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2019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甲이 乙에게 채무변제를 독촉하면서 '너 혼자 몰래 A의 집에 들어가 A 소유의 도자기를 훔쳐 이를 팔아서 나에게 변제하라'라고 말하였다. 이를 승낙한 乙은 혼자 범행을 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甲에게는 알리지 않은 채 친구 丙과 함께 A의 도자기를 훔치기로 공모하였다.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웠던 甲은 乙에게 전화하여 범행 단념을 권유하였으나, 乙은 甲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였고 2018. 6. 20. 10:00경 丙과 함께 A의 집에 도착하였다. 丙은 A의 집 앞에서 망을 보고, 곧바로 乙은 A의 집에 들어가 A의 도자기를 훔친 후 丙과 함께 도주하였다. 그 후 乙은 B를 기망하여 도자기를 1억 원에 판매하고 자신의 몫 5,000만 원을 은행에 별도 계좌를 개설하여 예금해 두었다가 며칠 후 그 전액을 수표로 인출하여 그 정을 알고 있는 甲에게 채무변제금 명목으로 지급하였다.
사건을 수사하던 사법경찰관 P는 2018. 6. 27. 22:00경 乙을 카페에서 적법하게 긴급체포한 직후, 乙이 자신의 노트북 컴퓨터로 작업하던 위 범행 관련 문서를 발견하고 노트북 컴퓨터를 그 자리에서 영장 없이 압수하였다. 그 후 P는 경찰서로 연행된 乙로부터 도자기 판매대금이 예치되었던 예금통장이 乙의 집에 있다는 임의의 자백을 듣고, 가족이 이를 훼손할 염려가 있는 등 긴급히 그 예금통장을 압수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P는 2018. 6. 28. 01:00경 압수수색영장 없이 乙의 집에 들어가 그 집을 지키던 乙의 배우자를 집 밖으로 나가게 한 채 집을 수색하여 예금통장을 압수하고 나서 즉시 노트북 컴퓨터와 예금통장에 대하여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乙의 배우자는 乙과 상의 없이 전직 경찰관 丁에게 '이 돈을 P에게 전달하여 남편의 일을 잘 무마해 달라'라고 하며 3,000만 원을 건네주었고, 丁은 그 돈 전부를 P에게 전달하였다.
한편 乙의 체포사실을 알아차린 丙은 바로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6개월 동안 필리핀으로 도피하였다가 귀국하였다.
설문
甲, 乙, 丙, 丁의 죄책은?
해설
쟁점
① 절도를 교사한 甲이 범행 단념을 권유하였으나 정범이 실행에 나아간 경우 교사범의 이탈 여부, 정범의 초과실행(합동절도)에 대한 교사자의 책임 범위, 甲이 판매대금을 수령한 행위의 장물취득죄 성부, ② 乙·丙의 합동절도·주거침입죄와 乙이 장물인 도자기를 기망 판매한 사기죄, ③ 丁이 뇌물에 공할 금품을 그 정을 알면서 교부받아 전달한 증뢰물전달죄의 성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1조(교사범) ① 타인을 교사하여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1조
형법 제331조(특수절도)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1조
형법 제362조(장물의 취득, 알선 등) ① 장물을 취득, 양도, 운반 또는 보관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62조
형법 제133조(뇌물공여 등) ② 제1항의 행위에 제공할 목적으로 제3자에게 금품을 교부한 자 또는 그 사정을 알면서 금품을 교부받은 제3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33조
검토
1. 甲의 죄책
(1) 절도교사와 공범관계로부터의 이탈
甲은 乙에게 "몰래 A의 집에 들어가 도자기를 훔쳐라"라고 하여 주거침입 및 절도를 교사하였고 乙이 이를 승낙하여 범행을 결의하였다. 甲이 이후 전화로 범행 단념을 권유하였으나, 교사범이 공범관계에서 이탈하려면 정범이 실행에 나아가기 전에 교사로 형성된 범행 결의를 해소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11. 15. 선고 2012도7407 판결
교사범이 그 공범관계로부터 이탈하기 위해서는 피교사자가 범죄의 실행행위에 나아가기 전에 … 범죄 실행의 결의를 해소하는 것이 필요하고, … 피교사자의 범죄 실행을 방지하기 위한 진지한 노력을 다하여 … 범죄 실행의 결의가 더 이상 유지되지 않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면, 설사 그 후 피교사자가 범죄를 저지르더라도 … 교사범으로서의 죄책을 부담하지는 않는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교사자의 공범관계로부터의 이탈
甲은 단순히 단념을 권유하였을 뿐 乙이 이를 단호히 거절하고 실행에 나아갔으므로, 甲은 乙의 범행 결의를 해소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甲은 공범관계에서 이탈하지 못하여 교사범의 죄책을 진다.
