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2016년) 변호사시험 공법 사례형 제1문 4)
사례
만 20세인 甲과 만 17세인 乙은 2015. 6. 14. 23:50경 담배를 피우지 못하도록 표시된 인터넷 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소(PC방)에서 함께 담배를 피우며 게임을 하고 있었다. 경찰관 A는 PC방을 순찰하던 중 학생처럼 보이는 甲과 乙을 발견하고 담배 피우는 것을 제지하면서 두 사람에게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였다. 그러나 甲은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이름과 생년월일 등 신분 확인을 위한 자료의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아니하면서 경찰관 A를 향해 키보드를 던지며 저항하였다. 이에 경찰관 A는 甲을 진정시킨 후 甲의 동의 하에 甲과 함께 경찰서로 이동하여 甲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입건하였다. 그리고 경찰관 A는 甲의 신원확인을 위하여 甲에게 십지(十指)지문채취를 요구하였으나, 甲은 경찰관 A의 공무집행이 위법하였음을 주장하며 피의사실을 부인하면서 지문채취에 불응하였다. 같은 해 6. 16. 관할 경찰서장은 甲이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를 위반하였다는 이유로 관할 지방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하였고, 위 법원은 같은 날 甲에게 벌금 5만원을 선고하였으며, 甲은 이에 불복하여 같은 해 6. 19. 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1심 계속 중 甲은 위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가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을 하였고, 법원은 2015. 7. 1. 위 신청을 기각하였다. 2015. 7. 6. 甲은 기각결정문을 송달받은 후, 2015. 8. 3.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가 피의사실을 부인하는 경우에 적용되는 한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는 한편, 같은 날 PC방 등의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금지하는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 제6항과 제34조 제3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위헌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또한 PC방 영업을 하는 丙은 청소년 출입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할 시장으로부터 영업정지 1월의 처분을 받았다. 관할 시장은 이 처분을 하기 전에 丙에게 처분의 원인이 되는 사실과 의견제출의 방법 등에 관한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참조조문
※ 가상의 법령(현행 법령에 우선함)
「경범죄처벌법」 제3조 제34호(지문채취 불응): 범죄 피의자로 입건된 사람의 신원을 지문조사 외의 다른 방법으로는 확인할 수 없어 경찰공무원이나 검사가 지문을 채취하려고 할 때에 정당한 이유없이 이를 거부한 사람 → 1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
「국민건강증진법」 제9조④23호: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소 전체를 금연구역으로 지정 / ⑥: 누구든지 지정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34조③: 제9조제6항 위반하여 금연구역에서 흡연을 한 자에게는 10만원 이하의 과태료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28조7호: 청소년의 출입시간을 준수할 것 / 제35조②5호: 준수사항을 위반한 때 영업정지 명령 가능 / 제45조9호: 영업정지명령을 위반하여 영업한 자 →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16조2호가: 청소년 출입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설문
PC방 영업을 하는 丙은 청소년 출입시간을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관할 시장으로부터 영업정지 1월의 처분을 받았다. 관할 시장은 이 처분을 하기 전에 丙에게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다. 사전통지 없는 영업정지처분이 위법하다고 주장하며 영업정지명령에 불응하여 계속하여 영업을 한 丙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영업정지명령위반을 이유로 고발한 경우, 형사 법원은 丙에 대해 유죄 판결을 할 수 있겠는가?
해설
쟁점
관할 시장이 「행정절차법」상 사전통지 없이 丙에게 한 영업정지처분이 위법한지, 위법하다면 그 영업정지명령에 불응하여 영업을 계속한 丙을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영업정지명령위반죄(제45조 제9호)로 처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특히 형사법원이 영업정지처분의 위법성을 선결문제로 심사할 수 있는지, 위법한(당연무효는 아닌) 처분에 위반한 행위가 처벌대상이 되는지가 핵심이다.
