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201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甲은 도박장을 직접 운영하기로 마음먹고, 단속에 대비하여 마침 직장을 잃고 놀고 있던 사촌동생 乙에게 '도박장 영업을 도와주어 용돈도 벌고, 도박장이 적발되면 내가 도망가더라도 네가 사장이라고 진술을 해달라'고 제의하였고, 乙은 甲의 제의를 승낙하였다. 甲은 생활정보지에 광고하여 도박장에서 일할 종업원들을 채용하였다. 甲은 乙을 사장으로 위장하기 위하여 甲의 자금으로 乙로 하여금 직접 사무실을 임차하도록 하였다.
2013\. 10. 1. 저녁 甲은 평소 알고 있던 丙 등 도박꾼들을 속칭 '대포폰'으로 연락하여 사무실로 불러 '포커'도박을 하도록 하고 자릿값으로 한 판에 판돈에서 10%씩을 떼어 내었고, 乙은 창문으로 망을 보았다. 丙은 도박자금이 떨어지자 옆에서 구경하고 있던 丁에게 사실은 변제할 의사가 없었지만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도박자금을 빌려달라고 하였고, 丁은 丙이 상습도박 전과가 있음을 알면서도 丙에게 도박자금으로 300만 원을 빌려주었다.
근처 주민의 신고로 경찰관 P 등이 출동하여 乙, 丙, 丁은 현장에서 도박 등의 혐의로 현행범인 체포되었고, 甲과 다른 도박꾼들은 도망쳤다. 乙은 경찰서에서 자신이 도박장 주인이라고 하면서 도박장 등의 운영 경위, 자금 출처, 점포의 임대차계약 경위, 종업원 채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거짓말을 하였고, 조사를 받은 후 체포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석방되었다.
단속 3일 후 甲이 경찰관 P에게 전화하여 불구속 수사를 조건으로 자수 의사를 밝혀오자 경찰관 P는 일단 외부에서 만나 이야기하자고 하였다. 다음 날 경찰관 P는 경찰서 밖 다방에서 甲을 만나 범죄사실의 요지, 체포의 이유와 변호인선임권을 고지하고 변명의 기회를 준 후 甲을 긴급체포하려 하였다. 그러자 甲은 '자수하려는 사람을 체포하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따지며 경찰관 P의 가슴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렸고, P는 넘어지면서 손가락이 골절되었다.
설문
甲, 乙, 丙, 丁의 죄책은?
해설
쟁점
甲·乙·丙·丁의 죄책이 문제된다. 甲은 도박장 개설과 자수 의사로 나온 자에 대한 위법한 긴급체포에 항거한 행위(공무집행방해·상해)의 성부 및 乙에 대한 범인도피교사가, 乙은 도박장 가담 형태(공동정범인지 방조인지)와 경찰서 허위진술의 범인도피죄 및 친족간 특례가, 丙은 상습도박과 丁에 대한 사기가, 丁은 도박자금 대여로 인한 도박방조가 각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247조(도박장소 등 개설) 영리의 목적으로 도박을 하는 장소나 공간을 개설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47조
형법 제136조(공무집행방해) ① 직무를 집행하는 공무원에 대하여 폭행 또는 협박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36조
형법 제151조(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① 벌금 이상의 형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 친족 또는 동거의 가족이 본인을 위하여 전항의 죄를 범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51조
검토
1. 甲의 죄책
(가) 도박공간개설죄 — 甲은 영리의 목적으로 스스로 주재자가 되어 종업원을 채용하고 도박꾼들을 불러모아 도박장을 지배·운영하면서 판돈의 10%를 자릿값으로 취득하였다.
대법원 2008. 10. 23. 선고 2008도3970 판결
형법 제247조의 도박개장죄는 영리의 목적으로 스스로 주재자가 되어 그 지배하에 도박장소를 개설함으로써 성립하는 것으로 도박죄와는 별개의 독립된 범죄이다. … '영리의 목적'이란 도박개장의 대가로 불법한 재산상의 이익을 얻으려는 의사를 의미하고 … 현실적으로 그 이익을 얻었을 것을 요하지는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도박개장죄의 성립요건
이 판례(2008도3970)는 제14회 형사법 제31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甲의 행위는 형법 제247조의 도박공간개설죄에 해당한다.
(나) 공무집행방해죄 — 위법한 긴급체포 — 甲은 단속 3일 후 스스로 자수 의사를 밝히고 경찰관 P를 만나러 다방에 나온 자, 즉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자이다. 긴급체포는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의 요건(중대성·필요성·긴급성)을 모두 갖춘 경우에만 허용되는데, P는 이미 甲의 신원·연락처를 파악하고 있었고 증거인멸·도주의 긴급성도 인정되지 않으므로 이 긴급체포는 위법하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사람을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자진출석한 사람이 검사나 사법경찰관에 대하여 이를 거부하는 방법으로써 폭행을 하였다고 하여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자진출석한 자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이 판례(2006도148)는 제6회 형사법 제5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위법한 긴급체포는 적법한 공무집행이 아니므로, 甲이 이를 거부하며 P를 폭행하였더라도 공무집행방해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 상해죄 — 정당방위 — 甲이 P를 밀쳐 넘어뜨려 손가락을 골절시킨 것은 사람의 신체를 상해한 것이다(형법 제257조 제1항). 그러나 이는 현재의 부당한 침해인 위법한 체포를 거부·제지하는 과정의 행위이므로 정당방위가 문제된다(형법 제21조).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검사가 참고인 조사를 받는 줄 알고 검찰청에 자진출석한 변호사사무실 사무장을 합리적 근거 없이 긴급체포하자 그 변호사가 이를 제지하는 과정에서 위 검사에게 상해를 가한 것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위법한 긴급체포에 대한 정당방위:자진출석자 긴급체포 제지 상해
甲이 위법한 체포를 면하기 위해 P를 밀친 행위는 상당성이 인정되는 방위행위이므로 정당방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되어 상해죄도 성립하지 않는다.
