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甲은 자기 소유의 아파트를 A에게 6억 원에 매도하기로 하고 계약금으로 6,000만 원을 받았다. 그 후 A는 甲에게 잔금을 지급하면서 수표를 잘못 세어 1억 원권 자기앞수표 5장과 1,000만 원권 자기앞수표 5장을 교부하였다. 甲은 그 현장에서 A가 준 수표를 세어보고 1,000만 원이 더 지급된 것임을 알았음에도 이를 A에게 돌려주지 않았다. 甲은 친구 乙과 명의신탁약정을 한 후 위 아파트 매각대금 중 4억 원으로 B 소유의 X건물에 관하여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X건물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는 B에서 바로 乙 명의로 경료하였다. 그런데 乙은 사업자금이 부족하게 되자 X건물이 자기명의로 등기되어 있는 것을 기화로 甲의 동의를 받지 않고 X건물에 관하여 채권최고액 1억 5,000만 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은행으로부터 1억 원을 대출받았다. 그로부터 한 달 후 乙은 사업자금이 더 필요하여 X건물을 임의로 매도하기로 마음먹고 C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여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았다. 그런데 乙과 C간의 위 매매계약 체결 및 중도금 지급 사실을 알고 있던 丙은 乙에게 X건물을 자신에게 매도할 것을 수차례 요청하면서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적극적으로 매도를 권유하였고, 이에 乙은 丙으로부터 매매대금 3억 원 전액을 받고 임의로 X건물의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해주었다. 한편, 배우자 없는 甲은 乙의 처 丁이 乙과의 성격 차이로 잠시 별거 중인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丁과 성관계를 맺었다. 乙은 丁과 甲간의 성관계 사실을 의심하고 丁에게 '용서해 줄테니 자백하라'고 말하였고, 이에 丁은 甲과의 성관계 사실을 시인하였다. 그러나 乙은 그로부터 한 달 뒤 丁에 대한 이혼소송을 청구한 후 甲만 간통으로 고소하였다.
설문
甲, 乙, 丙의 죄책을 논하시오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의 점은 논외로 함).
해설
쟁점
甲·乙·丙의 죄책이 문제된다. 甲은 초과지급된 수표 1,000만 원을 반환하지 않은 행위(점유이탈물횡령죄 또는 사기죄)와 간통이, 乙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부동산 X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행위(횡령죄 성부)와 X를 C에게 매도한 후 丙에게 이중매도한 행위(배임죄)가, 丙은 그 이중매매에 적극 가담한 행위(배임죄 공동정범)가 각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써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하여 본인에게 손해를 가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5조
형법 제360조(점유이탈물횡령) ①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60조
검토
1. 甲의 죄책
(가) 초과지급된 수표 1,000만 원 — 점유이탈물횡령죄 — A는 잔금을 지급하면서 수표를 잘못 세어 1,000만 원을 초과하여 교부하였고, 甲은 A가 준 수표를 받아 세어본 뒤에 초과 사실을 알고도 반환하지 않았다. 초과지급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에 따라 죄책이 달라진다.
대법원 2004. 5. 27. 선고 2003도4531 판결
피고인이 매매잔금을 교부받기 전 또는 교부받던 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 사실대로 고지하여 … 착오를 제거하여야 할 신의칙상 의무를 지므로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고 … 그대로 수령한 경우에는 사기죄에 해당될 것이지만, 그 사실을 미리 알지 못하고 매매잔금을 건네주고 받는 행위를 끝마친 후에야 비로소 알게 되었을 경우에는 …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죄를 구성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거스름돈 사기와 점유이탈물횡령죄
甲은 A가 교부한 수표를 받아 세어본 뒤에 비로소 초과 사실을 알았으므로, 주고받는 행위가 이미 끝난 후에 알게 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부작위에 의한 기망을 인정할 수 없어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고,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인 초과분 수표를 영득한 것으로서 점유이탈물횡령죄(형법 제360조)가 성립한다.
(나) 간통 — 불성립 — 甲이 乙의 처 丁과 성관계를 맺은 행위는 종래 간통죄(형법 제241조)의 상간자로 문제되었으나,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처벌조항을 위헌으로 결정하여 그 효력이 상실되었다.
