 바 없으므로 살인죄의 장애미수(제25조)의 죄책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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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기환 「제13회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