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2018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1문의2 2)
사례
甲은 乙회사의 자금지출담당 사원으로, 乙회사가 거래처 丁에게 물품대금으로 지급할 회삿돈 2억 원을 보관하던 중 이를 횡령하여 자신의 처인 丙에게 퇴직금 중간정산금이라고 하면서 위 금원의 보관을 위해 丙의 예금계좌로 1억 원을 송금하였다. 송금 받은 당일 丙은 甲의 지시에 따라 다시 甲의 계좌로 위 1억 원을 송금하였다. 또한 甲이 위와 같이 횡령한 돈 중 나머지 1억 원으로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戊에게 변제하려 하자 戊는 자신이 물품대금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A에게 대신 지급해 달라고 하여 甲은 A의 계좌로 1억 원을 송금하였다.
한편 甲은 위 횡령한 2억 원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무단으로 대출관계 서류를 위조하여 乙회사의 명의로 B은행으로부터 2억 원을 대출받아 그 대출금을 편취하였다. 甲은 이후 위 2억 원의 횡령금을 변제하는 방편으로서 그 편취한 대출금으로 乙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 丁에게 변제하여 乙회사의 물품대금채무를 소멸시켰다.
설문
B은행이 乙회사에게 2억 원에 대하여 대출약정에 기한 청구 및 부당이득에 기한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 여부를 그 논거와 함께 각 검토하시오.
해설
쟁점
甲이 권한 없이 대출관계 서류를 위조하여 乙회사 명의로 B은행에서 2억 원을 대출받아 편취한 후, 그 대출금으로 乙회사의 채권자 丁에게 변제하여 乙회사의 물품대금채무를 소멸시킨 경우, B은행이 乙회사에게 ① 대출약정에 기한 청구를 할 수 있는지(표현대리 성부), ②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있는지(편취금전에 의한 변제로 얻은 이익의 법률상 원인)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민법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26조
민법 제741조(부당이득의 내용) 법률상 원인없이 타인의 재산 또는 노무로 인하여 이익을 얻고 이로 인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이익을 반환하여야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741조
검토
(1) 대출약정에 기한 청구
甲은 乙회사의 자금지출담당 사원으로서 대출계약을 체결할 권한이 없었고, 대리행위의 표시를 한 것이 아니라 권한 없이 대출관계 서류를 위조하여 乙회사 명의로 직접 대출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처럼 대리의사를 표시하지 아니하고 사술로써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2002. 6. 28. 선고 2001다49814 판결
민법 제126조의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본인을 위한다는 의사를 명시 혹은 묵시적으로 표시하거나 대리의사를 가지고 권한 외의 행위를 하는 경우에 성립하고, 사술을 써서 위와 같은 대리행위의 표시를 하지 아니하고 단지 본인의 성명을 모용하여 자기가 마치 본인인 것처럼 기망하여 본인 명의로 직접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위 법조 소정의 표현대리는 성립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표현대리 (5):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의 유추적용
따라서 이 사건 대출계약은 乙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으므로, B은행은 乙회사에게 대출약정에 기한 대출금 청구를 할 수 없다.
(2) 부당이득 반환청구
甲이 편취한 대출금으로 乙회사의 채권자 丁에게 변제하여 乙회사의 물품대금채무가 소멸함으로써, 乙회사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고 B은행은 대출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 그러나 이는 편취한 금전으로 타인의 채무를 변제한 경우로서, 그 이익을 얻은 자가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편취행위의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본다.
대법원 2008. 3. 13. 선고 2006다53733 판결
경리업무 담당자가 회사자금의 횡령 사실을 은폐할 목적으로 권한 없이 회사 명의로 은행과 대출계약을 체결하여 그 대출금을 편취한 후 이를 회사 또는 그 회사의 채권자인 거래처의 예금계좌에 송금하여 횡령금 상당액을 변제한 경우, 위 송금 당시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회사의 악의 또는 중과실이 없는 한 위 회사가 금전취득 또는 채무소멸의 이익을 얻은 것은 편취행위의 피해자인 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고 한 사례.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편취금으로 변제한 경우, 채권자의 부당이득 성립 여부
이 사건은 위 판례와 사실관계가 동일하므로, 乙회사가 甲의 편취 사실에 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乙회사가 얻은 채무소멸의 이익은 B은행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이 있다. 따라서 그러한 악의·중과실이 인정되지 않는 한 B은행은 乙회사에게 부당이득 반환청구를 할 수 없다.
결론
이 사건 대출계약은 표현대리가 성립하지 않아 乙회사에 효력이 없으므로 B은행은 대출약정에 기한 청구를 할 수 없고, 부당이득 반환청구도 乙회사에게 편취 사실에 대한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한 乙회사의 채무소멸 이익에 법률상 원인이 있어 인정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