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2021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1문의5 2)
사례
[기초적 사실관계]
甲은 乙에게서 1억 원을 차용하고 그 일부를 담보하기 위해 甲 소유인 X토지에 관하여 乙에게 채권최고액 5,000만 원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마쳐 주었다.
[문제 1]
그 후 甲은 채무초과상태에서 이런 사실을 잘 아는 丙에게 유일한 재산인 시가 2억 원인 X토지를 1억 원에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丙은 「민법」 제364조에 따라 乙에게 5,000만 원을 제공하면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요구했으나 乙이 이에 응하지 아니하자 그 금액을 변제공탁한 후 乙을 상대로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문제 2]
甲은 乙에게 위 차용금 채무 1억 원을 모두 변제하였으나 근저당권설정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던 중 甲의 채권자 丁이 X토지를 가압류하였다. 그 후 甲은 戊에게서 다시 5,000만 원을 차용하고 甲, 乙, 戊의 합의에 따라, 乙 명의의 근저당권설정등기가 말소되지 않은 데에 착안하여, 근저당권을 戊에게 이전하는 형식의 부기등기를 마침으로써 戊에게 담보를 제공하였다. 丁은 戊를 피고로 삼아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그 소에서 丁은 '1) 戊는 근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가 마쳐지기 전에 이해관계를 가진 丁에게 대항할 수 없으므로 丁에게는 戊 명의 근저당권설정등기에 대한 말소청구권이 있고, 2) 만약 丁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청구권이 없다면 丁은 X토지의 소유자인 甲을 대위하여 말소를 구한다'고 주장한다. 甲은 채무초과상태이다.
설문
丁은 승소할 수 있는가?
해설
결론: 丁은 戊에 대한 직접 말소청구권도 없고, 甲을 대위한 말소청구도 인용될 수 없으므로 승소할 수 없다
쟁점
甲이 乙에 대한 피담보채무를 전액 변제하여 근저당권이 소멸하였음에도 그 등기를 말소하지 않고 있던 중 丁이 X토지를 가압류하였고, 그 후 甲·乙·戊의 합의로 무효인 근저당권설정등기를 戊에게 이전하는 부기등기를 마친 사안에서, ① 가압류채권자 丁이 戊에게 직접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있는지, ② 甲을 대위하여 말소를 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민법 제404조(채권자대위권) ① 채권자는 자기의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채무자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일신에 전속한 권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404조
검토
(1) 근저당권등기의 유용과 丁의 직접 말소청구권
甲이 乙에 대한 차용금 채무 1억 원을 전액 변제하여 근저당권의 피담보채무가 소멸하였으므로, 부종성에 의하여 근저당권도 소멸하고 乙 명의 근저당권설정등기는 무효가 되었다. 그런데 甲·乙·戊는 그 무효인 등기를 이용하여 戊의 새로운 채권을 담보하기로 하는 근저당권등기 유용의 합의를 하고 부기등기를 마쳤다.
대법원 1998. 7. 24. 선고 97다56242 판결
… 부동산 소유자와 종전의 채권자 그리고 새로운 제3의 채권자 등 3자가 합의하여 저당권설정등기를 유용하기로 합의한 경우라면 … 소유자에 대하여 그 등기 유용의 합의를 주장하여 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청구에 대항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다만 그 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 이전에 등기부상 이해관계를 가지게 된 자에 대하여는 위 등기 유용의 합의 사실을 들어 위 저당권설정등기 및 그 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의 유효를 주장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저당권의 성립요건 (2):저당권설정등기의 유용
丁의 가압류는 戊 명의 부기등기 이전에 이루어졌으므로, 戊는 丁에게 유용의 합의를 들어 대항할 수 없어 丁에 대한 관계에서 근저당권등기는 무효이다. 그러나 丁은 X토지를 가압류한 채권자에 불과하고 소유자가 아니므로, 소유권 등 물권에 기하여 戊에게 직접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권리는 없다.
저당권설정등기의 유용에 관한 이 판례(97다56242)는 제5·13회 민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채권자대위권에 의한 말소청구
丁은 甲에 대한 채권을 보전하기 위하여 甲을 대위하여 戊에게 말소를 구한다(민법 제404조). 甲은 무자력(채무초과)이나, 피대위권리인 甲의 戊에 대한 말소청구권이 존재하여야 한다. 그런데 甲은 유용 합의의 당사자이므로 甲과 戊 사이에서는 유용 합의가 유효하여, 甲은 戊에게 근저당권설정등기의 말소를 구할 수 없다. 즉 피대위권리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아가 대위채권자는 채무자가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 내에서만 행사할 수 있을 뿐,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을 주장할 수 없다.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9다4787 판결
채권자대위권은 채무자의 제3채무자에 대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이므로, 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해 가지는 모든 항변사유로 채권자에게 대항할 수 있으나, 채권자는 채무자 자신이 주장할 수 있는 사유의 범위 내에서 주장할 수 있을 뿐 자기와 제3채무자 사이의 독자적인 사정에 기한 사유를 주장할 수는 없다. … 채권자가 그 부기등기 전에 부동산을 가압류한 사실을 주장하는 것은 채무자가 아닌 채권자 자신이 제3채무자에 대하여 가지는 사유에 관한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무효인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가등기의 유용 합의와 부기등기 양수인의 대항 · 표준판례: 채권자대위소송의 공격방어구조:제3채무자는 채무자에 대한 모든 항변으로 대항, 채권자는 채무자 주장범위 내에서만 행사
따라서 丁이 대위소송에서 '부기등기 전에 가압류하였다'는 사정을 주장하는 것은 채무자 甲이 아닌 丁 자신이 戊에 대하여 가지는 독자적인 사유에 관한 것이어서 허용되지 않는다. 결국 甲에게 피대위권리가 없고 丁의 독자적 사정도 주장할 수 없으므로 대위청구는 인용될 수 없다.
결론
丁은 가압류채권자에 불과하여 戊에게 직접 말소를 구할 권리가 없고, 甲을 대위하더라도 甲에게 피대위권리가 없으며 부기등기 전 가압류라는 자신의 독자적 사정을 대위소송에서 주장할 수 없으므로, 丁은 승소할 수 없다.
---
참고: 이관형 「제10회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