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2)
사례
(1) X회사의 개발팀장으로 근무하는 甲은 2022. 4. 1. 위 회사가 입주한 Y상가 관리소장 A와 방문객 주차 문제로 언쟁을 벌인 후, A를 비방할 목적으로 상가 입주자 약 200여 명이 회원으로 가입된 Y상가 번영회 인터넷 카페 사이트 게시판에‘A에게 혼외자가 있다’는 허위사실을 게시하였다. 甲은 이 글의 신빙성을 높이기 위해 관리사무소 직원 B에게 부탁하여‘A가 혼외자와 함께 있는 것을 보았다’는 허위 내용이 기재된 B 명의의 사실확인서를 받아 위 게시물에 첨부하였다.
(2) 향후 창업을 계획하고 있어 창업 자금이 필요하던 甲은 2022. 4. 3. 약혼녀인 C의 지갑에서 액면금 3천만 원의 수표를 꺼내 가져갔다. 당시 C는 그 자리에서 甲의 행위를 보았으나 다른 생각을 하느라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았다. 이에 甲은 자신이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어 가져가는 데 C가 동의한 것으로 오인하였다.
(3) X회사의 경쟁 회사 상무 D는 甲에게 접근하여‘X회사에서 10억 원 가량을 투입하여 새로 개발한 기밀에 해당하는 메모리칩 도면 파일을 빼내어 주면 3억 원을 지급하겠다’고 제안하였고, 창업 자금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던 甲은 D의 제안을 승낙하였다. 그 후 甲은 2022. 4. 11. 09:00경 회사에 출근하여 위 메모리칩 도면 파일을 자신의 이동식 저장장치(USB)에 몰래 복사하고, 이를 가지고 나와 D에게 넘겨준 다음 현금 3억 원을 받았다.
(4) 사실관계 (3)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 중임을 직감한 甲은 이에 대비하기 위해 중학교 동창인 경찰관 乙에게 수사 상황을 알려 줄 것을 부탁하였다. 乙은 경찰에서 甲에 대한 체포영장을 곧 신청할 예정임을 알려 주었다. 실제로 사법경찰관 P1은 다음 날 오후 사실관계 (3)의 혐의로 甲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집행에 착수하였다.
(5) 甲이 기소되어 사실관계 (3)에 대한 재판을 받게 되자, 乙은 甲의 동생인 丙에게 甲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하여 甲의 알리바이를 위한 허위의 증언을 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이에 따라 丙은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적법하게 선서한 후, ‘甲이 2022. 4. 11.에는 휴가를 내고 당일 새벽 자신과 함께 여행을 떠났다가 다음 날 집에 돌아왔다’고 허위로 증언하였다.
설문
(2)에서 동의를 ① '양해'로 보는 견해와 ② '승낙'으로 보는 견해로 나누어 甲의 죄책을 각각 논하시오.
해설
결론: 동의를 양해로 보든 승낙으로 보든, 甲은 동의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였으므로 절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쟁점
甲이 C의 지갑에서 수표를 꺼내 가져간 행위에 대하여 C의 동의가 있는 것으로 오인한 경우, C의 동의를 ①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양해'로 보는 견해와 ② 위법성을 조각하는 '승낙'으로 보는 견해에 따라 甲의 절도죄 성부가 어떻게 달라지는지가 문제된다. 실제로 C는 내심 동의하지 않았으나 甲은 동의가 있다고 오인한 점에서, 오인의 형법적 취급이 견해별로 달라진다.
근거 법령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형법 제13조(고의)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29조
검토
절도죄의 '절취'는 타인이 점유하는 재물을 그 의사에 반하여 자기의 지배로 옮기는 것을 말하므로, 점유자의 동의가 있으면 절취에 해당하지 않는다(약혼녀 C는 친족이 아니어서 친족상도례는 적용되지 않으므로 절도죄의 성부만 문제된다). 그런데 C는 실제로는 동의하지 않았고 甲이 이를 동의가 있는 것으로 오인하였으므로, 그 동의를 어떻게 파악하는지에 따라 오인의 취급이 달라진다.
1. 동의를 '양해'로 보는 견해 (①)
절도죄에서 피해자의 동의를 구성요건해당성을 조각하는 양해로 보면, 동의의 존재는 구성요건요소가 된다. C의 실제 양해가 없으므로 객관적으로는 절취에 해당하나, 甲은 양해가 있다고 오인하였으므로 이는 구성요건적 사실에 관한 착오이다.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행위는 벌하지 아니하므로(형법 제13조), 절도의 고의가 조각된다. 과실에 의한 절도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甲은 절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
2. 동의를 '승낙'으로 보는 견해 (②)
피해자의 동의를 위법성을 조각하는 승낙(형법 제24조)으로 보면, 동의가 없는 이상 구성요건에 해당하고 위법성도 조각되지 않는다. 다만 甲은 승낙이 있다고 오인하였으므로 이는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허용구성요건의 착오)에 해당하고, 그 처리에 관하여 견해가 대립한다.
- 고의설·구성요건착오 유추적용설·법효과제한적 책임설·소극적 구성요건표지이론에 따르면, 그 착오를 사실의 착오와 같게 보거나 그에 준하여 취급하여 (구성요건적) 고의 또는 책임고의가 조각되고 과실범의 문제만 남는데, 과실절도는 처벌규정이 없으므로 甲은 처벌되지 않는다.
- 엄격책임설에 따르면 이는 위법성의 착오(형법 제16조)로서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으면 책임이 조각된다. 약혼관계에 있는 C가 甲의 행위를 보고도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은 사정에 비추어 오인에 정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어 이 견해에 의하더라도 처벌되지 않는다.
결론
동의를 양해로 보는 견해에 의하면 구성요건적 착오로 절도의 고의가 조각되어 甲은 처벌되지 않고, 동의를 승낙으로 보는 견해에 의하더라도 위법성조각사유의 전제사실에 관한 착오로서 다수설에 따르면 과실범 문제만 남아 처벌되지 않는다. 따라서 어느 견해에 의하든 甲은 절도죄로 처벌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