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1) 甲과 乙은 한 건 하기로 하고 집 주변 ATM 앞을 서성대다 현금을 인출하는 A의 뒤에서 몰래 A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乙이 A에게 길을 묻는 척하고, 甲이 그 사이 A의 지갑을 몰래 꺼내었다. 그 후 甲은 乙에게 “일단 네가 갖고만 있어라. 밤에 만나서 이야기하자.”라고 말하며 그 지갑을 건네주었고, 각자 다른 방향으로 도망쳤다. 乙은 甲의 말을 어기고 ○○백화점 근처 ATM에서 A의 신용카드로 예금 100만 원을 인출하고 나오다가, 마침 그곳을 지나가던 처남 丙과 마주치자 丙에게 A의 신용카드를 자신의 것인 양 건네주며 “내가 지금 급한 약속이 있으니 아내 생일 선물로 줄 명품 가방을 하나 사 달라.”라고 부탁했다. 丙은 당연히 乙의 카드로 생각하고 ○○백화점에서 A의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500만 원 상당의 명품 가방을 구매하였다. 그 후 丙은 옆 매장에서 사고 싶었던 시계를 발견하고 들어가 매장직원 B에게 “한번 착용해 보자.”라고 요청했고, B가 건네준 시계를 손목에 차고 살펴보다가 B가 다른 손님과 대화하는 사이 몰래 도망친 후, 乙을 만나 구입한 가방과 A의 신용카드를 건네주었다. 乙은 그날 밤 甲에게 A의 신용카드를 주면서 “너부터 사용하고 만일 경찰에 잡히면 혼자 길 가다가 주운 카드라고 말해.”라고 하였다. 귀가하던 甲은, A의 신고를 받고 甲을 검거하기 위해 인근을 순찰하던 경찰관 P1이 자신에게 다가오자 평소 지니고 있던 접이식 칼을 휘둘러 P1의 팔에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P2에 의해 체포된 甲은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乙이 지시한 대로 진술했다.
(2) 한편, 경찰관 P2는 현장 부근 CCTV 영상에서 지갑을 건네받는 乙을 발견하고, 乙의 가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절도 혐의에 관한 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여 이를 적법하게 포렌식하였다. 그 과정에서, 甲이 2020. 5. 20. 15세인 C에게 C 자신의 신체 일부를 노출한 사진을 촬영하도록 하였고, 2020. 6. 15. 14세인 D에게 D 자신의 신체 전부를 노출한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하는 등 2023. 2. 10.까지 1416세의 피해자 100명에게 피해자 자신의 신체의 전부 또는 일부를 노출한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도록 하여 총 1,000개의 아동·청소년성착취물인 사진과 동영상을 제작한 사실도 밝혀졌다.
참조조문
구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법률 제12329호, 2020. 6. 2. 개정되기 전의 것)
제11조(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배포 등) ①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수입 또는 수출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②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③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배포·제공하거나 공연히 전시 또는 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④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을 제작할 것이라는 정황을 알면서 아동·청소년을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의 제작자에게 알선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⑤ 아동·청소년이용음란물임을 알면서 이를 소지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⑥ 제1항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설문
사실관계 (1)에서 甲, 乙, 丙의 죄책은?
해설
쟁점
사실관계 (1)에서 ① 甲·乙이 ATM 앞에서 A의 지갑을 절취한 행위가 합동절도(형법 제331조 제2항)인지, ② 乙이 절취한 신용카드로 예금 100만 원을 인출한 행위의 죄책, ③ 乙이 고의 없는 丙에게 절취한 카드로 명품가방을 구매하게 한 행위(사기죄의 간접정범·신용카드부정사용죄)와 丙의 죄책, ④ 丙이 시계를 착용해 보다가 도주한 행위(사기와 절도의 구별), ⑤ 乙이 甲에게 허위진술을 교사한 행위(범인도피죄), ⑥ 甲이 검거하려는 경찰관 P1을 칼로 상해한 행위(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와 죄수)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34조(간접정범) ① 어느 행위로 인하여 처벌되지 아니하는 자 또는 과실범으로 처벌되는 자를 교사 또는 방조하여 범죄행위의 결과를 발생하게 한 자는 교사 또는 방조의 예에 의하여 처벌한다.
