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공법 사례형 제1문의3 nan
사례
대통령 甲은 국회에서 탄핵소추가 의결되었고, 그 소추의결서는 「국회법」에 따라 모두 적법하게 송달되었으며, 현재 탄핵심판이 계속 중이다. 국회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서 정한 죄를 범하여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금지하는 「사면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의결하여 정부로 이송하였다. 국무총리 乙은 위 법률안이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사유로 이의서를 붙여 헌법 제53조 제2항의 기간 내에 국회로 환부하면서 그 재의를 요구하였다.
설문
乙이 위 법률안에 대하여 위와 같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및 그 거부사유의 당부(當否)에 대하여 논하시오.
해설
쟁점
대통령 甲이 탄핵소추 의결로 권한행사가 정지된 상태에서 그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 乙이 ①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② "대통령의 사면에 관한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거부사유가 타당한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헌법 제71조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의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71조
헌법 제53조 ②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53조
헌법 제79조 ①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③ 사면·감형 및 복권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79조
검토
(1) 권한대행자의 법률안 거부권 행사 가부
대통령이 탄핵소추의 의결을 받으면 헌법재판소의 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행사가 정지되고(헌법 제65조 제3항), 국무총리가 그 권한을 대행한다(헌법 제71조). 법률안 거부권(재의요구권)도 대통령의 권한이므로 권한대행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다만 권한대행은 헌법·법령상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잠정적 수행을 의미하고, 권한대행자는 대통령에 비하여 축소된 민주적 정당성만을 가지므로, 그 권한행사는 잠정적·현상유지적 관리의 범위에서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헌재 2025. 3. 24. 2024헌나9
… 대통령 권한대행자로서 국무총리는 대통령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지위에 있다. 헌법 제71조가 규정하는 대통령 권한대행은 헌법과 법령상으로 대행자에게 미리 예정된 기능과 과업의 수행을 의미하는 것이지, 권한대행 … 이라는 공직이나 지위가 새로이 창설되는 것이라 볼 수 없다.
— 헌재 결정 원문 · 표준판례: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소추 의결정족수
이 판례(2024헌나9)는 제15회 공법 3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이러한 기준에서 볼 때, 법률안 거부권의 행사 자체는 권한대행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탄핵소추되어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 자신에게 유리한(그 사면권을 그대로 유지시키는) 내용의 거부권을, 그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국무총리가 행사하는 것은 권한대행의 잠정적·중립적 성격에 비추어 자제함이 바람직하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2) 거부사유의 당부 — 사면권 제한 입법과 사면권 침해 여부
사면은 국가원수의 고유한 은사권이나, 헌법 제79조 제3항은 사면·감형·복권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정하도록 위임하고 있으므로, 사면의 종류·대상·범위·절차·효과는 입법자가 광범위한 입법재량으로 정할 수 있다.
헌재 2000. 6. 1. 97헌바74
우리 헌법 제79조는 사면의 구체적 내용과 방법 등을 법률에 위임하고 있어, 사면의 종류, 대상, 범위, 절차, 효과 등은 … 입법자가 결정할 사항으로서 입법자에게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부여되어 있다.
— 헌재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사면권의 개념과 헌법적 성격
이 판례(97헌바74)는 제8회 공법 4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습니다.
따라서 국회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의 죄로 형을 선고받은 자에 대한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법률로 금지하는 것은, 헌법 제79조 제3항의 위임에 따라 사면의 대상·범위를 정하는 입법형성권의 행사로서 허용되고, 그것이 곧바로 대통령 사면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대통령의 사면 고유권한을 침해한다"는 乙의 거부사유는 타당하지 않다.
결론
乙이 권한대행자로서 법률안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 자체는 대행의 범위에 속한다고 볼 수 있으나, 탄핵소추되어 권한이 정지된 대통령에게 유리한 거부권을 그 대행자가 행사하는 것은 권한대행의 잠정적 성격에 비추어 신중을 요한다. 나아가 사면의 대상·범위는 헌법 제79조 제3항에 따라 법률로 정할 수 있으므로, 국회의 사면 제한 입법이 대통령의 사면권을 침해한다는 거부사유는 타당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