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1)
사례
2010\. 1. 설립된 甲 주식회사(甲회사)는 정관상 인쇄업을 주된 영업으로 하는 비상장회사로서, 3인의 이사(대표이사 A, 이사 B와 C)가 있고, 주주는 A(지분율 2%), D(지분율 13%), E(지분율 85%)로 구성되어 있으며, 2014. 8. 1. 기준 자본금 총액 59억 원, 자산 총계 91억 원인 회사이다.
乙 주식회사(乙회사)는 2014년에 이르러 구조적, 재무적 위기에 봉착하였는데 당장의 현안으로 2014. 8. 18.까지 丙은행으로부터 차입한 단기대여금 7억 원을 상환하여야 할 입장에 놓여 있다.
乙회사는 丙은행에게 위 단기대여금 상환기간 연장을 신청하였다. 그러나 丙은행은 상환기간 연장의 조건으로 대표이사의 개인 보증, 물적 담보의 제공 및 제3자 발행의 약속어음(액면금액은 은행 대여금과 동일)이 필요하다고 하였고, 이에 乙회사 대표이사 X는 A에게 甲회사가 담보 목적으로 약속어음만 발행해 주면 乙회사가 부도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면서 도움을 호소하였다. A는 예전에 X로부터 받은 개인적 도움을 갚아야 한다는 생각에 이사회 결의 없이 甲회사 명의의 액면금액 7억 원인 약속어음을 수취인 丙은행으로 하여 2014. 8. 18. 담보 목적으로 발행해 주었고, 이로써 乙회사는 무사히 단기대여금의 상환기간을 연장할 수 있었다.
한편, 2014. 9. 1. 甲회사는 A가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3%, D가 16%, F가 31%를 보유하고 있는 丁 주식회사(丁회사)와 대량의 인쇄물 발주계약을 체결하기로 하였는데, 그 납기인 2014. 9. 30. 내에 계약을 이행하기 위해서는 추가 자금을 확보하여 신속하게 새로운 인쇄 기계를 구입해야 하였다. A는 이를 위해 유상증자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신속히 이사회가 개최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A는 긴급히 甲회사의 이사회를 소집하게 되었는데, 시간이 촉박하여 2014. 9. 1. 각 이사와 감사에게 전화를 걸어 이사회의 의안이 무엇인지 설명도 하지 않고 단지 신속한 의사결정이 필요하여 이사회를 소집하겠다고 통보하였고, 이러한 긴급 이사회 소집에 이사들과 감사는 모두 동의하여 2014. 9. 2. 이사회가 개최되었다. 동 이사회에서는 A, C가 참석하여 丁회사와의 인쇄물 발주계약의 체결 및 2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방식의 신주발행이 참석 이사 전원 찬성으로 결의되었고, 주주배정 기준일을 2014. 9. 18.로, 납입기일은 2014. 9. 25.로 정하였다.
설문
甲회사가 약속어음의 만기일에 丙은행의 어음금 청구에 대하여 지급을 거절하려고 할 때 어떤 주장이 가능한가?
해설
쟁점
甲회사 대표이사 A가 이사회 결의 없이, 그리고 X(乙회사 대표)의 개인적 도움에 보답하려는 동기에서, 乙회사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하여 甲회사 명의의 약속어음을 丙은행에 발행한 경우, 甲회사가 어음금 지급을 거절하기 위하여 주장할 수 있는 논거가 문제된다. 이사회 결의를 요하는 행위를 결의 없이 한 전단적 대표행위, 대표권 남용, 어음의 인적항변이 쟁점이다.
근거 법령
상법 제393조(이사회의 권한) ①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 등 회사의 업무집행은 이사회의 결의로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3조
상법 제389조(대표이사) ③ 제208조제2항, 제209조, 제210조와 제386조의 규정은 대표이사에 준용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89조
검토
(1) 이사회 결의 흠결 — 전단적 대표행위
타인의 채무를 담보하기 위한 거액(7억 원)의 약속어음 발행은 회사에 큰 부담을 지우는 행위로서, 상법 제393조 제1항의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에 준하여 이사회 결의를 요한다. A는 이를 결의 없이 하였으므로 전단적 대표행위에 해당한다. 다만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에 불과하므로, 거래 상대방이 선의이면 보호되고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무효가 된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상법 제393조 제1항]에 정한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도, 대규모 재산의 차입 등의 행위'에 관하여 이사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고 거래행위를 한 경우에도 … 거래행위의 상대방인 제3자가 … 보호받기 위하여 선의 이외에 무과실까지 필요하지는 않지만,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전단적 대표행위와 제3자의 보호범위
이 판례(2015다45451 전합)는 제9·11·12·13회 민사법 선택형과 제3회 민사법 제3문 사례형 등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입니다.
따라서 甲회사는 丙은행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을 주장·증명하여 어음발행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특히 丙은행은 금융기관으로서 제3자 발행의 담보어음을 상환기간 연장 조건으로 요구하였으므로, 甲회사의 이사회 결의 존부를 확인하지 않은 데에 중과실이 있는지가 문제된다.
(2) 대표권 남용
A는 회사의 이익이 아니라 X에 대한 개인적 보답이라는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하여 어음을 발행하였으므로 대표권 남용에 해당한다. 대표권 남용행위도 일응 유효하나, 상대방이 그 남용의 의도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경우에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대법원 1993. 6. 25. 선고 93다13391 판결
주식회사의 대표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할 목적으로 그 권한을 행사한 경우에 상대방이 대표이사의 진의를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에는 그 행위는 회사에 대하여 무효가 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전단적 대표행위와 대표권 남용행위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대표권 남용행위와 상대방의 악의
따라서 甲회사는 丙은행이 A의 대표권 남용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을 주장·증명하여 어음발행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다.
(3) 어음의 인적항변
어음행위는 무인행위이나, 이는 어음을 취득한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므로 직접 당사자 사이에서는 원인관계에 기한 인적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다. 丙은행은 어음을 발행받은 직접 상대방(수취인)이므로, 甲회사는 위 이사회 결의 흠결·대표권 남용 등 발행의 하자를 인적항변으로 丙은행에게 직접 대항할 수 있고, 이러한 항변은 제3취득자에 대한 것과 달리 차단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7. 7. 25. 선고 96다52649 판결
어음행위는 무인행위로서 어음수수의 원인관계로부터 분리하여 다루어져야 하고 어음은 원인관계와 상관없이 일정한 어음상의 권리를 표창하는 증권이라 할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어음행위의 무인성
결론
甲회사는 ① 丙은행이 이사회 결의가 없었음을 알았거나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었음(전단적 대표행위), 또는 ② 丙은행이 A의 대표권 남용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음(대표권 남용)을 주장·증명하여 어음발행의 무효를 주장할 수 있다. 丙은행은 어음발행의 직접 상대방이므로 이러한 항변이 인적항변으로서 차단되지 않는다. 따라서 甲회사는 위 주장으로 丙은행의 어음금 청구에 대하여 지급을 거절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