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2020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2)
사례
(1) A사립학교법인 이사장 甲은 학교에서 발생한 폭력문제가 언론에 보도되는 등 학교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A사립학교법인의 임원 변경 방식을 통하여 학교의 운영권을 타인에게 넘기기로 마음먹었다. 이를 전해들은 乙은 甲에게 연락하여 A사립학교법인의 운영권을 5억 원에 양도하고 자기를 A사립학교법인 이사장으로 선임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乙은 자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이후 甲에게 5억 원을 이체하기로 하였다. 乙은 이사장으로 선임된 직후 B로부터 A사립학교법인의 교직원으로 채용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그 대가로 1억 원을 교부받았다.
(2) 乙은 운영권 양수 대금인 5억 원을 甲의 계좌로 이체하려다가 착각하여 丙의 계좌로 잘못 이체하였다. 자신의 계좌에 乙의 명의로 5억 원이 이체된 것을 확인하고 돌려주려는 丙에게 친구인 丁은 아무런 근거 없이 "乙이 착오로 너에게 입금한 것이 분명해. 그 돈을 다른 계좌로 이체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을 테니까, 우선 내 계좌로 이체해."라고 말하였다. 丙은 丁의 말을 듣고 막연히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고 5억 원을 丁의 계좌로 이체하였다.
(3) 한편 甲은 乙이 B로부터 교직원 채용의 대가로 1억 원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고 그중 5,000만 원을 자신에게 이체할 것을 乙에게 요구하면서 '5,000만 원을 주지 않으면 부정채용으로 경찰에 고발하겠다'는 문자를 일주일 동안 수십 차례 보냈다. 문자를 받고 겁을 먹은 乙은 甲에게 5,000만 원을 이체하였다.
설문
검사는 (3)의 범죄사실에 대해 甲을 기소하였다. 만약 제1심 공판 진행 중에 乙이 甲의 문자 내용에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 甲을 불쌍하게 여겨 5,000만 원을 이체한 것으로 밝혀졌다면 법원이 취해야 할 조치는?
해설
결론: 법원은 공소장변경 없이 甲을 공갈미수죄로 유죄 인정하여야 한다
쟁점
공갈 기수의 범죄사실로 기소된 甲에 대하여, 심리 결과 피해자 乙이 겁을 먹고 처분한 것이 아니라 甲을 불쌍하게 여겨 5,000만 원을 이체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 공갈죄의 기수가 성립하는지(공갈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의 인과관계), 그리고 미수만 인정되는 경우 법원이 공소장변경 없이 이를 유죄로 인정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2조(미수범) 제347조 내지 제348조의2, 제350조, 제350조의2와 제351조의 미수범은 처벌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2조
검토
(1) 공갈죄 기수의 성립 여부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공갈행위(협박)로 인하여 피공갈자가 외포심을 일으키고 그 외포심에 기하여 재물을 교부하는 처분행위를 하여야 하며, 공갈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어야 한다.
대법원 2012. 1. 27. 선고 2011도16044 판결
재산상 이익의 취득으로 인한 공갈죄가 성립하려면 폭행 또는 협박과 같은 공갈행위로 인하여 피공갈자가 재산상 이익을 공여하는 처분행위가 있어야 한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갈피해자의 부작위의 처분행위
이 사안에서 乙은 甲의 협박 문자에 겁을 먹어 5,000만 원을 이체한 것이 아니라 甲을 불쌍하게 여겨 이체한 것이므로, 甲의 공갈행위와 乙의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공갈죄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고, 甲에게는 공갈미수죄(형법 제352조, 제350조 제1항)만 성립한다.
(2) 공소장변경 없이 축소사실 인정 가부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대법원 2009. 5. 14. 선고 2007도616 판결
법원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심리의 경과에 비추어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을 초래할 염려가 없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공소장이 변경되지 않았더라도 직권으로 공소장에 기재된 공소사실과 다른 범죄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소사실의 축소사실 인정과 법원의 의무성
공갈미수는 공갈기수의 공소사실에 포함된 축소사실로서, 이를 인정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 불이익이 없다. 따라서 법원은 공소장변경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직권으로 甲에게 공갈미수죄를 인정할 수 있다.
축소사실 인정 판례(2007도616 등)는 제3·6·8·9·10·11회 등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사례형에서도 출제된 빈출 법리이다.
결론
乙이 외포심이 아니라 연민으로 5,000만 원을 이체하여 공갈행위와 처분행위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으므로 공갈죄의 기수는 성립하지 않는다. 법원은 축소사실인 공갈미수죄를 공소장변경 없이 직권으로 유죄 인정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