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2문의1 4)
사례
건강기능식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甲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된 수삼을 원료로 하여 만든 홍삼 진액을 구입하려고 한다. 그런데 甲의 경쟁업자인 乙은 자신이 홍삼 도매상 丙을 통하여 친환경 인증을 받은 홍삼 진액을 구입하였는데 아주 좋은 제품이라고 甲에게 소개하면서 丙으로부터 홍삼 진액을 구입하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하였다. 그러나 乙은 丙으로부터 홍삼 제품을 구입한 사실도 없을 뿐만 아니라 丙이 판매하는 홍삼 진액이 친환경 인증을 받은 바도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乙이 거짓말을 한 것이다.
하지만 甲은 위와 같은 乙의 말을 그대로 믿고 2014. 12. 1. 丙과 G-200 홍삼 진액 30상자를 상자당 50만 원씩 구입하되 같은 해 12. 10. 오전 10시에 甲의 점포에 배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이에 따라 丙은 2014. 12. 10. 오전 10시 자신의 배달차량에 홍삼 진액 30상자를 싣고 甲의 점포에 도착하였으나, 문이 잠겨 있어서 위 제품을 인도하지 못하였다. 당시 甲은 丙과의 약속을 깜박 잊고서 점포 문을 닫고 외출한 상태였다.
한편, 丙은 甲의 점포 앞에서 1시간여 동안 甲을 기다리다가 甲이 끝내 나타나지 않고 전화도 받지 않자 홍삼 진액 30상자를 배달차량에 그대로 싣고 되돌아와 자기가 관리하는 창고 앞에 위 차량을 주차해 놓았다. 그런데 2014. 12. 11. 아침에 丙이 고용한 직원 丁의 경미한 실수로 창고에 화재가 발생하였고, 그 불이 창고 앞에 주차되어 있던 배달차량에 옮겨 붙어 차량이 전소함으로써 그 홍삼 진액 30상자는 모두 소실되었다.
丙은 甲과의 계약내용에 따라 2014. 12. 10. 오전 10시에 홍삼 진액 30상자를 甲의 점포로 가지고 가서 계약내용에 따른 이행의 제공을 하였는데 甲이 외출하는 바람에 인도하지 못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하면서 甲을 상대로 홍삼 진액 30상자에 대한 1,50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물품대금지급청구소송을 제기하였다.
이에 대하여 甲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면서 위 물품대금의 지급을 거절하는 답변서를 제출하였다. 甲이 제기한 각 주장에 대하여 가능한 논거를 설명하고 그 각 주장에 관한 결론을 도출하시오.
설문
丙의 홍삼 진액 30상자에 대한 인도의무는 이행이 불가능하게 되었으므로 물품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가능한 논거를 설명하고 결론을 도출하시오)
해설
쟁점
甲의 채권자지체 중 이행보조자 丁의 경과실로 목적물이 소실되어 丙의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된 경우, 쌍무계약의 위험부담 법리상 甲이 대금지급의무를 면하는지가 문제된다. 채무자위험부담(민법 제537조)과 그 예외(제538조 제1항)의 적용이 쟁점이다.
근거 법령
민법 제537조(채무자위험부담주의)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537조
민법 제538조(채권자귀책사유로 인한 이행불능) ① 쌍무계약의 당사자 일방의 채무가 채권자의 책임있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쌍방의 책임없는 사유로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도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538조
검토
(1) 원칙 — 채무자위험부담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일방의 채무가 이행불능이 되면 채무자가 위험을 부담하여 반대급부를 청구하지 못한다(제537조).
대법원 2009. 5. 28. 선고 2008다98655, 98662 판결(판시사항 [1])
제537조는 채무자위험부담주의를 채택하고 있는바, 쌍무계약에서 당사자 쌍방의 귀책사유 없이 채무가 이행불능된 경우 채무자는 급부의무를 면함과 더불어 반대급부도 청구하지 못하[게 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위험부담 (1):채무자주의
이 원칙에 의하면 丙의 인도의무가 소실로 이행불능이 된 경우 丙은 대금을 청구하지 못하게 되어, 甲의 주장이 타당한 것처럼 보인다.
(2) 예외 — 채권자지체 중 이행불능
그러나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된 때에는 채무자가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어(제538조 제1항 후단), 위험이 채권자에게 이전한다.
대법원 2021. 10. 28. 선고 2019다293036 판결
…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채무를 이행할 수 없게 된 때에는 채무자는 상대방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제538조 제1항).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채권자지체
본 사안에서 목적물의 소실은 이행보조자 丁의 경과실에 의한 것이나, 甲의 채권자지체 중에 발생하였으므로 丙은 제401조에 따라 그 책임을 지지 않는다. 결국 이는 '채권자의 수령지체 중에 당사자 쌍방의 책임 없는 사유로 인한 이행불능'으로 평가되어 제538조 제1항 후단이 적용된다.
(3) 위험의 이전과 대금지급의무
따라서 위험은 채권자 甲에게 이전하고, 丙은 자신의 인도의무를 면하면서도 甲에게 대금 1,500만 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丙이 자신의 채무를 면함으로써 얻은 이익이 있으면 이를 甲에게 상환하여야 하나(제538조 제2항), 목적물이 소실된 이 사안에서는 특별히 상환할 이익이 없다.
결론
목적물의 소실이 甲의 채권자지체 중에 발생하였으므로 제538조 제1항 후단에 따라 위험이 채권자 甲에게 이전한다. 따라서 丙의 인도의무가 이행불능이 되었더라도 甲은 대금지급의무를 면하지 못하므로, '이행불능이므로 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甲의 주장은 이유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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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신정훈 「제4회 변호사시험 전문가 총평·해설 — 민사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