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2014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
사례
동양주식회사(이하, '동양'이라 함)는 자본금 20억 원인 비상장회사이다. 동양의 발행주식총수는 10만주이며, 甲이 4만주, 乙이 3만주, 丙이 2만주, 丁이 1만주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동양의 이사는 甲, 乙, 丙 3인이고 그중 甲이 대표이사로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
동양은 기계부문과 섬유부문의 2개 사업부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기계부문에서는 의료기계를, 섬유부문에서는 섬유원단을 생산·판매하고 있다. 동양의 연매출액은 100억 원이며, 매출액의 구성은 기계부문이 95억 원, 섬유부문이 5억 원이다. 동양은 각 사업부문별로 '동양기계', '동양섬유'라는 영업표지를 사용하면서 독자적인 영업활동을 하여 왔다. 동양은 기존의 의료기계 생산·판매 이외에도 수입·판매처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의료기계의 수입·판매 분야에도 사업확장을 준비하고 있다.
A주식회사는 동양의 섬유 사업부문에 섬유원사를 공급하여 그 대금으로 5억 원의 채권을 가지고 있다. 그 후 동양은 甲, 乙, 丙 3인의 이사가 모두 참석한 이사회에서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회사 전체 영업의 일부로서, 실적이 부진한 섬유부문을 B주식회사에 양도하였다. 동양의 섬유부문의 가치는 회사 전체의 영업 가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고 섬유부문의 영업양도 이후에도 동양의 영업은 크게 축소되거나 변동되지 않았다. B회사는 섬유부문의 영업을 양수한 후 '동양섬유'라는 영업표지를 계속하여 사용하면서 동양의 종전 거래처를 상대로 동일하게 영업을 하고 있다.
그 후 甲은 이사회 승인 없이 동양이 생산하는 동종의 의료기계를 수입·판매하는 C의료기계주식회사를 설립하여 그 대표이사에 취임하였다. 甲은 C회사의 운영자금으로 20억 원이 필요하였고 D은행은 C회사에 대한 대출에 연대보증을 요구하였다. 이를 위하여 甲은 동양의 이사회를 소집하였고, 甲과 乙만이 출석한 이사회에서는 출석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동양의 연대보증을 결의하였다. 乙은 위 이사회에서 甲이 이사회의 승인 없이 C회사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는 사정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D은행은 동양의 이사회 회의록 및 기타 대출 관련 서류를 확인한 후에 동양과 연대보증계약을 체결하고서 C회사에 대하여 20억 원을 대출해 주었다. D은행은 위와 같은 동양의 내부 사정은 전혀 알지 못하였다.
C회사의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그 매출액이 급증하자 이로 인하여 동양의 매출액은 현저히 감소하였고, 동양의 주가는 50% 하락하였다.
설문
D은행은 동양을 상대로 대여금 20억 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가?
해설
쟁점
동양이, 대표이사 甲이 대표이사로 있는 C회사의 은행 대출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은 이사의 자기거래(간접거래)에 해당하는데, 특별이해관계인 甲을 제외하면 이사회 승인 정족수를 갖추지 못하였다. 이처럼 이사회 승인이 흠결된 자기거래를 회사(동양)가 선의의 제3자인 D은행에 대하여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상법 제398조(이사 등과 회사 간의 거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가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와 거래를 하기 위하여는 미리 이사회에서 해당 거래에 관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경우 이사회의 승인은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써 하여야 하고 …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8조
상법 제391조(이사회의 결의방법) ① 이사회의 결의는 이사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이사의 과반수로 하여야 한다. … ③ 제368조제3항 … 의 규정은 제1항의 경우에 이를 준용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1조
검토
(1) 연대보증의 자기거래성과 이사회 승인 흠결
동양이 대표이사 甲이 대표이사로 있는 C회사의 채무를 연대보증한 것은, 甲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와 제3자 사이에 이루어지는 간접거래로서 상법 제398조의 자기거래에 해당한다. 따라서 미리 이사회에서 중요사실을 밝히고 이사 3분의 2 이상의 수로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甲은 그 거래의 당사자로서 특별이해관계인이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상법 제391조 제3항, 제368조 제3항).
