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4-1)
사례
(1) 甲, 乙, 丙이 금값 상승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乙은 외삼촌 A의 집 안 금고에 금괴가 있는데 A가 출장 중이라 집이 비어 있으니 금괴를 훔쳐 나누어 갖자고 제안하였다. 이에 동의한 甲과 丙에게 乙은 A의 집 비밀번호 및 금고의 위치와 비밀번호, CCTV가 없는 도주로까지 상세한 정보와 범행 계획을 제공하였다.
범행 당일 10:00경 범행 계획대로 乙은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에 남아 있었고, 甲과 丙은 A의 집으로 갔다. 丙이 A의 집 비밀번호를 눌러 문을 열어주고 문 앞에서 망을 보는 사이 甲은 A의 집 안으로 들어가 금고를 찾아 열었다. 하지만 금고 안은 텅 비어 있었다. 甲은 계속하여 금괴를 찾던 중, 출장이 연기되어 마침 집 안 침실에 있던 A에게 발각되자 자신을 붙잡으려는 A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리고 집 밖으로 도망쳤다. 한편, 丙은 망을 보는 시간이 길어지자 甲에게 진행상황을 물어보는 문자메시지를 보냈고, 이에 甲이 금고 안에 금괴가 없다는 답을 보내오자 甲이 집에서 나오기 전에 이미 현장을 떠났다.
A는 “집에 침입한 절도범이 나를 때리고 도주하였는데, 절도범한테 맞아서 코에 피가 난다. 절도범은 30대 초반에 빨간색 뿔테안경을 착용하였고,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었다.”라고 112에 신고를 하였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은 근처를 탐문하던 중, A의 집으로부터 2km 떨어진 지점에서 인상착의가 흡사한 甲을 발견하고 검문을 위해 정지를 요구하였다. 甲이 이를 무시하고 그대로 도주하자 200m 가량 추격하여 甲의 옷자락을 붙잡았고 그로 인해 甲이 바닥에 넘어졌다. 경찰관은 甲의 손과 소매 부분에 피가 묻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행적에 대하여 질문을 하려고 하였으나 甲이 다시 도주하려고 하자 그 자리에서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 선임권 등을 고지하고 甲을 체포하였다.
경찰 조사 결과 금괴는 이미 오래전에 처분한 터라 사건 당시 금고 안에는 아무 것도 없었고, A는 甲의 폭행으로 인해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비강출혈상을 입었다. 한편, A는 경찰 조사에서 “甲, 乙, 丙에 대한 처벌을 원한다.”라고 진술하였고 경찰관은 이를 진술조서에 기재하였다.
(2) 丁과 戊는 수년간 극도로 사이가 좋지 않던 직장 동료 B를 교통사고로 위장하여 살해하기로 마음먹었다. 丁이 1t 트럭을 렌트한 다음 戊가 트럭을 운전하고 丁은 戊의 옆자리에 앉아 B가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자정 무렵 B가 건물 밖으로 나오자 戊가 트럭 속도를 올려 도로를 건너는 B를 강하게 충격한 다음 그대로 도망쳤다. 丁과 戊는 사고 장소에서 3km 떨어진 곳으로 이동하여 주차하였는데, 丁은 후회와 함께 B에 대한 연민이 들어 그를 구호해 주자고 하였으나 戊는 동의하지 않고 그곳을 떠났다. 丁은 119에 전화를 걸어 B의 구조를 요청하였고, 丁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이송된 B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경찰관 P는 丁을 조사하였고, 丁은 범행을 자백하며 戊가 범행 당일 평택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할 계획이라고 진술하였다. 경찰은 당일 정오에 평택항에서 출국하려는 戊를 긴급체포하면서, 戊가 소지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조사 과정에서 戊는 범행을 부인하면서 휴대전화 분석 절차에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휴대전화 분석 결과 丁과 戊의 대화 녹음파일이 복구되었고, 대화 중 “트럭이 준비되었으니 자정이 되면 실행하자.”라는 丁의 발언이 확인되었다. 위 녹음파일은 戊가 丁 몰래 녹음한 것이었다. 경찰은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후영장을 발부받았다.
설문
(2)와 관련하여, 戊에 대한 제1심 공판에서 戊가 범행을 부인하면서 녹음파일 중 丁의 진술 부분을 증거로 함에 부동의한 경우, 휴대전화 압수의 적법성 및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을 논하시오.