헌재 2015. 2. 26. 2009헌바17
간통죄 처벌조항은 성적 자기결정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여 헌법에 위반된다.
— 헌재 결정 원문 · 표준판례: 간통죄 사건
이 결정(2009헌바17)은 제4회 형사법 제35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간통죄 조항은 위헌결정으로 소급하여 효력을 상실하였고 이후 삭제되었으므로, 甲은 간통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2. 乙의 죄책
(가) X건물 근저당권 설정 — 횡령죄 불성립 — 甲이 매수인으로서 매도인 B와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등기만 명의수탁자 乙에게 바로 이전한 것은 이른바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이다. 乙이 甲의 동의 없이 X에 근저당권을 설정한 것이 횡령죄가 되는지 문제된다.
대법원 2016. 5. 19. 선고 2014도6992 전원합의체 판결
명의신탁자가 … 명의신탁약정에 따라 매도인으로부터 바로 명의수탁자에게 중간생략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경우, … 명의수탁자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는 무효이고,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이 그대로 보유하게 된다. … 신탁부동산의 소유자도 아닌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명의수탁자가 횡령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볼 수는 없다. …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과 횡령죄
이 판례(2014도6992 전합)는 제4·6·7·8·15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된 빈출 전원합의체 판례이다.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에서 신탁부동산의 소유권은 매도인 B에게 있고 乙은 甲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며, 甲·乙 사이의 명의신탁약정에 기한 위탁관계도 형법상 보호할 가치가 없다. 따라서 乙이 근저당권을 설정하여도 甲에 대한 횡령죄는 성립하지 않고, 乙은 甲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도 아니므로 배임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나) X건물 이중매도 — C에 대한 배임죄 — 乙은 X를 C에게 매도하고 계약금과 중도금을 받은 후, 이를 丙에게 다시 매도하고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 주었다.
대법원 2018. 5. 17. 선고 2017도4027 전원합의체 판결
중도금이 지급되는 등 계약이 본격적으로 이행되는 단계에 이른 때에는 … 매도인은 매수인에 대하여 매수인의 재산보전에 협력하여 재산적 이익을 보호·관리할 신임관계에 있게 된다. 그때부터 매도인은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 … 그러한 지위에 있는 매도인이 … 부동산을 제3자에게 처분하고 제3자 앞으로 … 등기를 마쳐 준 행위는 … 배임죄가 성립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동산 이중매매와 배임죄
이 판례(2017도4027 전합)는 제9·11·14·15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된 빈출 전원합의체 판례이다.
乙은 C로부터 중도금을 받은 때부터 C의 소유권 취득에 협력할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되었는데, 그 후 X를 丙에게 처분하고 등기를 마쳐 주었으므로 C에 대한 배임죄(형법 제355조 제2항)가 성립한다.
3. 丙의 죄책
丙은 乙과 C 사이의 매매계약 및 중도금 지급 사실을 알면서도 乙에게 X의 매도를 수차례 요청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적극적으로 매도를 권유하여 이중매매를 성사시켰다.
대법원 2003. 10. 30. 선고 2003도4382 판결
업무상배임죄의 실행으로 인하여 이익을 얻게 되는 수익자 … 를 배임의 실행행위자와 공동정범으로 인정하기 위하여는 … 소극적으로 그 배임행위에 편승하여 이익을 취득한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실행행위자의 배임행위를 교사하거나 또는 배임행위의 전 과정에 관여하는 등으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할 것을 필요로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배임·횡령 거래상대방(수익자·제3자)의 공동정범
丙은 단순히 배임행위에 편승한 것을 넘어 이중매도를 적극적으로 권유·유인하여 그 전 과정에 관여하였으므로, 乙의 C에 대한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한 것으로서 배임죄의 공동정범(형법 제355조 제2항, 제30조)이 성립한다.
결론
- 甲: 초과지급된 수표 1,000만 원에 대한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성립한다. 간통은 위헌결정으로 처벌되지 않는다.
- 乙: X건물을 C에게 매도한 후 丙에게 이중매도한 데 대한 C에 대한 배임죄가 성립한다. 근저당권 설정은 중간생략등기형 명의신탁 부동산의 처분으로서 甲에 대한 횡령·배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 丙: 乙의 배임행위에 적극 가담하였으므로 배임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