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7회(2018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1) 甲은 X주식회사의 대표이사이고 乙은 사채업자이다. 甲이 乙에게 수억 원 대 내기 골프에 필요한 돈을 빌린 후 변제기에 갚지 않자 乙은 위 채무가 甲이 회사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용도로 차용한 것임을 잘 알면서도, 甲에게 위 채무담보목적으로 약속어음을 발행해 줄 것을 요청하였다. 甲이 이를 승낙하여 乙은 위 회사 사무실에서 위 회사 약속어음 용지에 액면금 5억 원, 발행일 등을 기재하고 甲은 수취인을 乙로 기재하고 "X주식회사 대표이사 甲"이라고 새겨진 명판과 법인인감도장을 각각 날인한 후 약속어음을 乙에게 교부하였다. 그런데 위 회사에서 실제로 약속어음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지는 않았으며 위 약속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도 아니하였다.
(2) 한편, 위 회사 전무이사인 丙은 국립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의 담임교사 A가 평소 딸을 많이 혼내는 것에 불만이 있었는데, 위 초등학교 부근을 걸어가다 도로에 인접한 딸의 교실에서 수업을 하고 있는 A를 보고 화가 나 위 교실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어 큰 소리로 "잘 사는 애들만 대접받는 더러운 세상"이라고 외쳤다. A가 제지하는데도 丙은 약 20분간 계속 크게 소리를 내며 소란을 피워 A는 수업을 중단하였고, 학생들은 더 이상 수업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
(3) 丙은 2017. 1.경 B와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甲과 명의신탁약정을 체결하고 곧바로 甲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다음 丙 자신이 위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았음에도 '甲이 임의로 위 토지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며 허위로 甲을 경찰에 고소하였다.
(4) 그 후 丙은 위 약속어음 발행 건을 추가 고소하였고, 사법경찰관은 위 회사에서 甲과 乙이 만나 약속어음을 발행하는 상황이 녹화된 CCTV 동영상을 찾아내어 관리자의 동의를 얻어 그 부분의 동영상 파일을 CD에 복사한 후 이를 임의로 제출받아 압수하였는데, 이후 위 회사 CCTV 동영상의 보존기간이 경과하여 원본파일은 삭제되었다.
(5) 위 사건을 송치받은 검사는 甲의 위 내기 골프 사실을 밝혀내고 기존 사건에 도박죄를 병합하여 기소하였다. 甲의 재판에서 丙은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면서 약속어음 발행 경위에 대한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을 번복하였다. 이에 검사는 丙을 소환하여 수사기관에서의 진술이 맞다는 내용의 진술조서를 작성하여 이를 추가 증거로 제출하였다. 이후 증인으로 재차 출석한 丙은 수사기관에서의 진술대로 증언하였고, 추가 증거로 제출된 위 진술조서가 자신이 진술한 그대로 기재되어 있음을 인정하였다.
설문
위 (1), (2), (3) 사실관계에서 甲, 乙, 丙의 죄책은?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법률위반의 점은 논외로 함)
해설
쟁점
사실관계 (1)에서는 X주식회사 대표이사 甲이 개인채무의 담보로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한 행위가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는지, 특히 상대방 乙이 악의이고 어음이 유통되지 않은 경우 기수인지 미수인지, 그리고 비신분자인 乙에게 그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사실관계 (2)에서는 丙이 국립초등학교 교실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에 대하여 업무방해죄·공무집행방해죄·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사실관계 (3)에서는 丙이 스스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도 명의수탁자 甲이 임의로 설정하였다며 허위 고소한 행위가 무고죄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6조(업무상의 횡령과 배임) 업무상의 임무에 위배하여 제355조의 죄를 범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6조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조
형법 제319조(주거침입, 퇴거불응) ① 사람의 주거, 관리하는 건조물, 선박이나 항공기 또는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19조
형법 제156조(무고)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 또는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공무소 또는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의 사실을 신고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56조
검토
1. 사실관계 (1) — 甲과 乙의 죄책
(1) 甲 — 업무상배임미수죄
대표이사 甲은 회사의 재산을 보전·관리할 임무가 있는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인데, 자신의 개인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회사 명의로 5억 원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으므로 그 임무에 위배하였다. 다만 대표권 남용 어음발행이 기수인지는 회사에 재산상 손해 또는 실해 발생의 위험이 생겼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대법원 2017. 7. 20. 선고 2014도1104 전원합의체 판결
… 상대방이 대표권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 그 의무부담행위는 원칙적으로 회사에 대하여 효력이 없고, … 배임죄의 기수에 이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대표이사로서는 배임의 범의로 임무위배행위를 함으로써 실행에 착수한 것이므로 배임죄의 미수범이 된다. … 약속어음 발행이 무효일 뿐만 아니라 그 어음이 유통되지도 않았다면 … 배임죄의 기수범이 아니라 배임미수죄로 처벌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어음발행행위의 배임죄 성부
乙은 위 채무가 甲의 개인적 용도임을 잘 알고 있었으므로 대표권 남용에 대하여 악의이고, 따라서 어음발행은 회사에 대하여 무효이다. 나아가 회사가 실제로 어음금을 지급하거나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바 없고 어음이 제3자에게 유통되지도 않았으므로, 회사에 현실적 손해나 실해 발생의 위험이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 그러므로 甲은 업무상배임죄의 기수가 아니라 업무상배임미수죄(형법 제356조, 제355조 제2항, 제359조)의 죄책을 진다. (종전에는 어음이 유통되지 않아도 기수로 보았으나, 위 전원합의체 판결로 변경되었다.)
