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2019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甲과 乙은 보이스피싱으로 돈을 마련하기로 공모했다. 이에 따라 甲은 A에게 전화하여 '검찰청 수사관이다. 당신 명의의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어 그 계좌에 곧 돈이 들어올 것이다. 그 돈을 포함해서 계좌에 있는 돈 전액을 인출해서 검찰청 앞으로 와라'라고 말했다. 乙은 B에게 전화하여 '서초경찰서 경찰이다. 당신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안전한 계좌로 옮겨야 한다'라고 말하면서 A 명의의 계좌번호를 알려주었다. B는 A 명의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이체했고, A는 그 1,000만 원을 포함해서 자신의 계좌에 있던 전액 1,500만 원을 인출한 다음 甲에게 교부했다. 甲과 乙은 범행으로 취득한 1,500만 원의 배분 문제로 甲의 아파트 거실에서 다투다가 몸싸움을 하게 되었는데, 왜소한 체격의 甲이 힘이 센 乙에게 밀리자 주방에 있던 식칼로 乙을 찌르려고 하기에 乙은 甲으로부터 그 식칼을 빼앗아 甲의 목을 찌른 후 그 식칼을 가지고 도주하였다.
甲의 처 丙은 귀가하여 거실에서 많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甲을 발견하고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평소 자신을 지속적으로 구타해 온 甲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대로 두고 나가버렸다. 이후 사법경찰관 P1은 乙을 적법하게 체포하면서 乙로부터 위 식칼을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였고 사후에 영장을 발부받지는 않았다. P1은 乙과 함께 현장검증을 실시하여 혈흔이 남아 있는 범행현장을 사진으로 촬영하였고, 乙이 '식칼로 甲의 목을 찔렀다'라고 진술하면서 범행을 재연하는 상황도 사진으로 촬영한 후, 이를 첨부하여 위 진술내용이 기재된 검증조서를 작성하였다.
병원으로 후송되어 치료를 받고 퇴원한 甲은 丁에게 乙을 살해할 것을 부탁하였고 이를 승낙한 丁은 C를 乙로 오인하고 C를 자동차로 들이받았으나 6주의 상해를 가하는 데에 그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사법경찰관 P2가 丁을 적법하게 체포하여 그 인적사항을 확인하자 丁은 자신의 친형 D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였고, 丁은 피의자신문을 받은 후 P2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를 교부받아 열람하고 그 조서 말미에 D 명의로 서명날인한 다음 P2에게 건네주었다.
설문
甲, 乙, 丙, 丁의 죄책은?
해설
쟁점
① 甲·乙이 A·B를 각 기망하여 취득한 금원에 대한 사기죄의 성부와 피해자·편취액, ② 甲이 식칼로 乙을 찌르려 한 행위의 죄책과, 乙이 식칼을 빼앗아 甲의 목을 찌른 행위의 정당방위·과잉방위 성부 및 식칼을 가지고 도주한 행위의 죄책, ③ 甲의 처 丙이 쓰러진 甲을 방치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의 성부, ④ 甲의 교사에 따라 丁이 乙로 오인한 C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경우의 객체의 착오와 甲·丁의 죄책, 丁이 형 D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하고 D 명의로 서명한 행위의 죄책이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47조
형법 제21조(정당방위) ① 현재의 부당한 침해로부터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을 방위하기 위하여 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벌하지 아니한다. ② 방위행위가 그 정도를 초과한 경우에는 정황에 따라 그 형을 감경하거나 면제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1조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8조
형법 제230조(공문서 등의 부정행사) 공무원 또는 공무소의 문서 또는 도화를 부정행사한 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30조
형법 제239조(사인등의 위조, 부정사용) ①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② 위조 또는 부정사용한 타인의 인장, 서명, 기명 또는 기호를 행사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39조
검토
1. 甲·乙의 보이스피싱 사기죄 (공동정범)
甲과 乙은 보이스피싱을 공모하고 기능적 행위지배 아래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였으므로, 아래 각 사기죄의 공동정범(형법 제30조)이 성립한다.
(1) B에 대한 사기죄 — 1,000만 원
乙이 B를 기망하여 B로 하여금 A 명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이체하게 하였으므로, B의 처분행위에 의한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가 성립한다. 甲·乙은 사정을 모르는 A를 도구로 이용하여 그 편취금을 인출·취득하였으므로, A가 교부한 1,000만 원 부분은 B에 대한 사기의 실현에 해당한다.
