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회(202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나)
사례
(1) 甲은 코로나19로 사업이 어렵게 되자 양부(養父) A에게 재산의 일부를 증여해 달라고 요구하였지만 핀잔만 듣게 되었다. 이에 화가 난 甲은 A를 살해하기로 마음먹고 따로 거주하고 있는 사촌 동생 乙에게 A를 살해하라고 교사하면서 甲과 A가 함께 살고 있는 집의 현관 비밀번호 및 집 구조를 乙에게 알려 주었다. 甲이 알리바이를 위하여 다른 지역으로 출장을 떠난 사이, 乙은 범행 당일 새벽 2시경 甲이 알려 준 비밀번호를 이용하여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침실에서 자고 있던 사람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으로 사망케 하였다. 그러나 사실 침실에서 자고 있던 사람은 A의 운전기사 B였다. 乙은 살해를 한 직후 거실에서 A 소유의 명품 시계 1개를 발견하고 욕심이 생겨 이를 가지고 나왔다.
(2) 다음 날 甲과 乙은 A가 위 범행 전날 밤 교통사고로 크게 다쳐 병원에 입원하였고 乙이 사망케 한 사람이 B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B 사망사건에 대한 수사가 개시되자 甲은 범행을 포기하였다가 6개월 후 다시 A를 살해할 마음을 먹고 乙에게 계획을 설명했으나 乙은 甲에게‘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였다. 이에 甲은 乙에게‘내가 알아서 하겠으니 A에게 투여할 독극물만 구입해 달라’고 하여 乙은 독극물을 구입하였지만 甲에게 주지 않은 채 그 다음 날 전화로‘나는 양심에 걸려 못하겠다’고 한 후 연락을 끊었다. 이에 甲도 범행을 단념하였으나 사업이 점점 어려워지자 1개월 후 A가 입원해 있는 병실에서 산소호흡기를 착용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독한 A의 산소호흡기를 제거하여 A를 살해하였다.
(3) 甲은 A명의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甲은 A를 살해한 직후 병실에 보관되어 있던 A의 인감도장을 가지고 나온 다음‘A가 甲에게 인감증명서 발급을 위임한다’는 취지의 A명의 위임장 1장을 작성하고 같은 날 주민센터 담당 직원 C에게 제출하여 A의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다.
(4) 甲의 여자친구 D는 甲이 잠이 든 D의 나체를 동의 없이 휴대전화를 이용하여 사진 촬영한 사실을 신고하면서 甲 몰래 가지고 나온 甲의 휴대전화를 사법경찰관 K에게 증거물로 제출하였다. K는 위 휴대전화를 압수한 후 D와 함께 휴대전화의 전자정보를 탐색하다가 D의 나체 사진 외에도 甲이 D와 마약류를 투약하는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을 발견하였고, 탐색을 계속하여 甲과 성명불상의 여성들이 마약류를 투약하는 장면이 녹화된 동영상을 발견하자 위 동영상들을 따로 시디(CD)에 복제하였다. 그 후 K는 위 시디(CD)에 대하여 영장을 발부받아 甲의 참여하에 이를 압수하였다.
설문
(2)에서 乙에 대하여 형사책임을 부인하거나 보다 가볍게 인정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모두 제시하시오.
해설
결론: 乙에 대하여는 ①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 불성립, ② 살인예비죄의 방조범 불성립, ③ 예비의 중지에 따른 중지미수 규정 준용에 의한 필요적 감면 가능성을 이론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
쟁점
甲의 살인을 위하여 乙이 독극물을 구입한 행위가 살인예비죄(형법 제255조)의 공동정범 또는 방조범을 구성하는지, 그리고 乙이 독극물을 甲에게 주지 않고 범행을 포기한 것을 예비의 중지로 보아 형을 감면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255조(예비, 음모) 제250조와 제253조의 죄를 범할 목적으로 예비 또는 음모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6조(중지범) 범인이 실행에 착수한 행위를 자의로 중지하거나 그 행위로 인한 결과의 발생을 자의로 방지한 경우에는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55조
검토
1.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 불성립
예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려면 2인 이상이 공동으로 죄를 범할 목적으로 준비행위를 한다는 공동가공의 의사와 기능적 행위지배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乙은 甲의 계획에 대하여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고 하였고 독극물을 甲에게 교부하지도 않은 채 곧바로 범행을 그만두었으므로, 甲과 사이에 살인을 공동으로 실현하려는 공동가공의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乙에게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하지 않는다.
2. 살인예비죄의 방조범 불성립
정범이 실행에 착수하지 아니하고 예비단계에 그친 경우에는 이를 방조한 자를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 통설·판례이다. 甲은 산소호흡기 제거에 의한 별개의 살인에 이르기 전 이 시점에서는 실행에 착수하지 못하고 예비단계에 머물렀으므로, 乙의 독극물 구입행위를 살인예비죄의 방조로 처벌할 수 없다.
3. 예비의 중지 — 중지미수 규정의 준용
대법원 1991. 6. 25. 선고 91도436 판결
중지범은 범죄의 실행에 착수한 후 자의로 이를 중지한 경우를 말하는 것이므로, 실행의 착수가 있기 전인 예비·음모의 행위를 처벌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중지미수범의 관념을 인정할 수 없으며, 따라서 예비단계에서 범행을 중지하더라도 중지미수범의 규정이 적용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예비단계의 중지와 중지미수 규정 적용의 가부
판례는 예비의 중지에 중지미수 규정의 적용을 부정한다. 그러나 실행에 착수한 후 중지하면 중지미수로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받는 데 반하여 그 전 단계인 예비에서 중지하면 오히려 감면을 받지 못하는 형의 불균형이 생기므로, 학설은 그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하여 예비의 중지에도 중지미수 규정(형법 제26조)을 준용하여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하여야 한다고 본다. 이 견해에 따르면 乙이 자의로 독극물을 교부하지 않고 범행을 그만둔 것은 예비의 중지로서 형의 필요적 감면 사유가 된다.
결론
乙에 대하여는 ① 공동가공 의사의 결여로 살인예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지 않고, ② 정범이 예비에 그쳐 살인예비죄의 방조범도 성립하지 않으며, ③ 설령 예비죄가 인정되더라도 예비의 중지로서 중지미수 규정을 준용하여 형을 필요적으로 감면할 수 있다는 점을 형사책임을 부인하거나 경감할 이론적 근거로 제시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