이 판례(2012도7407)는 제12회 형사법 선택형 제40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정범의 초과실행과 교사자의 책임 범위
甲은 乙 단독의 절도를 교사하였으나 乙은 丙과 합동하여 특수절도(형법 제331조 제2항)를 범하였다. 교사자는 자신이 교사한 범위에서 책임을 지므로, 정범이 교사 내용을 초과하여 실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책임지지 않는다.
대법원 2002. 10. 25. 선고 2002도4089 판결
교사자가 피교사자에 대하여 상해 또는 중상해를 교사하였는데 피교사자가 이를 넘어 살인을 실행한 경우에, 일반적으로 교사자는 상해죄 또는 중상해죄의 죄책을 지게 되는 것이지만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교사의 내용과 정범의 실행행위가 일치하지 않는 경우
甲은 합동절도를 교사하지 않았으므로 특수절도의 교사책임은 지지 않고, 자신이 교사한 범위인 주거침입죄와 절도죄의 교사범이 된다.
이 판례(2002도4089)는 제10·11·13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3) 판매대금 수령과 장물취득죄
乙은 도자기를 B에게 기망 판매하여 1억 원을 편취하였는데(후술 乙의 사기죄), 이는 사기범죄로 취득한 장물이다. 甲은 절도의 교사범일 뿐 그 절도나 사기의 정범(공동정범·합동범)이 아니므로 장물죄의 주체가 될 수 있고, 그 취득이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1986. 9. 9. 선고 86도1273 판결
장물죄는 … 자기의 범죄에 의하여 영득한 물건에 대하여는 성립하지 아니하고 이는 불가벌적 사후행위에 해당하나 여기에서 자기의 범죄라 함은 정범자(공동정범과 합동범을 포함한다)에 한정되는 것이므로 … 당해 범죄행위의 정범자 … 로 되지 아니한 이상 이를 자기의 범죄라고 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장물의 취득을 불가벌적 사후행위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습 공동범행자라도 당해 범행의 정범자(공동정범·합동범) 아니면 별도 장물취득죄
또한 乙이 편취금을 예금하였다가 수표로 인출하여 甲에게 지급하였더라도, 금전은 고도의 대체성을 가지므로 예금·인출을 거친 자기앞수표도 장물성을 유지한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98도2579 판결
… 장물인 현금을 금융기관에 예금의 형태로 보관하였다가 … 인출한 경우에 … 인출된 현금은 … 장물로서의 성질은 그대로 유지된다 … 자기앞수표도 … 금전의 경우와 동일하게 보아야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현금, 자기앞수표와 대체장물
甲은 그 정을 알면서 5,000만 원을 채무변제금 명목으로 취득하였으므로 장물취득죄(형법 제362조 제1항)가 성립한다.
이 판례(98도2579)는 제6회 형사법 사례형 제1문1)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4) 甲의 죄수
甲은 주거침입죄의 교사범, 절도죄의 교사범, 장물취득죄가 각 성립하고, 이들은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2. 乙의 죄책
(1) 특수절도(합동절도)와 주거침입
乙은 丙과 합동하여 A의 도자기를 절취하였으므로 합동절도인 특수절도죄(형법 제331조 제2항)가 성립한다. 절도의 수단으로 주간에 A의 주거에 침입한 행위는 특수절도죄에 흡수되지 않고 별개의 주거침입죄를 구성한다.