(2) A에 대한 사기죄 — 500만 원
甲이 A를 기망하여 A로 하여금 자신의 계좌에 있던 자기 돈 500만 원을 인출·교부하게 하였으므로, A의 처분행위에 의한 사기죄가 별도로 성립한다. 다만 A가 함께 교부한 1,000만 원은 B에 대한 사기죄로 이미 평가된 부분이고 A가 그 실질적 권리자가 아니므로, 그 부분에 대하여 A에 대한 별도의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2. 甲·乙의 상호 공격 — 살인미수와 정당방위
(1) 甲의 죄책 — 식칼로 乙을 찌르려 한 행위
甲이 몸싸움 중 밀리자 주방의 식칼을 들고 乙을 찌르려 한 행위는, 격정 상태에서라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할 수 있고 식칼로 乙에게 다가가 찌르려 한 시점에 살인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있다. 乙이 이를 빼앗아 甲이 목적을 이루지 못하였으므로, 甲에게는 살인미수죄(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가 성립한다.
(2) 乙의 죄책 — 식칼을 빼앗아 甲의 목을 찌른 행위
乙이 甲으로부터 식칼을 빼앗은 시점에 甲의 침해는 이미 종료되었으므로, 그 후 乙이 甲의 목을 찌른 행위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가 없는 상태에서 이루어진 공격으로서 방위의사에 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794 판결
… 반항하는 피해자로부터 낫을 빼앗아 그 낫으로 피해자의 가슴, 배, 등, … 목 … 부위 등을 … 찔러 사망하게 한 행위는 방위행위로서의 상당성을 갖추지 못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정당방위의 상당성:낫을 빼앗아 수차례 찔러 사망케 한 행위 · 표준판례: 낫 빼앗아 가슴·배·목 10여회 자상 → 방위 의사 ✗ → 정당방위·과잉방위 모두 ✗
무기를 빼앗아 침해가 종료된 후의 공격은 방위행위로 평가할 수 없어 정당방위(형법 제21조 제1항)는 물론 과잉방위(제21조 제2항)도 성립하지 않는다. 또한 이는 서로 공격할 의사로 다투는 싸움 중에 이루어진 것이기도 하여, 싸움 중의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나 과잉방위로 볼 수 없다.
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 서로 공격할 의사로 싸우다가 먼저 공격을 받고 이에 대항하여 가해하게 된 것 … 이와 같은 싸움의 경우 가해행위는 방어행위인 동시에 공격행위의 성격을 가지므로 정당방위 또는 과잉방위행위라고 볼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싸움과 정당방위
식칼로 급소인 목을 찌른 이상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고, 甲이 치료 후 생존하였으므로 乙에게는 살인미수죄(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가 성립한다.
이 판례(2007도1794)는 제6·9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3) 乙의 식칼 취거 — 절도죄
乙이 甲 소유의 식칼을 가지고 도주한 행위는, 그 식칼을 자신의 지배 아래 두어 반환하지 않을 의사가 인정되는 한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 절도죄(형법 제329조)가 성립한다.
3. 丙의 부작위에 의한 살인미수
丙은 甲의 배우자로서 부부간 부양·보호의무(민법 제826조)에 기한 보증인지위에 있고, 피를 흘리며 쓰러진 甲을 발견하여 사망의 위험을 인식하였으며, 구조기관에 신고하는 등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다.
대법원 2015. 11. 12. 선고 2015도6809 판결
… 부진정 부작위범의 경우에는 보호법익의 주체가 법익에 대한 침해위협에 대처할 보호능력이 없고, 부작위행위자에게 침해위협으로부터 법익을 보호해 주어야 할 법적 작위의무가 있을 뿐 아니라, 부작위행위자가 그러한 보호적 지위에서 법익침해를 일으키는 사태를 지배하고 있어 작위의무의 이행으로 결과발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어야 …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서 범죄의 실행행위로 평가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작위범의 성립요건과 미필적 고의
丙은 甲이 "차라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방치하여 甲의 사망을 용인하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되고, 사경에 이른 甲을 방치한 것은 작위에 의한 살인과 동등하게 평가되는 실행행위이다. 다만 甲이 생존하였으므로 丙에게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미수죄(형법 제18조, 제254조, 제250조 제1항)가 성립한다.
