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2022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
사례
甲은 2차 전지 제조업을 영위하는 A주식회사(상장회사, 보통주만 발행, 자본금 100억 원)의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5에 해당하는 주식을 가진 주주로, 회사 운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甲은 인공지능을 활용한 신제품을 개발할 계획으로 이 분야의 전문가인 乙을 초빙하였고 A회사는 적법한 절차를 거쳐 乙을 대표이사로 선임하였다.
甲은 대표이사 乙에게 자신의 영향력을 이용하여 ①자신의 고등학교 동창인 주주 丙에게만 전환사채를 발행할 것, ②발행가액을 시가보다 현저히 낮게 할 것, ③이사회의 결의만으로 발행할 것을 지시하였다. A회사는 2021. 2. 1. 甲의 지시대로 丙에게 전환사채를 발행하였다. A회사의 정관에 전환사채 발행 관련 내용은 따로 두고 있지 아니하다.
B주식회사는 인공지능 관련 제품을 개발·판매하고 있는 비상장회사이다. A회사는 B회사로부터 2억 원 상당의 인공지능 관련 제품을 구입하는 계약을 B회사와 2021. 3. 5. 체결하였다. A회사는 보유 중이던 丁 발행 약속어음(액면금 2억 원)을 제품 구입 대가로 B회사에 배서양도하였다. 이후 B회사는 어음에 “추심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적어 배서하여 C주식회사에 교부하였다. C회사는 丁에게 어음을 만기에 적법하게 지급 제시하였으나 丁은 자금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급을 거절하였다. 이후 C회사는 해당 어음에 관한 상환청구 요건을 적법하게 구비하였다.
한편 A회사는 회사 사무실 인테리어를 위하여 가구회사인 D주식회사로부터 가구를 3천만 원에 매수하여 2021. 5. 10. 해당 가구를 인도받았다.
설문
B회사는 A회사에 대한 채권을 행사하고자 한다. B회사는 위 제품 구입 계약에 따른 매매대금을 청구하는 경우와 약속어음에 기한 청구를 하는 경우를 고려 중이다. B회사는 A회사에 대하여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채권을 청구할 수 있는가? (매매대금채권과 어음채권 중 무엇을 행사할지에 관한 A회사와 B회사의 의사는 명확하지 않음)
해설
결론: A회사가 제3자 丁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배서양도한 것은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되어 매매대금채권과 어음채권이 병존하므로, B회사는 먼저 어음채권(배서인 A회사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고 그로부터 만족을 얻지 못할 때 비로소 매매대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C회사에 대한 추심위임배서에도 불구하고 어음상 권리는 여전히 B회사에게 있으므로 B회사가 어음채권자로서 이를 행사한다
쟁점
A회사가 매매대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제3자 丁이 발행한 약속어음을 배서양도한 경우, ① 그 어음 교부가 매매대금채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지급에 갈음하여 / 지급을 위하여 / 담보를 위하여), ② 매매대금채권과 어음채권의 행사순서, ③ B회사가 C회사에게 한 추심위임배서로 어음상 권리가 이전되어 B회사가 어음채권을 상실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어음법 제18조(추심위임배서) ① 배서한 내용 중 … "추심(推尋)하기 위하여" … 문구가 있으면 소지인은 환어음으로부터 생기는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소지인은 대리(代理)를 위한 배서만을 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어음법 제18조 (약속어음에는 어음법 제77조 제1항 제1호로 준용)
검토
(1) 어음 교부의 법적 성질 — ‘지급을 위하여’ 교부의 추정
기존 채무의 이행에 관하여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어음을 교부하는 경우, 그 의사는 원인채무를 소멸시키는 ‘지급에 갈음하여’, 원인채무를 존속시키면서 지급방법으로 삼는 ‘지급을 위하여’, 단지 담보 목적의 ‘담보를 위하여’ 중 하나로 나뉜다.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고 어음상 주채무자가 원인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된다.
대법원 2010. 12. 23. 선고 2010다44019 판결(판결요지 [1])
… 어음상의 주채무자가 원인관계상의 채무자와 동일하지 아니한 때에는 제3자인 어음상의 주채무자에 의한 지급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이는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지급에 갈음하여' 교부된 것으로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추정은 깨진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변제수단으로서의 어음교부
이 사안에서 어음의 발행인(주채무자)은 丁이고 원인채무자는 A회사로서 서로 다르므로, A회사가 매매대금의 지급과 관련하여 丁 발행 어음을 배서양도한 것은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된다. 매매대금채권과 어음채권 중 무엇을 행사할지에 관한 A·B회사의 의사가 명확하지 않은 이 사안에서는 위 추정이 그대로 적용되어, 매매대금채권은 소멸하지 않고 어음채권과 병존한다.
이 판례(2010다44019)는 제15회·제9회 민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2) 어음채권과 매매대금채권의 행사순서
어음이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경우 채권자는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하여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가 예정한 것이므로,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하여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대법원 1995. 10. 13. 선고 93다12213 판결(판결요지 [2])
… 채권자는 어음채권과 원인채권 중 어음채권을 먼저 행사하여 만족을 얻을 것을 당사자가 예정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채권자로서는 어음채권을 우선 행사하고 그에 의하여서는 만족을 얻을 수 없을 때 비로소 채무자에 대하여 기존의 원인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어음채권과 원인채권의 행사순서
따라서 B회사는 매매대금채권을 곧바로 행사할 수 없고 먼저 어음채권을 행사하여야 한다. 다만 B회사가 매매대금채권(원인채권)을 행사하는 단계에 이르면 이중지급의 위험을 막기 위하여 A회사에게 어음을 반환하여야 하고, 원인채무의 이행과 어음의 반환은 동시이행관계에 있다(대법원 93다11203).
이 판례(93다12213)는 제13회·제10회·제9회 민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3) 추심위임배서의 효력 — B회사의 어음채권
B회사는 어음에 "추심하기 위하여"라는 문구를 적어 C회사에 배서하였는바, 이는 추심위임배서에 해당한다(어음법 제18조, 약속어음에는 제77조 제1항 제1호로 준용). 추심위임배서의 피배서인은 어음으로부터 생기는 모든 권리를 행사할 수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대리권의 수여일 뿐이고, 어음상의 권리 자체는 이전되지 아니하고 여전히 배서인에게 남는다. 따라서 어음상 권리자는 여전히 B회사이며, C회사는 B회사의 추심 대리인의 지위에 있을 뿐이다.
A회사는 丁 발행 약속어음을 B회사에 배서양도한 배서인이므로, 소지인인 B회사는 배서인 A회사에 대하여 상환청구권(소구권)을 가진다(어음법 제43조·제77조 제1항 제4호). C회사가 만기에 적법하게 지급제시하였으나 丁이 지급을 거절하였고 이후 적법하게 상환청구 요건을 구비하였으므로, B회사의 A회사에 대한 소구권은 보전되었다. 결국 B회사는 추심위임배서에도 불구하고 어음상 권리자로서 배서인 A회사에 대하여 어음금(상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결론
A회사가 제3자 丁 발행 약속어음을 배서양도한 것은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교부된 것으로 추정되어 매매대금채권과 어음채권이 병존한다. B회사는 먼저 어음채권, 즉 배서인 A회사에 대한 상환청구권을 행사하여야 하고(C회사에 추심위임배서를 하였어도 어음상 권리자는 여전히 B회사이다), 그로부터 만족을 얻지 못한 때에 비로소 어음을 A회사에 반환하고 매매대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