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2016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4)
사례
甲과 乙은 공원을 배회하던 중 혼자 걸어가던 여성 A(22세)를 함께 강간하기로 모의하고 A를 으슥한 곳으로 끌고 간 다음 乙이 망을 보고 있는 사이 甲은 A를 세게 밀어 바닥에 넘어뜨리고 A의 위에 올라타 수차례 뺨을 때리면서 옷을 벗기려 하였다. 이에 A는 비명을 지르며 필사적으로 반항하면서 도망하다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발목이 부러지는 상해를 입었고, 그때 공원을 순찰 중이던 경찰관 P1이 A의 비명소리를 듣고 달려왔다.
이를 본 乙은 혼자서 급히 다른 곳으로 도주해 버렸고 甲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A의 핸드백을 들고 도주하였다. 그 장면을 목격한 P1이 도주하는 甲을 100여 미터 추적하여 붙잡으려 하자, 甲은 체포를 당하지 않으려고 주먹으로 P1의 얼굴을 세게 때려 P1의 코뼈를 부러뜨리는 상해를 가하였다.
甲은 P1의 추적을 벗어난 다음 다른 곳에 도망가 있던 乙에게 연락하여 자신의 승용차 조수석에 乙을 태우고 운전하여 가던 중 육교 밑에서 도로를 무단횡단하기 위해 갑자기 뛰어든 B를 발견하고 급제동을 하였으나 멈추지 못하고 앞범퍼로 B를 충격하였고, 이로 인해 B는 다리가 부러지는 상해를 입고 도로변에 쓰러졌다.
甲은 B의 상태를 살펴보기 위해 정차하려 하였으나 乙이 "그냥 가자!"라고 말하자 이에 동의하고 정차하지 아니한 채 그대로 운전하여 가버렸다. 다행히 B는 현장을 목격한 행인 C의 도움으로 병원에 후송되어 치료를 받았다.
설문
乙은 친구 D를 만나 그에게 '甲이 A를 강간하고 있는 동안 내가 망을 봐줬다'라고 말했고, 사법경찰관 P3는 D를 참고인으로 조사하여 D가 乙로부터 들은 내용이 기재된 진술조서를 적법하게 작성하였다. 공판정에서 乙이 범행을 부인하자 검사가 그 조서를 증거로 제출하였으나 乙은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다. 이 경우 D에 대한 P3 작성의 참고인진술조서의 증거능력을 논하시오.
해설
쟁점
乙이 친구 D에게 "甲이 A를 강간하고 있는 동안 내가 망을 봐줬다"라고 말한 것을 들은 D를 사법경찰관 P3가 참고인으로 조사하여 작성한 진술조서를, 乙이 증거에 부동의하는 상황에서 乙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 조서는 피고인 아닌 자(D)의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 즉 재전문서류로서 그 증거능력이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312조(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의 조서 등) ④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이 피고인이 아닌 자의 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서 그 조서가 … 원진술자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나 영상녹화물 또는 그 밖의 객관적인 방법에 의하여 증명되고,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에는 증거로 할 수 있다. 다만, 그 조서에 기재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한다.
형사소송법 제316조(전문의 진술) ① 피고인이 아닌 자 … 의 공판준비 또는 공판기일에서의 진술이 피고인의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인 때에는 그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하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할 수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12조 · 제316조
검토
(1) 증거의 구조 —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재전문서류)
D의 진술은 피고인 乙이 D에게 한 진술을 그 내용으로 하는 것이므로, 그 자체가 피고인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에 해당한다(제316조 제1항). 그런데 D가 공판정에서 직접 진술한 것이 아니라, 그 전문진술을 P3가 참고인진술조서로 작성한 것이므로, 이 조서는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 즉 재전문서류이다. 乙이 증거로 함에 부동의하였으므로 제318조에 의한 증거동의로는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고, 전문법칙의 예외규정에 의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되는지를 검토하여야 한다.
