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2문의3 2)
사례
[기초적 사실관계]
甲(남편)과 乙(부인)은 2020. 1.경 혼인신고를 마친 부부이다.
乙은 2022. 4. 1. 甲을 대리하여 丙으로부터 丙 소유의 X토지를 매매대금 3억 원에 매수하면서, 잔금 지급과 토지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의 교부는 2022. 6. 30. 동시에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제1매매계약’이라 한다).
이후 乙은 2022. 8. 1. 甲을 대리하여 丁에게 X토지를 매매대금 3억 5,000만 원에 매도하면서, 잔금 지급과 토지인도 및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의 교부는 2022. 10. 31. 동시에 이행하기로 약정하였다(이하 ‘제2매매계약’이라 한다).
※ 이하의 추가적 사실관계 1, 2는 각각 독립적인 별개의 사실관계임
[추가적 사실관계 2]
제1매매계약은 乙이 부동산 매매를 통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타지에 출장 중인 甲과 상의 없이 집에 보관 중이던 甲의 인감도장을 사용하여 체결한 것으로, 乙은 제1매매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지급하고 2022. 6. 30. X토지에 관하여 甲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다. 甲은 2022. 7. 중순경 乙로부터 X토지의 소유권취득 경위를 듣게 되었으나 이에 대해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후 X토지의 시세가 하락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자, 乙은 甲에게 알리지 않고 甲의 인감도장을 사용하여 甲 명의의 위임장을 작성한 다음, 2022. 8. 1. 甲을 대리하여 丁에게 X토지를 매도하는 제2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丁은 위 계약체결 당시 乙과 부동산중개인을 만나 ‘乙은 甲의 배우자로 출장 중인 남편 甲을 대리하여 X토지를 매수하였다가 바로 전매하는 것이다. 甲이 매매계약을 체결하라고 인감도장과 서류도 乙에게 맡기고 갔다’는 설명을 들었고, 乙이 甲의 인감도장과 X토지의 등기필정보를 소지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출장에서 돌아온 甲은 2022. 8. 중순경 乙로부터 제2매매계약의 체결 사실을 듣고 X토지의 시세를 확인해 보니, 소문과 달리 X토지의 시세가 상승한 것을 확인하였다. 이에 甲은 즉시 丁에게 ‘제2매매계약은 乙이 무단으로 체결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하며 丁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절차를 이행하지 아니할 의사를 밝혔다.
설문
[추가적 사실관계 2] 丁은 ① 乙이 甲의 배우자로서 X토지의 처분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② 丁으로서는 乙에게 그러한 대리권이 있는 것으로 믿을 수밖에 없었으므로, 甲은 丁에게 제2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 丁의 주장은 타당한가?
해설
결론: 丁의 ①·② 주장은 모두 타당하지 않으므로, 甲은 丁에게 제2매매계약에 따른 소유권이전등기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
쟁점
선결문제로 제1매매계약에 따른 X토지의 소유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① 乙에게 배우자로서 X토지 처분에 관한 대리권(일상가사대리권)이 있는지, ② 그렇지 않더라도 丁이 乙에게 그러한 대리권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어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민법 제827조(부부간의 가사대리권) ① 부부는 일상의 가사에 관하여 서로 대리권이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827조
민법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26조
검토
1. 선결문제 — X토지의 소유자
제1매매계약은 乙이 甲의 수권 없이 그 인감도장을 무단 사용하여 甲을 대리한 무권대리행위로서 甲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민법 제130조). 그러나 甲이 2022. 7. 중순경 그 취득 경위를 알고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은 것은 무권대리행위의 묵시적 추인으로 볼 수 있고, 추인은 계약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긴다(민법 제133조). 따라서 제1매매계약은 소급하여 유효로 되고, 甲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실체관계에 부합하는 유효한 등기이므로 X토지의 소유자는 甲이다.
2. 丁의 ① 주장 — 乙의 일상가사대리권 유무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은 동거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한 범위 내의 법률행위에 국한되고, 배우자 소유 부동산을 처분하는 행위는 이에 속하지 않는다.
대법원 1966. 7. 19. 선고 66다863 판결
부부간의 일상가사대리권은 그 동거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각각 필요한 범위 내의 법률행위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고 아내가 남편 소유의 부동산을 매각하는 것과 같은 처분행위는 일상가사의 대리권에는 속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 (2):배우자 소유 부동산의 처분
乙이 甲의 수권 없이 甲 소유의 X토지를 丁에게 처분한 제2매매계약은 일상가사에 속하는 행위가 아니고, 甲의 별도의 수권행위도 없었다. 따라서 乙에게 X토지 처분에 관한 대리권이 있었다는 丁의 ①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3. 丁의 ② 주장 — 민법 제126조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성부
부부의 일상가사대리권은 민법 제126조의 기본대리권이 될 수 있으나, 남편 부동산의 처분에 관한 아내의 대리권은 이례에 속하므로, 표현대리가 성립하려면 가사대리권이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상대방이 그 처분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사유, 즉 이를 정당화할 객관적 사정이 있어야 한다.
대법원 1997. 4. 8. 선고 96다54942 판결
부부간에 서로 일상가사대리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처가 … 대리권을 수여한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 할 것이고, … 그 처의 도장을 쉽사리 입수할 수 있었으며 원고도 이러한 사정을 쉽게 알 수 있었던 점에 비추어 보면, …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객관적인 사정이 있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표현대리 (4):일상가사대리권과 표현대리
乙에게는 일상가사대리권이라는 기본대리권이 있으나, 배우자가 출장 중인 남편 소유의 부동산을 매수하였다가 곧바로 전매하고 남편이 인감도장과 서류를 맡기고 갔다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사정이다. 그럼에도 丁은 乙의 말과 중개인의 설명, 乙이 인감도장·등기필정보를 소지하고 있다는 사정만 믿었을 뿐, 본인 甲에게 직접 매도 의사를 확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따라서 丁이 乙에게 처분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데에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없고 丁에게 과실이 인정되므로,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성립하지 않는다. 丁의 ② 주장도 타당하지 않다.
결론
X토지의 소유자는 甲이나, 乙에게는 X토지 처분에 관한 대리권이 없고(① 부당) 丁에게 정당한 이유도 인정되지 않아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는다(② 부당). 따라서 제2매매계약은 甲에 대하여 효력이 없어 확정적으로 무효이므로, 甲이 丁에게 이전등기의무를 진다는 丁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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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이관형 「제12회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