근거 법령
행정절차법 제21조(처분의 사전 통지) ① 행정청은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미리 다음 각 호의 사항을 당사자등에게 통지하여야 한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행정절차법 제21조
검토
(1) 사전통지 흠결로 인한 영업정지처분의 위법
영업정지처분은 상대방의 권익을 제한하는 침익적 처분이므로 행정청은 사전통지와 의견제출의 기회를 부여하여야 한다(행정절차법 제21조). 관할 시장은 예외사유가 없음에도 丙에게 사전통지를 하지 아니하였으므로 이 영업정지처분은 절차상 하자로 위법하다.
대법원 2004. 5. 28. 선고 2004두1254 판결
행정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을 함에 있어서 당사자에게 위와 같은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였다면 사전통지를 하지 않거나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지 아니하여도 되는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하지 아니하는 한 그 처분은 위법하여 취소를 면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사전통지의 흠결
다만 이러한 절차하자는 중대·명백한 하자라고 보기 어려워 당연무효 사유가 아니라 취소사유에 그친다(영업정지처분에 관한 절차하자에 관하여 대법원 1991. 7. 9. 선고 91누971 판결도 같은 취지 — 표준판례: 절차하자의 효과 (1)). 위 사전통지 흠결 판례(2004두1254)는 제7회 공법 제19번·제24번 선택형에서도, 영업정지 절차하자 판례(91누971)는 제11회 공법 제24번·제7회 공법 제30번·제5회 공법 제26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2) 형사법원의 선결문제 심사권
영업정지처분이 당연무효가 아닌 이상 공정력(구성요건적 효력)에 의하여 권한 있는 기관이 취소하기 전까지는 유효하다. 그러나 공정력은 처분의 ‘효력’을 다른 기관이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일 뿐, 처분의 ‘위법성’ 자체에 대한 판단까지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영업정지명령위반죄의 성립 여부가 그 명령의 위법성 유무에 달려 있는 경우, 형사법원은 처분의 효력을 부정하지 아니하고도 그 위법 여부를 선결문제로서 독자적으로 심사할 수 있다.
(3) 위법한 영업정지명령 위반죄의 성립 여부
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7도7321 판결
행정청으로부터 시정명령을 받은 자가 이를 위반한 경우, … 처벌을 하기 위하여는 시정명령이 적법한 것이라야 하고, 시정명령이 당연무효가 아니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한 … 위반죄가 성립될 수 없다. … 관할관청이 침해적 행정처분인 시정명령을 하면서 … 행정절차법 제21조, 제22조에 따른 적법한 사전통지를 하거나 의견제출 기회를 부여하지 않았고 이를 정당화할 사유도 없으므로 시정명령은 절차적 하자가 있어 위법하고, 시정명령이 당연무효가 아니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 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정력과 구성요건적 효력 (3)
명령위반을 구성요건으로 하는 처벌규정은 그 명령이 ‘적법’할 것을 전제로 하므로, 명령이 당연무효가 아니더라도 위법한 것으로 인정되는 이상 그 위반죄는 성립하지 아니하며, 그 위법이 절차적 하자로 인한 것이라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7. 9. 21. 선고 2014도12230 판결도 같은 취지 — 표준판례: 공정력과 선결문제 (형사):절차적 하자로 위법한 시정명령 위반죄도 불성립). 위 절차적 하자 관련 판례(2014도12230)는 제8회 공법 제27번·제4회 공법 제24번·제3회 공법 제23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이 사안에서 丙에 대한 영업정지처분은 사전통지 흠결로 위법하므로, 그 영업정지명령에 불응하여 영업을 계속한 丙에게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9호의 영업정지명령위반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결론
사전통지 없이 이루어진 영업정지처분은 절차하자로 위법하고(취소사유), 형사법원은 그 위법성을 선결문제로 심사할 수 있다. 위법한 영업정지명령에 위반한 행위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제45조 제9호 위반죄를 구성하지 아니하므로, 형사법원은 丙에 대하여 유죄판결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