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2016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
사례
냉방기기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비상장회사인 A주식회사(A회사)는 2005. 1. 전동자전거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는 비상장회사인 B주식회사(B회사)를 설립하여 그 주식 100%를 보유하고 있다. B회사는 설립 후 신제품 개발 및 마케팅에 성공하여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던 중 2012. 9. 주요 고객 중 하나인 중국 수입선의 부도로 자금조달에 일시적으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하여 2012. 10. 주주배정방식으로 총 발행가액 500억 원 규모(보통주 500만 주)의 유상증자(이 사건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하였다. A회사의 이사는 甲, 乙, 丙 3인인데, 이사회는 특별한 검토 없이 이 사건 유상증자 직전 B회사의 단기적 유동성 부족 문제만을 이유로 자신에게 배정된 신주를 전부 인수하지 아니하기로 전원일치로 결의하였다. 이에 B회사 이사회는 실권주 처리를 위하여 A회사 최대주주 겸 대표이사인 甲의 배우자인 丁에게 실권한 500만 주 전부를 배정하기로 결의하였다. 丁이 배정주식 전부를 인수한 결과 丁은 B회사의 주식 80%를 보유하게 되었고, 그 결과 A회사가 보유한 B회사 지분은 20%로 감소하였다. 그후 B회사가 개발한 전동자전거가 중국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얻게 되면서 B회사는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남은 물론 매출 및 당기순이익은 이 사건 유상증자 시기에 비하여 수백 배로 수직상승하였다. 한편 이 사건 유상증자 직후 A회사는 B회사와의 사이에 B회사가 요구하는 특정 기계부품 전량을 10년간 염가에 공급하는 내용의 장기물품공급계약(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여 지속적으로 거래를 하여왔다. X는 이 사건 유상증자 이후에 처음으로 A회사 주식을 매수하여 3개월째 A회사 주식의 3%를 계속 보유하는 주주인데, 이 사건 유상증자와 관련한 이사 甲, 乙, 丙의 행위로 인하여 A회사가 큰 손해를 보았다고 믿고 이들을 상대로 책임을 묻고자 한다. [추가적 사실관계 1] 丁은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자금으로 B회사의 실권분 신주인수대금을 납입하였고, B회사의 대표이사와 공모하여 증자등기 완료 후 즉시 위 납입금 전액을 인출하여 차입금을 변제하였다. [추가적 사실관계 2] A회사는 최근 투자 실패로 인하여 거액의 손실을 보아 배당가능이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표이사 甲은 이를 감추고 사옥매각대금으로 확보한 2억 원을 재원으로 하여 주주들에게 현금배당하기로 하는 내용의 배당안을 작성하였다. A회사 이사회는 전원찬성 결의로 이 배당안을 승인하였고, A회사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쳐 배당을 실시하였다. 이로 인하여 A회사의 채권자 Y는 5천만 원의 채권을 변제기에 변제받지 못하였다.
설문
만약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과 관련하여 A회사와 B회사 모두 별도의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다면, 위 계약의 효력은?
해설
쟁점
A회사와 B회사가 체결한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A가 B에 특정 기계부품 전량을 10년간 염가에 공급)이 상법 제398조의 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자기거래)에 해당하는지, 해당한다면 A·B 어느 쪽도 이사회 결의나 주주총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한 이 계약의 효력이 어떠한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상법 제398조(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그 거래의 내용과 절차는 공정하여야 한다.
1. 이사 또는 제542조의8제2항제6호에 따른 주요주주
2. 제1호의 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4. 제1호부터 제3호까지의 자가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 및 그 자회사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8조
검토
(1)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의 자기거래 해당성
상법 제398조는 이사 본인뿐 아니라 그 배우자(제2호), 나아가 이들이 단독 또는 공동으로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제4호)까지 거래주체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 A회사의 대표이사 甲은 A의 이사(제1호)이고, 甲의 배우자 丁(제2호)은 B회사 주식의 80%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B회사는 "제2호의 자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50 이상을 가진 회사"로서 제398조 제4호에 해당한다. 따라서 A회사가 B회사와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A회사의 관점에서 제398조가 규율하는 자기거래에 해당하고, 그것도 A에게 불리한 염가공급으로서 이해상충의 우려가 큰 거래이므로, A회사 이사회에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2) 이사회 승인을 결한 자기거래의 효력 — 상대적 무효설
이사회의 승인 없이 이루어진 자기거래의 효력에 관하여 판례는 이른바 상대적 무효설을 취한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한 이른바 자기거래행위는 회사와 이사 간에서는 무효이지만, 회사가 위 거래가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여 무효라는 것을 제3자에 대하여 주장하기 위해서는 거래의 안전과 선의의 제3자를 보호할 필요상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였다는 것 외에 제3자가 이사회의 승인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고, 비록 제3자가 선의였다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악의인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며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이사회 승인이 없는 대표이사의 자기거래행위의 효력 (간접거래, 겸임이사)
위 자기거래 상대적 무효 판례(2012다73530)는 제3회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에서도 출제되었다. 즉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는 회사와 이사(및 그와 동일시되는 거래상대방) 사이에서는 무효이나, 회사가 그 무효를 거래상대방에게 주장하려면 상대방이 이사회 승인이 없었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하였음을 증명하여야 한다. 한편 그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회사에 한정된다.
대법원 2012. 12. 27. 선고 2011다67651 판결
… 이사와 회사 사이의 거래가 상법 제398조를 위반하였음을 이유로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는 자는 회사에 한정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의 상대방이나 제3자는 그 무효를 주장할 이익이 없다고 보아야 하므로, 거래의 상대방인 당해 이사 스스로가 위 규정 위반을 내세워 그 거래의 무효를 주장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이사회의 승인이 없는 자기거래에서 자기거래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는 자(회사)
위 무효주장 적격 판례(2011다67651)는 제4회 민사법 제43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3) 사안의 포섭
이 사건에서 A회사는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아니하였으므로 A와 이사 측(丁이 지배하는 B) 사이에서 이 계약은 무효이다. 나아가 거래상대방 B회사는 甲의 배우자 丁이 80% 지분으로 지배하는 회사이므로, B는 A회사 이사회의 승인이 없었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알 수 있었던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의 상대방에 해당한다. 따라서 A회사는 B회사에 대하여 이 계약이 이사회 승인을 결한 자기거래로서 무효임을 주장할 수 있다.
결론
이 사건 물품공급계약은 A회사의 관점에서 상법 제398조 제4호의 자기거래에 해당하는데 A회사 이사회의 승인을 결하였으므로, A회사와 이사 측 사이에서는 무효이다. 거래상대방 B회사는 甲의 배우자 丁이 지배하는 회사로서 승인 흠결에 관하여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므로, A회사는 B회사에 대하여 이 계약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