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2017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3)
사례
호텔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비상장회사 甲주식회사(자본금 250억 원, 甲회사)는 2016. 3. 2. 건축 내장재를 제조·판매하는 乙주식회사(乙회사)로부터 제주도 호텔신축에 필요한 전동 블라인드 470개를 구매하고 그 즉시 수령하였다. 甲회사는 전동 블라인드를 설치한 후 2016. 10. 12. 전동배터리가 고장 난 블라인드 120개를 발견하고(이 하자는 성질상 점유이전일로부터 6개월 내에 도저히 발견할 수 없었던 것임), 乙회사에게 "불량품이 인도되었으니 회수하여 가시기 바랍니다."라고 통지하였다.
甲회사 대표이사 A는 이사회를 소집하여 이사들의 논의를 거친 후 아래 의사록의 안건을 적법하게 결의하고, A와 B를 공동대표이사, D를 지배인으로 등기하였다.
이사회 회의록
甲주식회사는 2016. 1. 13. 서울 강남구 대치동 사옥 대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아래의 안건을 결의하다.
안건 1: A와 B를 공동대표이사로 선임한다.
[참석 이사가 전원 찬성함]
안건 2: D를 甲주식회사 동수원사무소 영업소장으로 임명한다.
단, 5천만 원 이상의 구매행위는 이사회의 결의를 얻은 후에 할 수 있도록 한다.
[참석 이사가 전원 찬성함]
2016\. 1. 13.
甲주식회사 대표이사 A
이 사 B
이 사 H
이 사 I
이 사 J
감 사 K
B는 회사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아니한 채 그의 인감 및 명판을 A에게 보관시켜둔 상태에서 A에게 대표이사로서의 권한 일체를 위임하였다. 甲회사가 乙회사로부터 블라인드의 대금독촉을 받자 A는 ‘발행인 甲회사 공동대표이사 A, B, 발행일 2016. 10. 5., 지급기일 2016. 12. 10., 액면금 5,000만 원’으로 된 약속어음을 작성한 후 乙회사에게 교부하였다(어음의 형식요건은 모두 갖춘 것으로 함).
C는 甲회사 대주주인 회장의 아들인데 스스로 ‘甲회사 사장’이라는 명칭으로 甲회사의 인감을 수시로 사용하고, 공동대표이사 A와 B의 서명까지 대행하기도 하였다. 甲회사는 회장의 명에 따라 C가 한 행위를 별다른 이의 없이 이행하여 왔다. C는 ‘甲회사 사장’으로서 甲회사 명의로 丙주식회사(이하 ‘丙회사’)로부터 금 2억 원을 차용하여 개인적으로 유용하였다. 丙회사는 차용금채권의 변제기가 도래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변제받지 못하고 있다.
D는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아니하고 甲회사의 영업소장 명의로 거래처 사장인 E로부터 동수원 모델하우스 주차장에 필요한 쇄석 등 건축자재를 9,000만 원에 구매하였다.
F와 G는 甲회사의 발행주식 각 2%를 보유한 주주들이고 丁주식회사(이하 ‘丁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丁회사는 제주도에서 새로이 호텔 및 워터파크를 개장하였으나, 이미 제주도에서 고객점유율 및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는 甲회사와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F와 G는 甲회사가 제주도에 또 다른 호텔을 신축하고 분양하느라 자금부족을 겪고 있는 점을 기화로 고객과 구매 등에 관한 경영정보를 입수할 목적으로 甲회사에 회계장부의 열람을 청구하였으나 甲회사는 이를 거부하였다.
설문
丙회사는 甲회사에게 차용금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는가?
해설
쟁점
대주주 회장의 아들 C가 스스로 ‘甲회사 사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고 회사 인감을 사용하며 공동대표이사의 서명까지 대행하여 온 상태에서, ‘사장’으로서 甲회사 명의로 丙회사로부터 2억 원을 차용하여 개인적으로 유용한 경우, 丙회사가 甲회사에 차용금의 변제를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C의 행위에 대한 표현대표이사 책임(상법 제395조)의 성립 여부와 대표권 남용의 법리가 핵심이다.
근거 법령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5조
검토
(1) 표현대표이사 책임의 요건
상법 제395조의 표현대표이사 책임이 성립하려면 ① 사장 등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의 사용, ② 그 명칭 사용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명시적·묵시적 허용), ③ 이를 신뢰한 제3자의 선의가 인정되어야 한다.
(2) 표현적 명칭의 사용
C는 스스로 ‘甲회사 사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는바, ‘사장’은 상법 제395조가 예시하는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에 해당한다.
(3) 회사의 귀책사유 — 묵시적 승인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다17702 판결
상법 제395조에 의하여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행위에 대하여 책임을 지는 것은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명시적으로나 묵시적으로 승인함으로써 대표자격의 외관 현출에 책임이 있는 경우에 한하는 것이나, 이사 또는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가 임의로 표현대표자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회사가 알면서도 이에 동조하거나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한 경우도 회사가 표현대표자의 명칭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경우에 해당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법 제395조의 요건 중 표현대표이사의 행위에 대한 회사의 귀책사유
甲회사는 C가 ‘사장’ 명칭으로 회사 인감을 수시로 사용하고 공동대표이사의 서명까지 대행하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C가 한 행위를 별다른 이의 없이 이행하여 왔으므로, C의 명칭 사용을 묵시적으로 승인한 것으로서 대표자격의 외관 현출에 관한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4) 이사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유추적용과 선의
대법원 1998. 3. 27. 선고 97다34709 판결
상법 제395조는 … 회사가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에게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게 허용한 경우는 물론, 이사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임의로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회사가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방치하여 소극적으로 묵인한 경우에도 위 규정이 유추적용된다. … ‘선의’란 표현대표이사가 대표권이 없음을 알지 못한 것을 말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표현대표이사와 상대방의 선의 등
C가 이사의 자격이 없더라도 위와 같이 회사가 그 명칭 사용을 묵인한 이상 상법 제395조가 유추적용된다. 따라서 丙회사가 C에게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다고 신뢰한 데 선의(무중과실)가 있으면 甲회사는 표현대표이사 책임을 진다. 위 표현대표이사 판례(97다34709)는 제14회 민사법 제68번·제13회 민사법 제48번·제4회 민사법 제38번 선택형과 제1회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에서도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5) 대표권 남용
C가 차용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하였더라도, 이는 대표권의 남용에 해당할 뿐 상대방과의 관계에서 그 행위 자체는 원칙적으로 유효하다.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3391 판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전단적 대표행위와 대표권 남용행위
따라서 丙회사가 C의 개인적 유용 의도(대표권 남용)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차용행위가 甲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되어 甲회사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위 대표권 남용 판례(93다13391)는 제4회 민사법 사례형 제3문 1)에서도 출제되었다.
결론
C의 ‘사장’ 명칭 사용을 甲회사가 묵시적으로 승인하여 상법 제395조가 유추적용되므로, 丙회사가 C의 대표권을 신뢰한 데 선의·무중과실이 있으면 甲회사는 차용금 2억 원의 변제책임을 진다. 다만 丙회사가 C의 개인적 유용, 즉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그 차용행위가 무효가 되어 甲회사는 변제책임을 지지 아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