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회(2016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5-나)
사례
甲과 乙은 서울 소재의 참소식신문사(대표이사 김참말)에서 일하는 사회부 기자들이다. 甲과 乙은 연말 특종을 노리고 의사들의 수면유도제 프로포폴 불법투여실태를 취재하고 있던 중, 다나아 종합병원 원장 A가 유명 연예인들에게 프로포폴을 불법투여한다는 풍문을 듣고 2014. 12. 30. 14:00경 취재를 위해 다나아 종합병원으로 찾아갔다. 甲과 乙은 마침 유명 연예인 B가 진료실에서 병원장 A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여받고 있는 것을 우연히 열린 문틈으로 목격하고, 프로포폴 불법투여가 사실이라고 믿게 되었다.
이에 甲과 乙은 보다 상세한 취재를 위해 자신들이 투여장면을 보았다고 말하면서 A와 B에게 인터뷰에 응해달라고 요청하였으나 거절당하였다.
이에 甲과 乙은
1) 확실한 증거를 확보할 목적으로 몰래 진료실에 들어가 프로포폴 1병을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2) A와 B로부터 자세한 설명을 듣지는 못했으나 프로포폴을 주사하는 현장을 직접 목격했으므로 더 이상의 조사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고, "병원장 A가 거액을 받고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주사해 주고 있으며, B도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투여받은 것으로 보인다."라는 내용의 기사를 작성하였고, 이 기사는 다음 날 참소식신문 1면 특종으로 게재되었다. 甲과 乙은 이 기사내용이 사실이라고 굳게 믿었고 A나 B를 비방할 의도 없이 이들의 불법투여사실을 알림으로써 프로포폴의 오·남용을 근절하는 데 일조한다는 생각에서 기사화한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B는 성형수술을 목적으로 프로포폴 주사를 맞은 것이었고, 병원장 A에 관한 내용도 허위사실로서 경쟁병원 의사 C가 낸 헛소문에 불과한 것이었다.
기사가 보도된 뒤 많은 사람들이 A와 B를 맹비난하였고 나중에 기사내용을 알게 된 A와 B는 터무니없는 허위기사를 쓴 기자 甲과 乙을 검찰에 고소하였다.
3) 다나아 종합병원 소재지에 있는 보건소 공무원 丙은 참소식신문의 기사를 읽고 유흥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병원장 A에게 전화를 걸어 '불법 프로포폴 투여사실 외에 그동안 수집한 비리를 언론에 제보하겠다'라고 말하여 이에 겁을 먹은 A로부터 1,000만 원을 받았다.
설문
만일 이 사건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한 제1심 재판부가 피해자를 비롯한 다수의 사건 관련자들에 대해 증인신문을 한 후, 만장일치로 한 배심원의 무죄평결이 재판부의 심증에 부합하자 丙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하였으나, 항소심 재판부가 피해자에 대하여만 다시 증인신문을 실시한 다음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유죄로 인정하였다면, 이에 대한 당부를 논하시오.
해설
쟁점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제1심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하고 그것이 재판부의 심증에도 부합하여 무죄가 선고되었는데, 항소심이 피해자에 대하여만 다시 증인신문을 한 다음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유죄로 인정한 것이 타당한지가 문제된다. 실질적 직접심리주의 및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항소심의 심리·판단에 한계가 있는지가 쟁점이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은 공판중심주의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를 기본원칙으로 하고,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은 국민참여재판을 통한 사법의 민주적 정당성 제고를 목적으로 한다(같은 법 제1조). 이에 관한 판례의 법리는 다음과 같다.
검토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은, 그것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추가 증거조사를 종합할 때 이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이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으려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야 하며, 이는 국민참여재판에서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내린 무죄평결이 채택된 제1심 판결의 경우 더욱 존중되어야 한다.
대법원 2010. 3. 25. 선고 2009도14065 판결
… 제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고 볼 특별한 사정이 있거나 … 제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으로서는 … 제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아니 된다. 특히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증인의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제1심의 판단을 뒤집는 경우에는, 무죄추정의 원칙 및 형사증명책임의 원칙에 비추어 이를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나타나는 경우라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배심원의 무죄평결이 채택된 1심 판결과 항소심 판단
이 사안에서 제1심은 다수의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증인신문을 거쳤고 배심원이 만장일치로 무죄평결을 하였으며 그것이 재판부의 심증에도 부합하였다. 그런데 항소심은 피해자에 대하여만 다시 증인신문을 실시하였을 뿐이므로, 이러한 정도의 심리만으로는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에 기초한 제1심의 증인 신빙성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거나 이를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볼 만한 충분하고도 납득할 현저한 사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결론
항소심이 피해자에 대하여만 다시 증인신문을 한 것만으로 배심원의 만장일치 무죄평결에 따른 제1심의 판단을 뒤집어 유죄로 인정한 것은, 실질적 직접심리주의와 국민참여재판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타당하지 않다. 다만 제1심의 판단이 명백히 잘못되었다는 등 예외적·현저한 사정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항소심이 유죄로 판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