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2022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1) 甲은 따로 살고 있는 사촌형 A로부터 A가 2020. 12. 24. 10:00에 해외여행을 떠난다는 말을 들은 후 친구 乙에게 A가 조폭 출신이고 의심도 많아 자신이 직접 훔치기 어려우니 A의 집에서 귀금속을 훔쳐 달라, 귀금속을 가져다 주면 충분히 사례를 하겠다고 제안하였고, 乙은 이를 승낙하였다.
(2) 乙은 A의 집 주변을 사전 답사하면서 집 안을 엿보던 중 A가 현관문 옆 화분 아래에 비상용 열쇠를 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후배 丙에게 범행을 함께할 것을 제안하여, 丙의 승낙을 받고 丙과 역할 분담을 공모하였는데, 甲에게는 범행을 丙과 함께할 예정이라고 알리지 않았다.
(3) 2020. 12. 24. 10:30경 乙과 丙은 함께 丙이 운전하는 승용차를 타고 A의 집 앞으로 갔다. 丙은 A의 집 대문 앞에 승용차를 주차하고 차에 탑승한 채 망을 보고, 乙은 A의 집 담을 넘은 다음 현관문 옆 화분 아래에서 열쇠를 찾아 그 열쇠로 현관문을 열고 집 안에 들어가서 안방을 뒤지기 시작하였는데, 마당 창고에서 여행용 가방을 가지고 나오는 A의 기척을 듣고 황급히 안방 장롱에 들어가 몸을 숨겼다. A는 10:50경 짐 싸기를 마치고 집을 나섰는데, 丙은 乙이 아니라 A가 집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바로 승용차를 운전하여 도망을 가 버렸다.
(4) 乙은 A가 나간 것을 확인하고 다시 집 안을 뒤져 안방 서랍장에서 골드바 2개를 발견하고 미리 준비해 간 가방에 이를 넣고 11:00경 집 밖으로 나왔는데, 丙의 승용차가 보이지 아니하자 버스를 타기 위하여 200m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갔다.
(5) A는 여권을 집에 두고 온 것을 깨닫고 11:10경 집으로 돌아왔는데, 누군가 집 안을 뒤진 흔적이 있어 도둑이 든 것을 알게 되었다. A는 대로변으로 나와 살펴보던 중 버스정류장에서 A의 시선을 피하면서 어색한 행동을 보이는 乙을 발견하였다. A는 乙이 범인으로 의심되어 도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다그치면서 乙에게 A의 집으로 같이 갈 것을 요구하였다. 乙은 A의 위세에 눌려 A의 집으로 따라왔는데, A가 도둑질을 하지 않았느냐고 계속 추궁하면서 112 신고를 하려고 하자 체포를 면탈할 목적으로 양손으로 A의 가슴을 세게 밀쳐 넘어뜨려 A에게 약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요추부 타박상 등을 입히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그 후 乙은 甲에게 훔친 골드바 2개를 건네주었다.
(6) 丙은 위와 같이 중간에 도망친 바람에 乙로부터 돈을 받기 어려워졌다고 생각하고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하여 휴대전화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여 옛 여자친구 B에게 "내일까지 네가 3개월 전에 나한테서 빌려간 돈 100만 원을 무조건 갚아. 안 그러면 네 가족과 친구들이 이 동영상을 보게 될 거야."라는 메시지를 보내면서 과거 B와 성관계를 하면서 합의하에 촬영한 동영상을 캡처한 사진 파일을 첨부하였다. 위 메시지와 사진 파일을 받아 본 B는 겁을 먹고 경찰에 신고하였다.
설문
甲, 乙, 丙의 죄책은? (주거침입의 점은 제외함)
해설
결론: 甲은 절도교사죄와 장물취득죄, 乙은 특수절도죄와 폭행치상죄, 丙은 특수절도죄와 공갈미수죄 및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의 죄책을 진다(주거침입의 점 제외)
쟁점
① 乙·丙에게 합동절도(특수절도)가 성립하는지 — 특히 실행착수 후 현장을 이탈한 丙에게도 기수의 죄책이 미치는지, ② 절취 후 200m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진 乙의 폭행이 ‘절도의 기회’에 해당하여 (준)강도치상이 되는지 아니면 폭행치상에 그치는지, ③ 단순절도를 교사한 甲이 정범들의 초과실행(특수절도·폭행치상)에 대하여 어디까지 책임지는지(교사의 착오) 및 장물을 건네받은 甲의 장물취득죄, ④ 채권 추심을 위해 성적 촬영물로 협박한 丙의 공갈죄·성폭력처벌법위반죄 성부와 죄수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31조(특수절도)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형법 제335조(준강도) 절도가 재물의 탈환에 항거하거나 체포를 면탈하거나 범죄의 흔적을 인멸할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한 때에는 제333조 및 제334조의 예에 따른다.