형법 제151조(범인은닉)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144조(특수공무방해) ② 제1항의 죄를 범하여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29조 · 제34조 · 제151조 · 제144조
1. 甲·乙의 지갑 절취 — 합동절도
甲과 乙은 A의 신용카드 비밀번호를 알아낸 후, 乙이 A에게 길을 묻는 척하며 주의를 분산시키고 그 사이 甲이 A의 지갑을 몰래 꺼냈다. 이는 2명 이상이 공모하고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실행행위를 분담한 것이므로 합동절도(특수절도, 형법 제331조 제2항)에 해당한다.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 2인 이상의 범인이 …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 … 합동절도[가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합동절도와 공동정범
따라서 甲과 乙은 A의 지갑(및 그 안의 신용카드)에 대한 합동특수절도죄의 죄책을 진다.
2. 乙의 현금 인출 — 절도
乙이 甲의 지시를 어기고 ○○백화점 근처 ATM에서 A의 신용카드로 예금 100만 원을 인출한 행위는,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지배를 배제하고 현금을 자기 지배하에 옮긴 것으로서 절도죄(형법 제329조)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2440 판결
… 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지배를 배제하고 그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것이 되어 절도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의 죄책
예금의 인출은 신용카드의 본래 용도인 신용구매나 현금서비스에 따른 사용이 아니므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부정사용죄는 성립하지 않고, 乙의 현금 인출은 별도의 절도죄를 구성한다. 이 판례(2008도2440)는 제10회 제19번·제9회 제27번·제7회 사례형 제1문 1)·제4회 제6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3. 乙의 가방 구매 — 사기죄(간접정범)·신용카드부정사용죄
乙은 丙에게 절취한 A의 신용카드를 자신의 것인 양 건네주며 명품가방을 사 달라고 부탁하였고, 丙은 乙의 카드로 알고 이를 사용하여 500만 원 상당의 가방을 구매하였다.
丙의 죄책 — 무죄
丙은 그 카드가 절취한 것임을 알지 못하였으므로 가맹점에 대한 기망의 고의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고, 절취 카드임을 몰라 신용카드부정사용의 고의도 없어 무죄이다.
乙의 죄책 — 사기죄의 간접정범 + 신용카드부정사용죄
乙은 고의 없는 丙을 도구로 이용하여 가맹점을 기망하고 재물(가방)을 취득하게 하였으므로, 사기죄의 간접정범에 해당한다(형법 제347조, 제34조).
대법원 1984. 11. 27. 선고 84도1862 판결
… 정을 모르는 제3자를 통하여 간접정범의 형태로도 범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고의 없는 자의 행위를 이용한 간접정범
또한 도난당한 신용카드를 가맹점에서 물품 구매에 사용하는 것은 신용카드의 본래 용도에 따른 사용이므로, 乙은 丙을 이용하여 신용카드부정사용죄(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를 범한 것이 된다.