(2) 재전문서류의 증거능력에 관한 판례
판례는 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제312조·제314조의 요건과 제316조의 요건을 모두 갖춘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고 본다. 반면 재전문진술이나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는 이를 인정하는 규정이 없어,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는 한 증거능력이 없다.
대법원 2000. 3. 10. 선고 2000도159 판결
전문진술이 기재된 조서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또는 제314조의 규정에 의하여 각 그 증거능력이 인정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여야 함은 물론 나아가 형사소송법 제316조 제2항의 규정에 따른 위와 같은 요건을 갖추어야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있다 … 재전문진술이나 재전문진술을 기재한 조서에 대하여는 달리 그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고 있으므로, 피고인이 증거로 하는 데 동의하지 아니하는 한 … 이를 증거로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재전문증거의 증거능력
이 판례(2000도159)는 같은 제5회 형사법 선택형 27번을 비롯해 제6·14회 선택형에서도 출제된 판례입니다.
위 판례는 원진술자가 피고인 아닌 타인이어서 제316조 제2항(원진술자의 사망·질병 등 필요성 + 특신상태)을 적용한 사안이다. 그러나 이 사안의 원진술자는 피고인 乙이므로, 적용되는 것은 제316조 제1항이다. 제1항은 원진술자가 피고인이어서 언제든 법정에 있으므로 필요성(진술불능) 요건 없이 특신상태만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제2항과 다르다.
(3) 요건의 구체적 검토
첫째, 제312조 제4항의 요건이다. P3가 작성한 D에 대한 참고인진술조서는, ① 적법한 절차와 방식에 따라 작성되고, ② 원진술자인 D가 공판준비·공판기일에서 진술하거나 영상녹화물 등 객관적 방법으로 실질적 진정성립이 증명되며, ③ 피고인 乙 또는 변호인이 D를 신문할 수 있었고(반대신문권 보장), ④ 그 진술이 특신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9. 11. 21. 선고 2018도13945 전원합의체 판결
현행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은 … ‘피고인 또는 변호인이 … 그 기재 내용에 관하여 원진술자를 신문할 수 있었던 때’, 즉 피고인의 반대신문권이 보장될 것을 증거능력 인정의 요건으로 추가함으로써 … 반대신문권의 보장은 형식적·절차적인 것이 아니라 실질적·효과적인 것이어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제312조 –수사기관의 진술조서 (2)
둘째, 제316조 제1항의 요건이다. 조서에 기재된 D의 전문진술이 담고 있는 원진술, 즉 피고인 乙이 D에게 한 진술이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어야 한다. 여기의 특신상태는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의 신빙성·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외부적 정황이 있는 경우를 말하며, 그 증명은 검사가 하여야 한다.
대법원 2012. 7. 26. 선고 2012도2937 판결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에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란 진술 내용이나 조서 작성에 허위개입의 여지가 거의 없고, 진술 내용의 신빙성이나 임의성을 담보할 구체적이고 외부적인 정황이 있는 것을 말한다. … 이러한 ‘특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는 증거능력의 요건에 해당하므로 검사가 그 존재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주장·증명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제312조 –수사기관의 진술조서 (3)
(4) 사안의 포섭
乙이 부동의하였으므로 증거동의에 의할 수는 없다. 따라서 D가 공판기일에 출석하여 위 조서의 실질적 진정성립을 인정하고 乙 측에 반대신문의 기회가 보장되며(제312조 제4항), 나아가 乙이 D에게 한 진술이 특신상태에서 행하여졌음이 증명되면(제316조 제1항) 이 조서는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반대로 위 요건 중 어느 하나라도 갖추지 못하면 증거능력이 부정된다.
결론
D에 대한 P3 작성의 참고인진술조서는 피고인 乙의 진술을 내용으로 하는 전문진술을 기재한 재전문서류이므로, 제312조 제4항의 요건과 제316조 제1항의 요건을 모두 갖춘 때에 한하여 증거능력이 인정된다. 乙이 부동의한 이상 증거동의(제318조)에 의하여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