형법 제262조(폭행치사상) 제260조와 제261조의 죄를 지어 사람을 사망이나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제257조부터 제259조까지의 예에 따른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3(촬영물과 편집물 등을 이용한 협박·강요) ①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 또는 복제물(복제물의 복제물을 포함한다) … 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1조 · 제335조 ·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검토
1. 乙·丙의 특수절도죄
주간에 절도의 목적으로 타인의 주거에 침입하여 절취할 재물의 물색행위를 시작하는 등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 밀접한 행위를 개시하면 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본다.
대법원 2003. 6. 24. 선고 2003도1985 판결
야간이 아닌 주간에 절도의 목적으로 다른 사람의 주거에 침입하여 절취할 재물의 물색행위를 시작하는 등 그에 대한 사실상의 지배를 침해하는 데에 밀접한 행위를 개시하면 절도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주거침입절도죄의 실행의 착수시기
乙이 담을 넘어 들어가 안방을 뒤지기 시작한 때 이미 절도의 실행에 착수하였고, 그 시점에 丙은 대문 앞 승용차에서 망을 보아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었다. 2명 이상이 합동하여 절취하면 특수절도죄가 성립하며(형법 제331조 제2항), 판례는 합동범의 본질에 관하여 현장설을 취하면서도 그 공동정범의 성립을 인정한다.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전원합의체 판결
… 3인 이상의 범인이 합동절도의 범행을 공모한 후 적어도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 … 그 공모에는 참여하였으나 현장에서 절도의 실행행위를 직접 분담하지 아니한 다른 범인에 대하여도 …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합동절도와 공동정범
문제는 丙이 A가 나오는 것을 보고 놀라 도망함으로써 절취 완성 전에 현장을 이탈한 점이다. 그러나 공범관계의 이탈로 후행 범행의 책임을 면하려면 다른 공범이 실행에 착수하기 전에 이탈하여야 하는데, 丙은 乙이 이미 실행에 착수한 뒤에 이탈하였다.
대법원 2011. 1. 13. 선고 2010도9927 판결
피고인이 포괄일죄의 관계에 있는 범행의 일부를 실행한 후 공범관계에서 이탈하였으나 다른 공범자에 의하여 나머지 범행이 이루어진 경우, 피고인이 관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하여도 죄책을 부담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범행의 일부를 실행한 후 공범관계에서 이탈한 경우 나머지 범행에 대한 죄책
丙은 실행착수 후에 이탈하였고, A의 등장에 놀라 도망한 것이어서 자의성도 없어 중지미수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乙의 나머지 절취행위를 저지하지도 않았다. 따라서 일부실행·전부책임의 원칙상 丙에게도 乙의 골드바 절취 기수에 대한 죄책이 미친다. 결국 乙·丙 모두 특수절도죄(기수)가 성립한다.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에 관한 위 98도321 판결은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사례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2003도1985 판결도 제14회·제13회 형사법 선택형에서 출제되었다.
2. 乙의 폭행치상죄 — 준강도 성립 여부
준강도(형법 제335조)가 성립하려면 폭행·협박이 ‘절도의 기회’에, 즉 절도의 실행에 착수하여 그 실행 중이거나 실행 직후로서 사회통념상 범죄행위가 완료되지 아니하였다고 인정될 단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대법원 2009. 7. 23. 선고 2009도5022 판결
준강도는 절도범인이 절도의 기회에 재물탈환의 항거 등의 목적으로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함으로써 성립되는 것으로서, 여기서 절도의 기회라고 함은 … 절도에 잇달아 또는 절도의 시간·장소에 접착하여 피해자 측이 범인을 체포할 수 있는 상황 … 을 말하고, 피해자 측이 추적태세에 있는 경우나 범인이 일단 체포되어 아직 신병확보가 확실하다고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절도의 기회에 해당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준강도의 절도의 기회
그런데 판례는 본 사안과 사실관계가 거의 동일한 사례에서 절도의 기회를 부정하였다.
대법원 1999. 2. 26. 선고 98도3321 판결(판결요지 [2])
피해자의 집에서 절도범행을 마치고 10분 가량 지나 피해자의 집에서 200m 가량 떨어진 버스정류장이 있는 곳에서 피고인을 절도범인이라고 의심하고 뒤쫓아 온 피해자에게 붙잡혀 피해자의 집으로 돌아왔을 때 비로소 피해자를 폭행한 경우, 그 폭행은 사회통념상 절도범행이 이미 완료된 이후에 행하여졌다는 이유로 준강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준강도의 절도의 기회:절도 종료 10분 후 200m 떨어진 곳에서의 폭행은 절도의 기회 ✗
乙은 11:00경 절취를 마치고 200m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갔고, 11:10경 집에 돌아온 A가 대로변에서 乙을 발견하여 추궁한 끝에 자신의 집으로 데려온 후에야 乙이 A를 밀쳐 넘어뜨렸다. 이는 사회통념상 절도범행이 이미 완료된 이후의 폭행이어서 절도의 기회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따라서 준강도(강도치상)는 성립하지 않고, 乙이 폭행의 고의로 A를 밀쳐 2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에 이르게 한 이상 폭행치상죄(형법 제262조)가 성립할 뿐이다. 丙은 이 폭행치상에 관하여 공모하지 않았고 예견가능성도 없으므로 책임지지 않는다.