이 판례(2014도1104)는 제14회 형사법 제9번, 제11회 형사법 제10번, 제10회 형사법 제8번, 제8회 형사법 제20번, 제6회 형사법 제14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乙 — 업무상배임미수죄의 공동정범
乙은 업무상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는 신분이 없으나, 배임행위의 상대방(수익자)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담보목적의 어음 발행을 요청하고 회사 약속어음 용지에 액면금·발행일을 직접 기재하는 등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다.
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또는 그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제3자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 소극적으로 그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배임·횡령 거래상대방(수익자·제3자)의 공동정범:단순 인식·소극적 편승만으로는 부족, 적극 가담 필요
따라서 乙은 甲의 업무상배임(미수)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나(형법 제33조 본문), 업무상의 신분이 없으므로 같은 조 단서에 의하여 업무상배임이 아니라 단순배임미수죄의 형으로 처벌된다.
이 판례(2003도4382)는 제5회 형사법 제26번 선택형, 제4회 형사법 사례형 제1문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사실관계 (2) — 丙의 죄책
(1) 업무방해죄의 성부
A는 국립초등학교 교사로서 공무원이므로 그 수업은 공무에 해당한다. 판례는 공무를 업무방해죄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대법원 2009. 11. 19. 선고 2009도4166 전원합의체 판결
… 형법이 업무방해죄와는 별도로 공무집행방해죄를 규정하고 있는 것은 사적 업무와 공무를 구별하여 공무에 관해서는 공무원에 대한 폭행, 협박 또는 위계의 방법으로 그 집행을 방해하는 경우에 한하여 처벌하겠다는 취지 … 따라서 공무원이 직무상 수행하는 공무를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업무방해죄로 의율할 수는 없다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업무방해죄와 공무집행방해죄의 차이
또한 방해받은 학생들의 수업 역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이 아니다.
대법원 2013. 6. 14. 선고 2013도3829 판결
초등학생들이 학교에 등교하여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것은 그 학생의 직업 기타 사회생활상의 지위에 기하여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 또는 사업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으므로, 업무방해죄의 보호대상인 업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초등학생의 학습 활동 → 업무방해죄 보호대상 ✗
따라서 丙의 소란행위에 대하여는 업무방해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례들(2009도4166·2013도3829)은 제15·13·12·9회 형사법 선택형 등에서도 반복 출제되었습니다.
(2) 공무집행방해죄의 성부
공무집행방해죄(형법 제136조 제1항)는 폭행 또는 협박에 이른 경우만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이에 이르지 아니하는 위력 등에 의한 경우는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위 2009도4166). 丙이 교실에서 큰 소리로 외치며 소란을 피운 것은 A에 대한 폭행이나 협박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무집행방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3) 건조물침입죄의 성부
丙은 국립초등학교 교실 창문을 열고 교실 안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이는 관리하는 건조물에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의 일부를 들여놓은 것이다.
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도2561 판결
… 타인의 집의 창문을 열고 집 안으로 얼굴을 들이미는 등의 행위를 하였다면 피고인이 자신의 신체의 일부가 집 안으로 들어간다는 인식 하에 하였더라도 주거침입죄의 범의는 인정되고, 또한 비록 신체의 일부만이 집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사실상 주거의 평온을 해하였다면 주거침입죄는 기수에 이르렀다고 할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주거침입죄의 기수시기
丙은 얼굴을 교실 안으로 들이밀고 20분간 소란을 피워 관리자인 학교 측의 사실상 평온을 해하였으므로, 건조물침입죄(형법 제319조 제1항)가 성립한다.
이 판례(94도2561)는 제13회 형사법 제13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3. 사실관계 (3) — 丙의 죄책 (무고죄)
丙은 스스로 명의수탁자 甲 명의의 토지를 담보로 대출을 받아 근저당권을 설정하였음에도, '甲이 임의로 근저당권을 설정하였다'며 甲을 경찰에 고소하였다. 이는 甲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을 신고한 것이다.
대법원 2019. 7. 11. 선고 2018도2614 판결
무고죄는 타인으로 하여금 형사처분이나 징계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신고한 사실이 객관적인 진실에 반하는 허위사실인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무고죄의 성립요건과 허위의 사실 신고
근저당권을 설정한 사람은 丙 자신이므로 甲이 임의로 설정하였다는 신고내용은 범죄 성부에 관한 중요한 부분에서 객관적 진실에 반하는 허위이다. 따라서 丙에게는 무고죄(형법 제156조)가 성립한다.
이 판례(2018도2614)는 제13회 형사법 제5번, 제10회 형사법 제18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결론
- 甲: 사실관계 (1)에서 대표권을 남용하여 회사 명의 약속어음을 발행하였으나 어음이 무효이고 유통되지 않았으므로 업무상배임미수죄가 성립한다.
- 乙: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으므로 甲의 업무상배임미수에 공동정범으로 가담하되, 업무상 신분이 없어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단순배임미수죄의 형으로 처벌된다.
- 丙: 사실관계 (2)에서 업무방해죄·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고 건조물침입죄가 성립하며, 사실관계 (3)에서 무고죄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