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회(2021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1) 甲은 선배 A로부터 A소유의 중고차 처분을 부탁받고 B에게 5,000만 원에 그 중고차를 매도했음에도 4,000만 원에 매도한 것으로 기망하고 수수료는 받지 않겠다고 하면서 4,000만 원만 A에게 주었다. 甲은 B에게서 수표로 받은 잔액 1,000만 원을 그 정을 알고 있는 乙에게 보관해 달라고 부탁하였으나, 이를 받은 乙은 그 돈을 모두 유흥비로 탕진하였다. 이에 화가 난 甲은 乙을 상해하기로 마음먹고 乙의 사무실 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밤에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사람의 얼굴을 가격하여 3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가하였다. 그러나 곧 쓰러진 사람을 확인해 보니 그 사람은 乙이 아니라 乙의 사무실에서 강도를 하고 나오던 강도범 C였다.
(2) 1,000만 원을 반환하라는 甲의 독촉에 시달리던 乙은 A의 재물을 강취하기로 마음먹고 지인으로부터 A의 집 구조와 금고위치 등에 관한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현장을 답사하였다. 그로부터 3일 뒤 밤 11시경 乙은 A의 단독주택에 도착하여 외부 벽면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가 창문을 열고 들어가다가 예상치 못하게 집안에서 거구의 남자 2명이 다가오자 순간적으로 겁을 먹고 도망하였다. 경찰의 검거지시가 내려지자 乙은 친구 丙에게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도피 자금을 구해달라고 부탁하였다. 이를 승낙한 丙은 자기의 고가 골프채를 D에게 1,500만 원에 양도하기로 하여 D로부터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800만 원을 받았음에도 그 골프채를 E에게 1,800만 원을 받고 양도한 다음 그 중 1,000만 원을 乙에게 도피 자금으로 건네주었다.
설문
사실관계 (1)에서 甲과 乙의 죄책을 논하시오.
해설
결론: 甲에게는 A에 대한 횡령죄와 C에 대한 상해죄의 불능미수가 실체적 경합으로 성립하고(사기죄는 불성립), 乙에게는 장물보관죄가 성립한다(횡령죄는 불성립)
쟁점
사실관계 (1)에서 ① 甲이 매도대금 잔액을 임의 소비한 행위(횡령·사기), ② 甲이 乙로 오인하고 실제로는 강도범 C를 상해한 행위(사실의 착오·우연방위), ③ 乙이 장물을 보관하다 소비한 행위(장물보관·횡령)의 죄책이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27조(불능범) 실행의 수단 또는 대상의 착오로 인하여 결과의 발생이 불가능하더라도 위험성이 있는 때에는 처벌한다. 단, 형을 감경 또는 면제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7조
검토
1. 甲의 죄책
가. A에 대한 횡령죄 — 위탁매매에서 판매대금은 이를 수령함과 동시에 위임자에게 귀속한다.
대법원 2013. 3. 28. 선고 2012도16191 판결
위탁매매에 있어서 위탁품의 소유권은 위임자에게 있고 그 판매대금은 이를 수령함과 동시에 위탁자에게 귀속한다 할 것이므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탁매매인이 위탁품이나 그 판매대금을 임의로 사용·소비한 때에는 횡령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위탁물의 판매대금의 귀속과 횡령죄
A로부터 중고차 처분을 위임받은 甲이 수령한 매도대금 5,000만 원은 위임자 A의 소유이고 甲은 이를 보관하는 자이므로, 甲이 그중 1,000만 원을 A에게 반환하지 않고 임의 소비한 것은 횡령죄(형법 제355조 제1항)에 해당한다.
나. A에 대한 사기죄 — 자기가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기 위하여 기망수단을 쓴 경우에는 처분행위가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80. 12. 9. 선고 80도1177 판결
자기가 점유하는 타인의 재물을 횡령하기 위하여 기망수단을 쓴 경우에는 피기망자에 의한 재산처분행위가 없으므로 일반적으로 횡령죄만 성립되고 사기죄는 성립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자기점유 타인재물을 기망으로 영득:처분행위 없어 횡령죄만 성립, 사기죄 ✗
甲이 A에게 "4,000만 원에 매도하였다"고 기망하였더라도, 이는 자신이 보관하는 매도대금을 횡령하는 과정에서의 기망일 뿐 A의 재산처분행위가 없으므로 횡령죄 외에 별도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 C에 대한 상해죄 — 甲은 乙을 상해할 의사로 문에서 나오는 사람을 乙로 오인하여 가격하였는데, 이는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이다. 판례가 취하는 법정적부합설에 의하면 인식사실에 대한 고의가 발생사실에 대한 고의로 인정된다.
대법원 1984. 1. 24. 선고 83도2813 판결
… 소위 타격의 착오가 있는 경우라 할지라도 행위자의 살인의 범의성립에 방해가 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사실의 착오
따라서 甲에게 C에 대한 상해의 고의가 인정되어 구성요건해당성이 있다. 그런데 甲이 상해를 가할 당시 C는 乙의 사무실에서 강도를 하고 나오던 강도범이었으므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객관적 정당화상황은 존재하나, 甲은 C가 강도범임을 알지 못하여 방위의사(주관적 정당화요소)가 없는 우연방위에 해당한다. 우연방위의 취급에 관하여 무죄설·기수범설·불능미수범설이 대립하는데, 결과반가치는 탈락하나 행위반가치는 존재하므로 불능미수범설이 타당하다. 따라서 甲에게는 상해죄의 불능미수가 성립한다(형법 제257조 제1항, 제27조).
라. 죄수 — 甲의 횡령죄와 상해죄의 불능미수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형법 제37조 전단).
2. 乙의 죄책
가. 장물보관죄 — 乙은 甲이 A로부터 횡령한 1,000만 원(장물)을 그 정을 알면서 보관하였으므로 장물보관죄(형법 제362조 제1항)가 성립한다.
나. 횡령죄 — 장물보관죄가 성립한 후 이를 임의 처분한 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하여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4. 4. 9. 선고 2003도8219 판결
절도 범인으로부터 장물보관 의뢰를 받은 자가 그 정을 알면서 이를 인도받아 보관하고 있다가 임의 처분하였다 하여도 장물보관죄가 성립하는 때에는 이미 그 소유자의 소유물 추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그 후의 횡령행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불과하여 별도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장물보관 의뢰 받아 보관 중 임의 처분 — 장물보관죄 성립 + 횡령죄는 불가벌적 사후행위로 별도 성립 ✗
따라서 乙이 보관 중인 장물을 소비하였더라도 장물보관죄 외에 별도의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사실의 착오(83도2813)는 여러 회차 형사법 선택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고, 장물보관 후 처분(2003도8219)은 제9·12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甲에게는 A에 대한 횡령죄와 C에 대한 상해죄의 불능미수가 실체적 경합으로 성립하고(사기죄는 불성립), 乙에게는 장물보관죄만 성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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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홍형철 「제10회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기출해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