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2018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A(여, 26세)는 버스를 타고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던 중 깜박 졸다가 휴대폰을 좌석에 둔 채 하차하였다. 그 순간 옆 좌석의 승객 甲(남, 30세)이 휴대폰을 발견하고 이를 전해주기 위해 A를 따라 하차하면서 A를 불렀으나 대답이 없자 뒤에서 A의 어깨를 잡았다. 그때 A를 기다리던 남자친구 乙은 그 장면을 보고 甲을 성폭행범으로 오해하여 A를 구하기 위해 甲을 밀어 넘어뜨렸다.
甲은 좋은 일을 하려다 봉변을 당한 데 대해 억울한 마음이 들어 합의금이라도 두둑이 받아야겠다고 생각하였으나 육안으로 보이는 상처가 없자 스스로 머리를 벽에 부딪쳐 이마에 상처를 낸 다음 국립대학교 병원 소속 의사 B를 찾아가 乙에게 맞아 상해를 입었다고 거짓말하여 B에게서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았다. 그 후 甲은 위 상해진단서를 乙에게 제시하면서 합의금 500만 원을 요구하였다.
乙은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하여 기숙사 룸메이트인 C의 지갑에서 몰래 신용카드(현금카드 겸용)를 꺼내어 편의점 앞에 있는 현금자동지급기로 가서 평소 알고 있던 비밀번호를 입력하여 C의 예금계좌에서 잔고 전액인 300만 원을 인출하고, 200만 원은 현금서비스를 받은 다음 신용카드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다. 그 후 乙은 인출한 500만 원을 甲에게 합의금으로 건네주었다.
설문
甲과 乙의 죄책은?
해설
쟁점
甲에 대하여는 ① 스스로 이마에 상처를 낸 자상행위와 의사 B를 속여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행위의 죄책, ② 자상으로 생긴 상처를 마치 乙의 폭행으로 입은 것처럼 가장하여 합의금 500만 원을 받아낸 행위의 죄책이 문제된다.
乙에 대하여는 ③ 룸메이트 C의 신용카드(현금카드 겸용)를 몰래 꺼내어 사용한 뒤 제자리에 갖다 놓은 행위(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절도의 성부), ④ 그 카드로 C의 예금 300만 원을 인출한 행위, ⑤ 200만 원의 현금서비스를 받은 행위의 각 죄책과 죄수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47조(사기)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2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47조
형법 제329조(절도)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29조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3. 분실하거나 도난당한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를 판매하거나 사용한 자
— 국가법령정보센터 ·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검토
1. 甲의 죄책
(1) 자상행위 및 허위 상해진단서 취득
甲이 스스로 머리를 벽에 부딪쳐 이마에 상처를 낸 행위는 자기 신체에 대한 상해이다. 상해죄(형법 제257조)는 타인의 신체를 대상으로 하므로, 자상은 특별한 처벌규정이 없는 한 범죄가 되지 않는다.
甲이 의사 B에게 "乙에게 맞아 다쳤다"고 거짓말하여 상해진단서를 발급받은 점에 관하여는 허위진단서작성죄(형법 제233조)의 간접정범 성부가 문제된다. 그러나 허위진단서작성죄는 진단서의 내용이 객관적 진실에 반하여야 성립한다.
대법원 2006. 3. 23. 선고 2004도3360 판결
형법 제233조의 허위진단서작성죄가 성립하기 위하여는 진단서의 내용이 실질상 진실에 반하는 기재여야 할 뿐 아니라 그 내용이 허위라는 의사의 주관적 인식이 필요하고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허위진단서작성죄 (1)
甲의 이마에는 실제로 상처가 존재하므로, 상해의 부위·정도를 기재한 진단서의 내용 자체는 객관적 진실에 부합한다. 상해의 원인이 乙의 폭행이라는 甲의 진술이 허위일 뿐 진단서의 기재 내용이 진실에 반하지 않으므로, B가 작성한 진단서는 허위진단서가 아니고 甲에게 허위진단서작성죄의 간접정범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례(2004도3360)는 제7회 형사법 제4번, 제1회 형사법 제5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乙에 대한 합의금 편취 — 사기죄
甲은 자상으로 생긴 상처를 마치 乙의 폭행으로 입은 상해인 것처럼 상해진단서를 제시하며 乙을 기망하였고, 乙은 자신이 甲을 밀어 넘어뜨려 상해를 입혔다고 착오하여 합의금 500만 원을 교부하였다. 乙이 甲을 밀어 넘어뜨린 사실 자체는 있으나 그로 인한 상해는 존재하지 않으므로, 甲이 상해를 근거로 요구할 정당한 손해배상채권은 없다. 결국 甲은 존재하지 않는 상해를 가장하는 기망행위로 재물을 편취한 것이므로, 甲에게는 사기죄(형법 제347조 제1항)가 성립하고, 500만 원을 교부받음으로써 기수에 이른다.
