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회(201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3)
사례
1\) 2008. 3. 5. 甲과 乙은 함께 V의 자취방에서 V를 구타하다가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 V가 사망하자 乙은 당황하여 도주하였는데, 甲은 V의 자취방을 뒤져 V명의의 A은행 통장과 V의 주민등록증 및 도장을 훔친 후 도주하였다. 2) 다음 날인 3. 6. 12:00경 甲은 V의 주민등록증 사진을 자신의 사진으로 바꾸고, 같은 날 15:00경 A은행에 가서 V명의로 예금청구서를 작성하고 V의 도장을 찍어 V의 주민등록증을 제시한 후 V의 통장에서 현금 1,000만 원을 인출하였다. 같은 해 3. 8. 甲과 甲의 친구인 丙은 乙에게 찾아가 A은행에서 찾은 현금 1,000만 원을 주면서 乙 혼자 경찰에 자수하여 乙이 단독으로 V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진술하라고 하였다. 고민하던 乙은 2008. 3. 11. 15:00경 경찰에 찾아가 자수하면서 자신이 혼자 V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이라고 진술하였고, 이에 따라 2008. 4. 9. 乙만 상해치사죄로 구속 기소되었다. 하지만 乙은 제1심 공판과정에서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사건의 진상을 털어놓았고,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여 2008. 6. 16. 甲을 긴급체포하였다. 긴급체포 과정에서 검찰수사관은 甲의 소지품을 압수하였는데, 그 중에 V 명의의 직불카드가 있는 것을 발견하고 甲을 추궁하자 3) 甲은 乙과 함께 2008. 2. 중순 경 V를 폭행하여 V 명의의 B은행 직불카드를 빼앗은 후 비밀번호를 알아내고 현금자동지급기에서 현금 50만 원을 인출하여 유흥비로 사용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甲은 2008. 7. 4. 구속 기소되어 같은 해 9. 3. 제1심 법원으로부터 유죄를 선고받고 그날 항소를 포기하여 그대로 판결이 확정되었다. 한편 丙은 甲이 체포된 후 숨어 지내다가 2013. 4. 29. 체포되었고, 같은 해 5. 15. 검사는 丙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였다.
설문
3)의 범죄사실에 대한 甲과 乙의 죄책을 폭행의 정도를 구별하여 논하시오.
해설
쟁점
甲과 乙이 함께 V를 폭행하여 B은행 직불카드를 빼앗고 비밀번호를 알아낸 다음 현금자동지급기에서 50만 원을 인출한 행위의 죄책을, 폭행이 반항을 억압할 정도인지(강도) 그에 이르지 않는 정도인지(공갈)에 따라 구별하여 검토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33조(강도) 폭행 또는 협박으로 타인의 재물을 강취하거나 기타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거나 제삼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한 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3조
형법 제350조(공갈) ① 사람을 공갈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0조
검토
(1) 폭행이 반항을 억압할 정도인 경우 — 강도죄 + 절도죄
폭행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면 직불카드를 빼앗은 것은 강도죄(형법 제333조)에 해당한다. 이 경우 피해자가 직불카드의 사용을 승낙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강취한 직불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현금자동지급기 관리자의 의사에 반하여 현금을 취득한 것으로서 강도죄와 별도로 절도죄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7. 5. 10. 선고 2007도1375 판결
피해자로부터 현금카드를 강취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피해자로부터 현금카드의 사용에 관한 승낙의 의사표시가 있었다고 볼 여지가 없다. 따라서 강취한 현금카드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예금을 인출한 행위는 … 강도죄와는 별도로 절도죄를 구성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강취한 현금카드로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예금을 인출한 행위가 강도죄와 별도로 절도죄를 구성하는지
이 판례(2007도1375)는 제8회 형사법 제19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따라서 이 경우 甲과 乙은 강도죄와 절도죄의 공동정범(형법 제30조)의 죄책을 지고, 두 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2) 폭행이 반항 억압에 이르지 않는 경우 — 공갈죄 일죄
폭행·협박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에 이르지 않으면 직불카드를 빼앗은 것은 공갈죄(형법 제350조)에 해당한다. 이 경우 피해자가 하자 있는 의사표시이기는 하나 카드 사용을 승낙한 것이므로, 그 카드로 현금을 인출한 행위는 별도의 절도죄가 되지 않고 공갈죄에 포괄된다.
대법원 1996. 9. 20. 선고 95도1728 판결
예금주인 현금카드 소유자를 협박하여 그 카드를 갈취하였고 … 피해자의 승낙에 의하여 현금카드를 사용할 권한을 부여받아 이를 이용하여 현금을 인출한 이상 … 이를 사용하여 현금자동지급기에서 예금을 여러 번 인출한 행위들은 …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를 구성한다고 볼 것이지 … 따로 절도죄로 처단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현금카드 갈취 후 현금자동지급기 예금인출의 죄수: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
이 판례(95도1728)는 제7회 형사법 제20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따라서 이 경우 甲과 乙은 현금 인출까지 포괄하여 하나의 공갈죄의 공동정범의 죄책만을 진다.
결론
폭행이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인 경우 甲·乙은 강도죄와 절도죄(실체적 경합)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그에 이르지 않는 정도인 경우 현금 인출까지 포괄한 하나의 공갈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각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