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2020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5)
사례
(1) 고등학교 체육교사인 甲이 학생 A와 B가 말다툼을 하는 것을 발견하고 다가가 훈계하자 A가 "이 아저씨는 누군데 간섭이야!"라고 말했고 화가 난 甲은 A에게 10여 명의 학생이 지켜보는 가운데 "배워먹지 못한, 이 싸가지 없는 것, 망할 년"이라고 소리를 지르며, 들고 있던 종이 수첩으로 A의 머리를 때렸다. 그 후 A의 아버지 C는 甲을 경찰에 고소하고 학교장에게 甲의 파면을 요구하였고, 甲은 결국 사직서를 제출하였다.
(2) 甲은 친구 乙, 丙에게 이러한 사정을 말하고 "C만 나대지 않았어도 일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라고 울분을 토로한 후 乙과 丙에게 "학교 앞에서 귀금속 판매점을 운영하고 있는 C를 찾아가 며칠간 입원해야 할 정도로 혼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부탁하였다. 사실 乙은 C와 원한관계에 있었고 건장한 C가 남들이 모르는 특이한 심장병을 앓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 기회에 C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여 위 부탁을 받아들였고,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는 丙도 수락하였다.
(3) 甲은 범행 당일 아침 乙에게 전화를 걸어 "어제는 술김에 화가 나서 그런 말을 한 것이니까 C에 대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해라."라고 말하였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고 판단한 乙은 甲에게 거절의사를 분명히 하였다. 당일 오후경 乙은 귀금속 판매점 밖에서 망을 보고 丙은 안으로 들어가서 C를 향해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심장이 약한 C가 느닷없이 쓰러졌다. 예상하지 못한 일에 당황한 丙은 C가 사망한 것으로 생각하였다.
(4) 밖으로 뛰어나온 丙이 乙에게 "큰일났다, 도망가자."라고 말하면서 급히 현장을 떠나자, 확인을 위해 판매점 안으로 들어간 乙이 기절하여 축 늘어져 있는 C를 보고 사망한 것으로 오인하여 사체은닉의 목적으로 C를 인근야산에 매장하였다. 그런데 C는 부검결과, 매장으로 인한 질식사로 판명되었다.
설문
제1심법원이 丙에 대하여 징역 1년을 선고하자, 丙은 항소하려고 담당 교도관에게 항소장 용지를 요청하였는데, 교도관이 착오로 상소권포기서 용지를 제공하였다. 丙은 용지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서명·제출하여 결국 항소포기가 확정되었다. 丙의 항소포기는 유효한가?
해설
결론: 유효하다
쟁점
교도관이 착오로 항소장 용지 대신 상소권포기서 용지를 제공하였고 丙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서명·제출하여 항소포기가 확정된 경우, 그 항소포기가 착오에 의한 것으로서 무효인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349조(상소의 포기, 취하) 검사나 피고인 또는 제339조에 규정한 자는 상소의 포기 또는 취하를 할 수 있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49조
형사소송법 제354조(상소포기 후의 재상소의 금지) 상소를 취하한 자 또는 상소의 포기나 취하에 동의한 자는 그 사건에 대하여 다시 상소를 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54조
검토
항소포기와 같은 절차형성적 소송행위가 착오로 인하여 행하여진 경우 그 행위가 무효로 되기 위해서는, 그 착오가 행위자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하였을 것이 요구된다. 이 사안과 사실관계가 동일한 판례는, 교도관이 항소장 용지 대신 상소권포기서 용지를 잘못 내어 주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서명·무인한 경우 피고인에게 과실이 있어 항소포기가 유효하다고 판단하였다.
대법원 1995. 8. 17.자 95모49 결정
… 항소포기와 같은 절차형성적 소송행위가 착오로 인하여 행하여진 경우 그 행위가 무효로 되기 위하여는 그 착오가 행위자 또는 대리인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하였을 것이 요구되는 것인바, … 교도관이 내어 주는 상소권포기서를 항소장으로 잘못 믿은 나머지 이를 확인하여 보지도 않고 서명무인하였다는 점에 있어서는 재항고인에게 과실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고, 따라서 재항고인의 항소포기는 유효하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착오에 의한 절차형성적 소송행위와 무효
이 사안에서 교도관이 착오로 상소권포기서 용지를 제공한 잘못이 있으나, 丙 역시 그 용지를 확인해 보지도 않고 서명·제출하였으므로 丙에게 과실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항소포기의 착오가 丙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없어, 그 항소포기는 유효하다. 나아가 상소를 포기한 자는 그 사건에 대하여 다시 상소를 하지 못하므로(제354조), 丙은 다시 항소할 수도 없다.
이 판례(95모49)는 착오에 의한 절차형성적 소송행위의 무효 요건에 관한 대표적 판례로, 본 사안과 사실관계가 동일한 원형 판례이다.
결론
丙이 교도관으로부터 받은 용지를 확인하지 않고 서명·제출한 데에 과실이 있어 항소포기의 착오가 丙이 책임질 수 없는 사유로 발생한 것이라고 볼 수 없으므로, 丙의 항소포기는 유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