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2017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2)
사례
○○아파트 조경공사 관련 계약을 추진하던 입주자대표회장 甲은 공사 경험이 전무한 조경업자인 A로부터 적정 공사금액보다 크게 부풀려진 5,000만 원으로 공사를 성사하여 주면 200만 원을 리베이트로 주겠다는 제안을 받은 후, A에게 5,000만 원에 조경공사계약을 체결하고 공사대금을 받으면 리베이트로 500만 원을 나에게 돌려주는 것으로 하자고 제안하였다. A가 망설이며 甲을 피해다니자, 甲은 A의 오랜 친구인 乙에게 그 사정을 말하였고, 乙은 甲을 도와주기 위해 A와 甲이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주선했다. 甲과 단둘이 만난 A는 甲의 설득으로 결국 그 제의를 받아들였다. 甲과 A는 2016. 12. 15. 공사대금 5,000만 원의 조경공사 계약서를 작성하였고, 甲은 이를 스캔하여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하였다. 같은 날 甲은 A에게 선급금 1,000만 원을 지급하였고 다음날 A는 100만 원 권 자기앞수표 5장을 甲에게 리베이트로 건네주었다. 甲은 자신의 컴퓨터에 '2016. 12. 16. A로부터 500만 원을 수령함'이라는 내용의 문서파일을 작성하여 저장하였다. 甲은 위 500만 원을 은행에 예금하고 며칠이 지난 뒤 다시 현금 500만 원을 인출하여 그 중 300만 원을 그 돈의 출처를 잘 알고 있는 친구 丙에게 주면서 종이봉투에 잘 보관하라고 부탁하고, 乙에게 전화하여 도움에 감사하다고 말하고 인근 술집으로 나오라고 한 후 밤새 술을 마시며 놀았다. 취기가 오른 乙은 새벽에 택시를 타고 귀가하였으나 甲은 만취하여 의식을 잃은 채 술집 소파에서 잠들어 버렸는데, 술집 사장 丁은 甲의 주머니에서 현금 200만 원을 발견하고 술 값 100만 원을 꺼내 가졌다. 한편 乙은 丙이 300만 원을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이를 훔쳐 나올 생각으로 늦은 밤 丙의 집에 몰래 들어갔으나 해가 뜰 때까지 丙이 잠들지 않자 丙이 잠들기를 기다리다가 오전 9시경 종이봉투에 담겨 장롱 속에 보관중인 현금 300만 원을 들고 나왔다.
설문
만약 丁이 퇴근하기 위해 잠든 甲을 깨우려고 몇차례 흔들어도 깨어나지 않자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임에도 난방을 끈 채 퇴근해 버렸는데, 甲이 다음 날 얼어 죽었다면, 甲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경우와 甲의 죽음을 단지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를 나누어 丁의 죄책을 검토하시오.
해설
쟁점
술집 사장 丁이 만취하여 의식을 잃고 잠든 甲을 깨우려다 깨어나지 않자 영하 10도의 추운 날씨에 난방을 끈 채 퇴근하여 甲이 동사한 경우, ① 甲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경우(미필적 고의)와 ② 甲의 죽음을 단지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예견가능성)를 나누어 丁의 부작위에 의한 죄책이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18조(부작위범) 위험의 발생을 방지할 의무가 있거나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한 자가 그 위험발생을 방지하지 아니한 때에는 그 발생된 결과에 의하여 처벌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8조
검토
(1) 丁의 보증인적 지위(작위의무)
부작위범이 성립하려면 결과발생을 방지할 법적인 작위의무(보증인적 지위)가 있어야 하고, 그 부작위가 작위에 의한 법익침해와 동등한 형법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91도2951 — 표준판례: 부작위범의 성립요건). 丁은 자신이 운영하는 술집에서 甲에게 술을 판매하여 만취시킨 선행행위로 甲의 생명에 대한 위험발생의 원인을 야기하였고, 그 지배영역인 술집 안에서 甲이 의식을 잃고 있었으므로, 甲의 생명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여야 할 작위의무를 진다.
(2) 미필적 고의가 있는 경우 —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
미필적 고의는 범죄사실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인식과 그 발생 위험을 용인하는 내심의 의사가 있어야 인정된다(대법원 2004도74 — 표준판례: 미필적 고의의 요건(용인설)). 丁이 甲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사망의 결과발생 가능성을 인식하고 이를 용인한 것이므로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 따라서 丁은 작위의무를 이행하여 甲의 사망을 쉽게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방치하였으므로,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형법 제250조 제1항, 제18조)가 성립한다.
(3) 예견가능성만 있는 경우 — 유기치사죄
甲의 죽음을 단지 예견할 수 있었을 뿐 이를 용인하는 의사가 없었던 경우에는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丁은 만취하여 부조를 요하는 甲을 보호할 의무 있는 자로서 난방을 끈 채 방치하여 유기하였고, 그로 인하여 甲이 사망하였으며 그 사망은 예견가능한 것이었으므로, 유기치사죄(형법 제275조 제1항, 제271조)가 성립한다. 유기행위와 사망 사이의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어야 함은 물론이다(대법원 67도1151 — 표준판례: 유기치사죄의 상당인과관계 판단).
결론
丁이 甲이 죽어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 경우에는 부작위에 의한 살인죄가, 甲의 죽음을 단지 예견할 수 있었던 경우에는 유기치사죄가 각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