대법원 1991. 5. 28. 선고 90다20084 판결
이해관계 있는 이사는 이사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는 없으나, 의사정족수 산정의 기초가 되는 이사의 수에는 포함되고, 다만 결의성립에 필요한 출석이사에는 산입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특별이해관계 이사의 의사정족수 산정 기초 포함 여부:의결권은 제외, 의사정족수는 산입
이 판례(90다20084)는 제9회 민사법 제39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이사회에는 甲과 乙만 출석하였는데, 특별이해관계인 甲은 결의성립에 필요한 출석이사에 산입되지 않으므로 유효한 찬성은 乙 1인에 그친다. 이는 이사 3인의 회사에서 자기거래 승인에 필요한 3분의 2(2인) 이상은 물론, 일반 이사회 결의의 과반수 출석·출석과반수 요건도 충족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 연대보증에 대한 적법한 이사회 승인은 없었던 것이 된다.
(2)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와 선의의 제3자 보호
이사회 승인 없는 자기거래는 회사와 이사 사이에서는 무효이나, 회사가 그 무효를 제3자에게 주장하려면 거래안전과 선의의 제3자 보호를 위하여 제3자의 악의(또는 중과실)를 회사가 증명하여야 한다(상대적 무효설).
대법원 2014. 6. 26. 선고 2012다73530 판결
회사의 대표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한 이른바 자기거래행위는 회사와 이사 간에서는 무효이지만, 회사가 위 거래가 이사회의 승인을 얻지 못하여 무효라는 것을 제3자에 대하여 주장하기 위해서는 … 제3자가 이사회의 승인 없음을 알았다는 사실을 증명하여야 할 것이고, 비록 제3자가 선의였다 하더라도 이를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음을 증명한 경우에는 악의인 경우와 마찬가지라고 할 것[이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이사회 승인이 없는 대표이사의 자기거래행위의 효력 (간접거래, 겸임이사)
이는 대표이사가 이사회 결의를 거치도록 대표권이 제한되어 있음에도 이를 위반하여 거래한 경우 선의·무중과실의 제3자를 보호하는 법리와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5다45451 전원합의체 판결
이사회 결의는 회사의 내부적 의사결정절차에 불과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으로서는 회사의 대표자가 거래에 필요한 회사의 내부절차를 마쳤을 것으로 신뢰하였다고 보는 것이 경험칙에 부합한다. … 선의의 제3자는 상법 제209조 제2항에 따라 보호된다. … 다만 …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 거래행위가 무효라고 해석함이 타당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대표이사의 전단적 대표행위와 제3자의 보호범위
이 판례(2015다45451 전합)는 제13회 제48번, 제12회 제40번, 제11회 제49번, 제9회 제39번 민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된 빈출 전원합의체 판례이다.
D은행은 대출에 앞서 동양의 이사회 회의록과 대출 관련 서류를 확인하였고 동양의 내부 사정(甲의 특별이해관계, 정족수 흠결 등)은 전혀 알지 못하였다. 이사회 승인이 없었다고 의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D은행에게 그 이상으로 이사회 결의의 유효성까지 조사할 의무는 없으므로, D은행은 선의이고 중과실도 없는 제3자이다. 따라서 동양은 D은행에 대하여 이사회 승인 흠결을 이유로 연대보증의 무효를 주장할 수 없다.
결론
동양의 연대보증은 이사회 승인이 흠결된 자기거래이나, 상대방 D은행이 선의·무중과실의 제3자이므로 동양은 그 무효를 D은행에게 주장할 수 없다. 따라서 D은행은 동양을 상대로 연대보증에 기한 대여금 20억 원의 지급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