해설
쟁점
戊에 대한 제1심 공판에서 ① 戊를 긴급체포하면서 영장 없이 휴대전화를 압수한 것이 적법한지, ② 그 휴대전화에서 복구된 丁·戊의 대화 녹음파일이 증거능력이 있는지(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전자정보 분석절차의 적법성, 전문법칙 적용 여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216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한 강제처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3 … 의 규정에 의하여 피의자를 체포 … 하는 경우에 필요한 때에는 영장없이 다음 처분을 할 수 있다. 2. 체포현장에서의 압수, 수색, 검증
형사소송법 제217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하는 강제처분) ②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1항 또는 제216조제1항제2호에 따라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통신 및 대화비밀의 보호) ① 누구든지 이 법과 형사소송법 또는 군사법원법의 규정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216조 · 제217조 ·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휴대전화 압수의 적법성
1. 긴급체포의 적법성
살인죄는 사형·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이고, 공동정범인 丁의 자백으로 戊에 대한 범죄혐의의 상당성이 인정되며, 丁의 자백이 있던 당일 戊가 평택항을 통해 중국으로 출국하려 하였으므로 도망의 우려에 따른 체포의 필요성과 체포영장을 받을 시간적 여유가 없는 긴급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戊에 대한 긴급체포는 적법하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대법원 2002. 6. 11. 선고 2000도5701 판결
긴급체포는 영장주의원칙에 대한 예외인 만큼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어야 하고 …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었는지 여부는 …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단하여야 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긴급체포의 적법성 요건 및 판단 기준
2. 휴대전화 압수와 사후영장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긴급체포하는 경우 필요한 때에는 체포현장에서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 압수를 계속할 필요가 있으면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제217조 제2항).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245 판결
…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 … 긴급체포의 사유가 된 범죄사실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당해 범죄사실과 관련된 증거물 또는 몰수할 것으로 판단되는 피의자의 소유,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을 압수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긴급체포시 압수의 대상 범위
戊의 휴대전화는 긴급체포 당시 戊가 소지하고 있던 물건으로서, 긴급체포의 사유가 된 살인 범행과 관련성이 분명하고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어 압수의 대상이 된다. 경찰은 긴급체포하면서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적법한 절차에 따라 사후영장을 발부받았으므로, 戊의 휴대전화 압수는 적법하다. 이 판례(2008도2245)는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긴급체포 압수의 대표판례입니다.
녹음파일의 증거능력
1.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여부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나, 대화 당사자가 상대방 모르게 그 대화를 녹음하는 것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2. 10. 8. 선고 2002도123 판결
… 전기통신에 해당하는 전화통화 당사자의 일방이 상대방 모르게 통화내용을 녹음하는 것은 감청에 해당하지 아니하지만, 제3자의 경우는 … 그 상대방의 동의가 없었던 이상 통신비밀보호법 제3조 제1항 위반이 된다(이 점은 제3자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통비법 §3 — 대화 당사자 본인 녹음은 위반 ✗ / 제3자는 일방 동의로도 위반 ○
위 녹음파일은 대화 당사자인 戊가 丁 몰래 녹음한 것이므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것이 아니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고, 그 증거사용이 금지되지 않는다. 이 판례(2002도123)는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대화 당사자 녹음의 대표판례입니다.
2. 전자정보 분석절차의 적법성
戊는 적법하게 압수된 휴대전화의 분석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명시적으로 표시하였으므로, 압수물 분석 과정에서 피압수자의 참여를 보장하는 취지(형사소송법 제219조, 제121조)가 실질적으로 침해되었다고 볼 수 없다. 따라서 녹음파일은 위법수집증거(제308조의2)에 해당하지 않는다.
3. 전문법칙의 적용 여부
전문증거인지 여부는 요증사실과의 관계에서 정해지는데,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이면 전문증거이나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이면 본래증거이다.
대법원 2018. 5. 15. 선고 2017도19499 판결
타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진술이 전문증거인지 여부는 요증사실과의 관계에서 정해진다. 원진술의 내용인 사실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전문증거이나, 원진술의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본래증거이지 전문증거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전문증거의 개념 (2) - 요증사실과의 관계
또한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의 내용의 진실성이 아니라 그러한 내용의 정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증거가 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3. 7. 26. 선고 2013도2511 판결
… 정보저장매체에 기억된 문자정보의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그와 같은 내용의 문자정보가 존재하는 것 자체가 증거로 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국가기밀문건 등 그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경우:전문법칙 부적용(본래증거)
녹음파일 중 丁의 "트럭이 준비되었으니 자정이 되면 실행하자"라는 발언은, 戊에 대한 살인미수 피고사건에서 그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아니라 丁·戊 사이에 그러한 살인 공모의 발언이 존재하였다는 사실 자체가 요증사실이 되는 본래증거이다. 따라서 위 녹음파일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으므로, 戊가 丁의 진술 부분을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더라도 그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이 전문·본래증거 구별 법리(2017도19499·2013도2511)는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되는 빈출 쟁점입니다.
결론
戊에 대한 긴급체포와 그에 수반한 휴대전화 압수는 적법하고, 녹음파일은 대화 당사자인 戊가 녹음한 것이어서 통신비밀보호법에 위반되지 않으며 분석절차의 위법도 없다. 나아가 丁의 발언은 그 존재 자체가 요증사실인 본래증거이므로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아, 戊의 부동의에도 불구하고 녹음파일의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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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기환 「제13회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