대법원 2015. 10. 15. 선고 2015도8169 판결
… 야간주거침입절도죄 및 … 특수절도(야간손괴침입절도)죄를 제외하고 일반적으로 주거침입은 절도죄의 구성요건이 아니므로 절도범인이 범행수단으로 주거침입을 한 경우에 주거침입행위는 절도죄에 흡수되지 아니하고 별개로 주거침입죄를 구성하여 절도죄와는 실체적 경합의 관계에 서는 것이 원칙이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습 단순절도와 주간 주거침입의 죄수:상습절도죄와 별개로 주거침입죄 성립
따라서 乙에게 특수절도죄와 주거침입죄가 성립하고 양자는 실체적 경합관계이다.
이 판례(2015도8169)는 제6·7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사기죄
乙이 장물인 도자기를 그 정을 모르는 B에게 정상품인 것처럼 기망하여 1억 원에 판매한 행위는, B로 하여금 도품 반환의 위험을 지는 재산상 처분을 하게 한 것으로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가 성립한다. 절도범이 절취품을 처분하는 행위는 원칙적으로 불가벌적 사후행위이나, 새로운 법익주체인 B에 대한 기망으로 별개의 재산상 손해를 가하였으므로 사기죄가 별도로 성립한다.
(3) 乙의 죄수
乙은 특수절도죄, 주거침입죄, 사기죄가 각 성립하고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3. 丙의 죄책
丙은 乙과 합동절도를 공모하고 범행 현장에서 망을 보아 실행행위를 분담하였으므로, 시간적·장소적 협동관계를 이룬 합동절도의 정범으로서 특수절도죄(형법 제331조 제2항)의 죄책을 진다.
대법원 1998. 5. 21. 선고 98도321 판결
… 형법 제331조 제2항 후단의 합동절도와 관련하여 … 2인 이상의 범인이 범행 현장에서 시간적, 장소적으로 협동관계를 이루어 절도의 실행행위를 분담하여 절도 범행을 한 경우 … 합동절도의 범행을 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는 정범성의 표지를 갖추고 있는 한 … 합동절도의 공동정범의 성립을 부정할 이유가 없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합동절도와 공동정범
주거침입도 별개로 성립하여(위 2015도8169) 특수절도죄와 실체적 경합관계이다. 한편 丙이 체포를 면할 목적으로 필리핀으로 도피한 것은 자기 범죄에 관한 도피로서 범인도피죄가 성립하지 않으므로 그로 인한 별도의 죄책은 없다.
이 판례(98도321)는 제7·12·14회 형사법 선택형과 제2회 형사법 사례형 제1문1)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4. 丁의 죄책
丁은 乙의 배우자로부터 "P에게 전달하여 남편의 일을 무마해 달라"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 원을 받아 P에게 전달하였다. 丁은 뇌물에 공할 금품임을 알면서 이를 교부받았으므로 증뢰물전달죄(형법 제133조 제2항)가 성립한다.
대법원 1997. 9. 5. 선고 97도1572 판결
형법 제133조 제2항은 … 증뢰물전달행위를 독립한 구성요건으로 하여 … 처벌하는 규정으로서, 제3자의 증뢰물전달죄는 … 제3자가 그 정을 알면서 금품을 교부받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며, 나아가 제3자가 그 교부받은 금품을 수뢰할 사람에게 전달하였다고 하여 증뢰물전달죄 외에 별도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증뢰물전달죄(형법 제133조 제2항):교부받은 금품을 수뢰자에게 전달해도 별도 뇌물공여죄 ✗
丁이 그 금품을 P에게 전달하였더라도 별도의 뇌물공여죄는 성립하지 않고 증뢰물전달죄만 성립한다.
이 판례(97도1572)는 제1·5회 형사법 선택형과 제1회 형사법 사례형 제2문2)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 甲: 주거침입교사죄, 절도교사죄, 장물취득죄 — 실체적 경합
- 乙: 특수절도죄, 주거침입죄, 사기죄 — 실체적 경합
- 丙: 특수절도죄, 주거침입죄 — 실체적 경합
- 丁: 증뢰물전달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