절도의 기회를 인정한 위 2009도5022 판결은 제15회·제14회·제13회 등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사례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반면 절도의 기회를 부정한 98도3321 판결과의 대비가 본 문제의 핵심이다.
3. 甲의 죄책 — 절도교사죄와 장물취득죄
합동범의 본질에 관한 현장설에 의하면 범행 현장에 나아가지 않은 甲에게 특수절도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하지 않고, 甲에게는 乙의 범행에 대한 본질적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甲에게는 교사범의 성부만이 문제된다.
甲은 乙에게 단순절도(형법 제329조)를 교사하였으나, 乙은 그 범위를 초과하여 丙과 합동으로 특수절도(제331조 제2항)를 범하였다. 이는 교사한 범죄보다 무거운 범죄가 실행된 양적 초과에 해당하는데, 양적 초과의 경우 교사자는 교사한 범죄의 한도에서만 책임을 진다. 따라서 甲에게는 절도교사죄가 성립한다. 또한 乙의 폭행치상은 甲이 전혀 교사하지 아니한 질적 초과로서 甲은 이에 대하여 책임지지 않는다.
한편 甲은 乙로부터 훔친 골드바 2개를 건네받았다. 재산범죄의 정범은 장물죄의 주체가 될 수 없으나, 교사범은 정범이 아니므로 장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다. 甲은 절도의 교사범으로서 그 정범 乙로부터 장물인 골드바를 취득하였으므로 장물취득죄(형법 제362조 제1항)가 성립하고, 이는 절도교사죄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甲은 A와 따로 사는 사촌형제로서 동거하지 않는 친족에 해당하므로, 甲의 절도교사죄·장물취득죄에는 친족상도례가 적용되어 A의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는 상대적 친고죄가 된다. 이 소추조건 문제는 후속 설문에서 다룬다.)
4. 丙의 B에 대한 죄책 — 공갈미수죄와 촬영물이용협박죄
(1) 공갈미수죄
丙이 B에 대하여 100만 원의 대여금 채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도19493 판결
…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갈죄의 협박과 정당한 권리행사의 판단기준
丙이 과거 합의하에 촬영한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여 100만 원을 요구한 것은 권리실현의 수단으로서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범위를 명백히 넘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이다. 다만 B가 겁을 먹고 경찰에 신고하였을 뿐 丙이 금원을 교부받지는 못하였으므로, 丙에게는 공갈미수죄(형법 제350조 제1항, 제352조)가 성립한다.
이 판례(2018도19493)는 제14회·제6회 형사법 선택형, 제9회·제5회·제1회 형사법 사례형에서도 출제되었다.
(2) 성폭력처벌법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죄의 불성립
성적 촬영물을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반포한 경우 성폭력처벌법 제14조가 적용된다. 그러나 丙은 B와 합의하에 동영상을 촬영하였으므로 촬영행위는 위 죄에 해당하지 않고, 그 촬영물을 반포하겠다고 협박하였을 뿐 실제 반포에 나아가지 않았으며 그 예비·음모를 처벌하는 규정도 없으므로,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 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3)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촬영물을 이용하여 사람을 협박하면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24. 5. 30. 선고 2023도17896 판결
성폭력처벌법 제14조의3 제1항의 ‘촬영물 등을 이용하여’라 함은 촬영물 등을 인식하고 이를 방편이나 수단으로 삼아 협박행위에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 실제로 만들어진 촬영물 등이 존재하고 행위자가 이를 인식한 상태에서 그 촬영물 등을 방편으로 유포 가능성 등의 해악을 고지하면 위 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의 성립요건:'촬영물 등을 이용하여'의 의미와 직접 제시·소지·유포가능 상태 不要
丙은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성관계 동영상 캡처 사진을 방편으로 삼아 B를 협박하였으므로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가 성립한다.
이 판례(2023도17896)는 제14회·제10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4) 죄수
丙의 공갈미수죄와 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는 하나의 협박행위로 이루어졌으므로 상상적 경합(형법 제40조) 관계에 있고, 이는 앞의 특수절도죄와 실체적 경합(제37조 전단) 관계에 있다.
결론
甲은 절도교사죄와 장물취득죄(실체적 경합), 乙은 특수절도죄와 폭행치상죄(실체적 경합), 丙은 특수절도죄와 [공갈미수죄·성폭력처벌법위반(촬영물등이용협박)죄의 상상적 경합]의 실체적 경합의 죄책을 진다(주거침입의 점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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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홍형철 「제11회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