(라) 범인도피교사죄 — 甲은 도박장 개설 전부터 乙에게 '적발되면 네가 사장이라고 진술하라'고 제의하여 승낙받았고, 실제로 乙은 그와 같이 허위진술을 하였다.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게 하는 것은 방어권의 남용으로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한다.
대법원 2006. 12. 7. 선고 2005도3707 판결
범인이 자신을 위하여 타인으로 하여금 허위의 자백을 하게 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하게 하는 행위는 방어권의 남용으로 범인도피교사죄에 해당하는바, 이 경우 그 타인이 형법 제151조 제2항에 의하여 처벌을 받지 아니하는 친족 … 에 해당한다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범인은닉과 친족간의 특례
이 판례(2005도3707)는 제6·8·11·12·13·15회 등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따라서 甲은 乙이 친족으로서 처벌받지 않더라도 범인도피교사죄의 죄책을 진다.
2. 乙의 죄책
(가) 도박공간개설방조죄 — 乙은 甲의 자금으로 사무실을 임차하고 사장으로 위장하며 창문으로 망을 보았다. 그러나 도박장 영업을 지배적으로 주재한 자는 甲이고 乙은 그 지시에 따라 보조한 자에 불과하다.
대법원 2011. 11. 10. 선고 2010도11631 판결
영업활동에 지배적으로 관여하지 아니한 채 단순히 영업자의 직원으로 일하거나 영업을 위하여 보조한 경우 … 에는 … 본질적인 기여를 통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하기 어려워, 이들을 방조범으로 처벌할 수 있는지는 별론으로 하고 공동정범으로 처벌할 수는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동정범과 종범의 구별
이 판례(2010도11631)는 제7회 형사법 제7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乙에게는 도박장 운영에 대한 기능적 행위지배가 없으므로 공동정범이 아니라 도박공간개설방조죄(형법 제247조, 제32조)가 성립한다.
(나) 범인도피죄와 친족간 특례 — 乙은 경찰서에서 자신이 도박장 주인이라며 운영 경위·자금 출처·임대차·종업원 채용 등에 관하여 구체적으로 거짓말을 하였다. 공범이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는 것은 방어권 행사로서 범인도피죄가 되지 않는다.
대법원 2018. 8. 1. 선고 2015도20396 판결
공범 중 1인이 그 범행에 관한 수사절차에서 참고인 또는 피의자로 조사받으면서 자기의 범행을 구성하는 사실관계에 관하여 허위로 진술하고 허위 자료를 제출하는 것은 자신의 범행에 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 이러한 행위가 다른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결과가 된다고 하더라도 범인도피죄로 처벌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범을 도피하게 하는 행위와 범인도피죄의 성립
이 판례(2015도20396)는 제9·13·15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그러나 乙은 자신의 실제 지위(종업원·방조범)에 관한 사실을 진술한 것이 아니라, 자신이 도박장의 주인(주범)인 것처럼 가장하여 진범 甲의 존재 자체를 은폐하고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오도하였다. 이는 자기 범행에 관한 방어권 행사의 범위를 벗어나 진범을 도피하게 한 것이므로 범인도피죄가 성립한다. 다만 도피의 대상인 甲은 乙의 사촌형으로서 형법 제151조 제2항의 친족(8촌 이내의 혈족)에 해당하므로, 乙은 친족이 본인을 위하여 범인도피죄를 범한 경우에 해당하여 처벌되지 아니한다.
3. 丙의 죄책
(가) 상습도박죄 — 丙은 상습도박 전과가 있는 자로서 자릿값을 떼는 포커도박에 참여하였다. 판돈을 걸고 우연에 의해 재물의 득실을 다툰 것으로 일시오락의 정도를 넘으며, 상습도박 전과에 비추어 도박의 습벽이 발현된 것이므로 형법 제246조 제2항의 상습도박죄가 성립한다.
(나) 사기죄 — 丙은 변제할 의사가 없음에도 높은 이자를 약속하여 丁을 기망하고 도박자금 300만 원을 교부받았다. 이는 기망행위로 재물을 편취한 것으로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에 해당한다. 교부받은 돈이 도박자금이라는 불법한 원인이 있더라도 사기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4. 丁의 죄책
도박방조죄 — 丁은 丙이 상습도박 전과가 있음을 알면서도 도박자금 300만 원을 대여하여 丙의 도박 실행을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도박방조에 해당한다(형법 제246조 제1항, 제32조). 다만 상습성은 정범 丙의 신분에 불과하고 丁 자신은 상습도박자가 아니므로,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丁은 상습도박방조가 아니라 단순 도박방조의 죄책만 진다. 한편 丙의 사기에 대하여 丁은 피해자의 지위에 있을 뿐이다.
결론
- 甲: 도박공간개설죄(형법 제247조)와 범인도피교사죄(제151조 제1항, 제31조)가 성립한다. 공무집행방해죄와 상해죄는 위법한 긴급체포에 대한 항거로서 각 성립하지 않는다(공무집행방해죄 불성립, 상해죄는 정당방위로 위법성 조각).
- 乙: 도박공간개설방조죄(제247조, 제32조)가 성립한다. 범인도피죄는 성립하나 친족간 특례(제151조 제2항)로 처벌되지 아니한다.
- 丙: 상습도박죄(제246조 제2항)와 사기죄(제347조 제1항)가 성립한다.
- 丁: (단순) 도박방조죄(제246조 제1항, 제32조)가 성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