2. 乙의 죄책
(1) C의 신용카드(현금카드 겸용) 절취 후 반환
乙은 C의 지갑에서 신용카드를 몰래 꺼내어 사용한 뒤 곧바로 제자리에 갖다 놓았다. 카드 자체에 대한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불법영득의사가 인정되어야 하는데, 신용카드는 이를 사용하여도 카드 자체의 경제적 가치가 소모되지 않으므로 사용 후 곧 반환하면 불법영득의사가 부정된다.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857 판결(판결요지 [2])
신용카드업자가 발행한 신용카드는 … 그 자체에 경제적 가치가 화체되어 있거나 특정의 재산권을 표창하는 유가증권이라고 볼 수 없고, 단지 … 신용카드업자로부터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증표로서의 가치를 갖는 것이어서, 이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였다 하더라도 신용카드 자체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가 인출된 예금액만큼 소모되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이를 일시 사용하고 곧 반환한 경우에는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절취한 신용카드의 사용 후 반환과 불법영득의사(소극):현금서비스 후 즉시 반환 사례
이는 예금액 증명기능이라는 경제적 가치가 인출로 소모되어 반환하여도 절도죄가 성립하는 예금통장의 경우와 구별된다.
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9도9008 판결
예금통장을 사용하여 예금을 인출하게 되면 그 인출된 예금액에 대하여는 예금통장 자체의 예금액 증명기능이 상실되고 이에 따라 그 상실된 기능에 상응한 경제적 가치도 소모된다 … 타인의 예금통장을 무단사용하여 예금을 인출한 후 바로 예금통장을 반환하였다 하더라도 … 절도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예금통장의 절도
따라서 乙이 카드를 사용한 뒤 바로 제자리에 갖다 놓은 이상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례(2009도9008)는 제8회 형사법 제19번, 제7회 형사법 제35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C의 예금 300만 원 인출 — 절도죄
乙은 타인인 C의 카드를 절취하여 그 예금계좌에서 현금 300만 원을 인출하였다. 절취한 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행위는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현금을 취득하는 것이므로 별도의 절도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8. 6. 12. 선고 2008도2440 판결
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을 인출한 경우,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의 지배를 배제하고 그 현금을 자기의 지배하에 옮겨 놓는 것이 되어 절도죄를 구성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절취한 신용카드를 이용한 현금인출의 죄책
이는 피해자를 협박하여 현금카드를 갈취한 경우 하자 있는 의사표시에 의하여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것이어서 예금인출이 별도의 절도가 아니라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가 되는 경우와 구별된다. 乙은 C 몰래 카드를 꺼낸 것이어서 C로부터 사용권한을 부여받은 바 없으므로, 현금인출은 독립한 절도죄가 된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도1728 판결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를 협박하여 그 카드를 갈취하였고, 하자 있는 의사표시이기는 하지만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아 이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이상, …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이지 … 따로 절도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현금카드 갈취 후 현금자동지급기 예금인출의 죄수: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
위 2008도2440 판례는 제10회 형사법 제19번, 제9회 형사법 제27번, 제4회 형사법 제6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고, 95도1728 판례는 제7회 형사법 제20번, 제4회 형사법 제6번 및 제4회 형사법 사례형 제2문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3) 200만 원 현금서비스 — 절도죄 및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
乙이 절취한 카드로 200만 원의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를 받은 행위 역시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을 취득한 것이므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나아가 절취한 신용카드는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가 정한 '도난당한 신용카드'에 해당하므로, 이를 사용하여 현금서비스를 받은 행위는 신용카드부정사용죄에도 해당한다.
대법원 1999. 7. 9. 선고 99도857 판결(판결요지 [3])
여신전문금융업법 제70조 제1항 제3호는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를 사용한 자를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여기서 분실 또는 도난된 신용카드라 함은 소유자 또는 점유자의 의사에 기하지 않고 그의 점유를 이탈하거나 그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가 배제된 신용카드를 가리키는 것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절취한 신용카드의 사용 후 반환과 불법영득의사(소극):현금서비스 후 즉시 반환 사례
다만 300만 원의 예금인출은 카드의 현금카드(예금인출) 기능을 이용한 것이어서 여신전문금융업법상 신용카드 부정사용에 해당하지 않고, 200만 원의 현금서비스만이 신용카드 본래 기능을 사용한 것이므로 신용카드부정사용죄가 성립한다.
(4) 죄수
300만 원 인출과 200만 원 현금서비스는 시간적·장소적으로 근접하고 단일한 범의에 기하여 같은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이루어졌으므로, 두 현금 취득행위는 포괄하여 하나의 절도죄를 구성한다고 볼 수 있다. 신용카드부정사용죄는 절도죄의 불가벌적 사후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법익을 침해하는 별개의 죄이므로, 절도죄와 신용카드부정사용죄(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결론
甲에게는 자상으로 생긴 상처를 乙의 폭행에 의한 상해로 가장하여 합의금 500만 원을 편취한 사기죄가 성립한다(자상 및 상해진단서 발급 부분은 범죄가 되지 않는다).
乙에게는 신용카드 자체에 대한 절도죄는 성립하지 않으나, 예금 300만 원 인출과 200만 원 현금서비스로 인한 절도죄와 200만 원 현금서비스에 관한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신용카드부정사용)가 성립하며, 절도죄와 여신전문금융업법위반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