대법원 1992. 6. 9. 선고 92도77 판결
… 부정사용죄의 구성요건적 행위인 신용카드의 사용이라 함은 신용카드의 소지인이 신용카드의 본래 용도인 대금결제를 위하여 가맹점에 신용카드를 제시하고 매출표에 서명하여 이를 교부하는 일련의 행위를 가리키[는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신용카드 부정사용죄(여신전문금융업법)의 사용 = 카드 제시 + 매출전표 서명·교부 일련 행위 → 사문서위조·행사는 부정사용죄에 흡수 (별도 성립 ✗)
한편 이 가방 구매는 甲·乙의 합동절도가 종료된 이후 乙이 단독으로 저지른 것으로서 甲의 공모 범위를 벗어난 질적 초과에 해당하므로, 甲은 이에 대하여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신용카드부정사용죄(92도77)는 제9회 제30번·제7회 제13번·제4회 제6번·제1회 사례형 제1문 1)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4. 丙의 시계 취득 — 절도(책략절도)
사기죄는 피기망자의 처분행위로 재물이 교부됨으로써 성립하고, 행위자의 별도의 행위로 재물을 취득한 경우에는 사기가 아니라 절도에 해당한다. 丙은 매장직원 B에게 시계를 "착용해 보자"고 하여 건네받았으나, 이는 시계를 처분(교부)하는 의사가 아니라 잠시 살펴보도록 점유를 이완한 것에 불과하여 B의 처분행위가 없다. 丙이 B가 다른 손님과 대화하는 사이 몰래 도주한 것은 B의 점유를 배제하고 시계를 가져간 것이므로 절도죄(형법 제329조)가 성립한다.
5. 乙의 허위진술 교사 — 범인도피죄 불성립
乙은 甲에게 "경찰에 잡히면 혼자 길 가다가 주운 카드라고 말해"라고 하였고 甲은 그대로 진술하였다. 범인도피죄는 타인(공범 포함)을 도피하게 하는 경우 성립하나, 범인이 스스로 도피하는 행위는 처벌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5도20396 판결
…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 이때 공범이 이러한 행위를 교사하였더라도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범 자기 범행 허위진술·허위자료 제출 — 범인도피죄 ✗ + 이를 교사한 다른 공범도 범인도피교사죄 ✗
甲이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한 것은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아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고, 그 진술이 공범 乙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되더라도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를 교사한 乙도 범죄가 될 수 없는 행위를 교사한 것에 불과하여 범인도피교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례(2015도20396)는 제15회 제18번·제9회 제1·2번·제3회 사례형 제1문 1)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6. 甲의 경찰관 상해 —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甲은 자신을 검거하려는 경찰관 P1에게 위험한 물건인 접이식 칼을 휘둘러 팔에 전치 4주의 상처를 입혔다.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직무집행 중인 공무원을 상해한 것이므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형법 제144조 제2항)에 해당하고, 이는 중한 결과에 대한 고의가 있는 경우까지 포함하는 부진정결과적가중범이다. 상해의 고의가 있는 甲에게 특수상해죄(형법 제258조의2)가 별도로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2008. 11. 27. 선고 2008도7311 판결
… 고의로 중한 결과를 발생하게 한 행위가 별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그 고의범에 대하여 결과적 가중범에 정한 형보다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 고의범과 결과적 가중범이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지만, … 고의범에 대하여 더 무겁게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경우에는 결과적 가중범이 고의범에 대하여 특별관계에 있으므로 결과적 가중범만 성립하고 … 따라서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위험한 물건을 휴대하여 고의로 상해를 가한 경우에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만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특별관계
특수상해죄(형법 제258조의2, 1년 이상 10년 이하)의 법정형이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제144조 제2항, 3년 이상)보다 더 무겁지 않으므로, 특수상해죄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와 법조경합(특별관계)에 있어 별도로 성립하지 않는다. 따라서 甲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죄책만을 진다. 이 부진정결과적가중범 죄수 법리(2008도7311)는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되는 빈출 쟁점입니다.
결론
甲은 합동특수절도죄(A의 지갑)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죄책을 진다. 乙은 합동특수절도죄, 예금 100만 원에 대한 절도죄, 명품가방에 대한 사기죄(간접정범) 및 신용카드부정사용죄의 죄책을 지며, 甲에게 교사한 허위진술은 범인도피교사죄가 되지 않는다. 丙은 시계에 대한 절도죄의 죄책을 지고, 명품가방 구매에 대하여는 고의가 없어 무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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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김기환 「제13회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