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2016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2)
사례
甲과 乙은 공원을 배회하던 중 혼자 걸어가던 여성 A(22세)를 함께 강간하기로 모의하고 A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간 다음 乙이 망을 보고 있는 사이 甲은 A를 세게 밀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A의 위에 올라타 수차례 뺨을 때리면서 옷을 벗기려 하였다. 이에 A는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면서 도망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고, 그때 공원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 P1이 A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이를 본 乙은 혼자서 급히 다른 곳으로 도주해 버렸고 甲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A의 핸드백을 들고 도주하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P1이 도주하는 甲을 100여 미터 추적하여 붙잡으려 하자, 甲은 체포를 당하지 않으려고 주먹으로 P1의 얼굴을 세게 때려 P1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상해를 가하였다.
甲은 P1의 추적을 벗어난 다음 다른 곳에 도망가 있던 乙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 乙을 태우고 운전하여 가던 중 육교 밑에서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위해 갑자기 뛰어든 B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하였으나 멈추지 못하고 앞범퍼로 B를 충격하였고, 이로 인해 B는 다리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고 도로변에 쓰러졌다.
甲은 B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정차하려 하였으나 乙이 "그냥 가자!"라고 말하자 이에 동의하고 정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운전하여 가버렸다. 다행히 B는 현장을 목격한 행인 C의 도움으로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설문
C의 신고를 받은 경찰관 P2는 甲을 적법하게 긴급체포한 다음 甲으로부터 사고 장면이 녹화된 블랙박스를 자신의 집에 숨겨 두었다는 진술을 듣고 긴급체포한 당일 23:00경 甲의 집을 수색하여 블랙박스를 발견하여 이를 압수한 후 그 다음 날 10:00경 사후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이 경우 블랙박스를 증거로 할 수 있는가?
해설
쟁점
긴급체포된 甲이 자신의 집에 숨겨 둔 블랙박스를 P2가 영장 없이 압수한 것이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의 요건을 갖춘 적법한 압수인지, 그리고 사후에 압수·수색영장을 받음으로써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217조(영장에 의하지 아니하는 강제처분)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제200조의3에 따라 체포된 자가 소유ㆍ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ㆍ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다. ② … 압수한 물건을 계속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여야 한다. 이 경우 압수수색영장의 청구는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하여야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217조
검토
(1) 긴급체포에 수반한 영장 없는 압수 — 제217조 제1항
수사상 압수·수색은 사전영장주의가 원칙이나(제215조), 제217조 제1항은 긴급체포된 자가 소유·소지·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으면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를 둔다. 이는 체포현장에서의 압수를 규정한 제216조 제1항 제2호와 달리 체포현장이 아닌 장소에서도 가능하다.
대법원 2017. 9. 12. 선고 2017도10309 판결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긴급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에 대하여는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에 한하여 영장 없이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할 수 있고 … 이 규정에 따른 압수·수색 또는 검증은 체포현장에서의 압수·수색 또는 검증을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216조 제1항 제2호와 달리, 체포현장이 아닌 장소에서도 긴급체포된 자가 소유·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을 대상으로 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영장주의의 예외로서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 의미
압수할 수 있는 물건은 긴급체포의 사유가 된 범죄사실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의 것이어야 한다.
대법원 2008. 7. 10. 선고 2008도2245 판결(판결요지 [1])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를 긴급체포한 경우 … 영장 없이, 긴급체포의 사유가 된 범죄사실 수사에 필요한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당해 범죄사실과 관련된 증거물 … 을 압수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긴급체포시 압수의 대상 범위
이 판례(2008도2245)는 같은 제5회 형사법 선택형 24번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2) 사안의 포섭
첫째, 블랙박스는 B에 대한 교통사고·도주(특가법위반) 범죄의 결정적 증거로서 甲이 자신의 집에 보관하던 물건이고, 甲이 그 소재를 진술하여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으므로 긴급히 압수할 필요가 인정된다. 둘째, P2는 甲을 긴급체포한 당일 23:00경 압수하였으므로 "체포한 때부터 24시간 이내"의 요건을 갖추었고, 체포현장이 아닌 甲의 집이라도 무방하다. 셋째, 계속 압수의 필요가 있어 그 다음 날 10:00경 사후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으므로, 체포한 때부터 48시간 이내에 영장을 청구·발부받은 것으로서 제217조 제2항의 요건도 충족한다.
결론
블랙박스의 압수는 형사소송법 제217조 제1항·제2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적법한 압수이므로, 그 블랙박스는 증거능력이 인정되어 증거로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