대법원 1982. 11. 23. 선고 82도2024 판결
… 피해자를 그대로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면, … 사경에 이른 피해자를 그대로 방치한 소위는 피해자가 사망하는 결과에 이르더라도 용인할 수밖에 없다는 …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있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작위에 의한 살인과 선행행위로 인한 보증인지위:미성년자 유인·감금 후 방치 사망(이윤상 사건)
4. 甲의 살인교사와 丁의 죄책
(1) 丁의 C에 대한 살인미수 — 객체의 착오
丁은 乙을 살해할 의사로 C를 乙로 오인하고 자동차로 들이받았으나 6주의 상해에 그쳤다. 사람을 사람으로 오인한 구체적 사실의 착오 중 객체의 착오에 해당하여, 구체적 부합설·법정적 부합설 어느 견해에 의하더라도 발생사실인 C에 대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된다.
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745 판결
… 식칼을 가지고 이들 3명을 상대로 휘두르다가 이를 말리면서 식칼을 뺏으려던 피해자 병에게 상해를 입혔다면 갑에게 상해의 범의가 인정되며 상해를 입은 사람이 목적한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라 하여 과실상해죄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방법의 착오와 법정적 부합설:식칼을 휘두르다 빗나가 제3자에게 상해를 입힌 경우 고의 인정
따라서 丁에게는 C에 대한 살인미수죄(형법 제254조, 제250조 제1항)가 성립한다.
(2) 甲의 살인미수교사
甲은 丁에게 乙의 살해를 교사하였고 丁이 이를 승낙하여 실행에 나아갔다. 피교사자 丁의 객체의 착오는 교사자 甲에게도 고의를 조각하지 않으므로, 甲은 丁이 실행한 살인미수에 대한 교사범, 즉 살인미수교사(형법 제31조 제1항, 제254조, 제250조 제1항)의 죄책을 진다.
(3) 丁의 공문서부정행사 — D의 운전면허증 제시
丁이 체포되어 신분확인을 요구받고 친형 D의 운전면허증을 자신의 것처럼 제시한 행위는 공문서부정행사죄(형법 제230조)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1. 4. 19. 선고 2000도1985 전원합의체 판결
… 운전면허증은 … '자격증명'과 이를 지니고 있으면서 내보이는 사람이 바로 그 사람이라는 '동일인증명'의 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 제3자로부터 신분확인을 위하여 신분증명서의 제시를 요구받고 다른 사람의 운전면허증을 제시한 행위는 그 사용목적에 따른 행사로서 공문서부정행사죄에 해당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운전면허증의 신분 확인 기능과 공문서부정행사죄
이 판례(2000도1985 전합)는 제3·5·10·13회 형사법 선택형과 제6회 형사법 사례형 제2문1) 등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4) 丁의 사서명위조 및 위조사서명행사 — D 명의 서명
丁이 P2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 말미에 권한 없이 형 D의 명의로 서명날인한 행위는 사서명위조죄(형법 제239조 제1항)에, 이를 P2에게 건네준 행위는 위조사서명행사죄(같은 조 제2항)에 각 해당한다.
대법원 2005. 12. 23. 선고 2005도4478 판결
어떤 문서에 권한 없는 자가 타인의 서명을 기재하는 경우에는 그 문서가 완성되기 전이라도 … 그 문서에 기재된 타인의 서명을 그 명의인의 진정한 서명으로 오신할 수도 있으므로, 일단 서명이 완성된 이상 문서가 완성되지 아니한 경우에도 서명의 위조죄는 성립할 수 있는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서명이 완성된 이상 문서가 미완성이어도 사서명위조죄 성립
결론
- 甲: B에 대한 사기죄, A에 대한 사기죄, 살인미수죄(乙에 대한 식칼 공격), 살인미수교사죄 — 실체적 경합
- 乙: B에 대한 사기죄, A에 대한 사기죄, 살인미수죄(甲의 목 자상, 정당방위·과잉방위 불성립), 절도죄 — 실체적 경합
- 丙: 부작위에 의한 살인미수죄
- 丁: 살인미수죄(C, 객체의 착오), 공문서부정행사죄, 사서명위조죄 및 위조사서명행사죄 — 실체적 경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