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2014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甲은 친구 乙의 사기범행에 이용될 사정을 알면서도 乙의 부탁으로 자신의 명의로 예금통장을 만들어 乙에게 양도하였고, 乙이 A를 기망하여 A가 甲의 계좌로 1,000만 원을 송금하자 甲은 소지 중이던 현금카드로 그중 500만 원을 인출하여 소비하였다. 乙이 甲에게 전화하여 자신 몰래 돈을 인출한 데 대해 항의하자 甲은 그 돈은 통장을 만들어 준 대가라고 우겼다. 이에 화가 난 乙은 甲을 살해할 의사로 甲의 집으로 가 집 주변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으나, 갑자기 치솟는 불길에 당황하여 甲에게 전화해 집 밖으로 빠져 나오게 하였고, 甲은 간신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甲은 乙이 자신을 살해하려고 한 사실에 상심한 나머지 술을 마시고 혈중알코올농도 0.25%의 만취상태에서 승용차를 운전하여 乙의 집으로 가다가 보행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는 B를 승용차로 치어 B가 중상을 입고 도로 위에 쓰러졌다. 甲은 사고 신고를 받고 긴급출동한 경찰관 P에 의해 사고현장에서 체포되었고, B는 사고 직후 구급차에 실려 병원으로 후송되던 중 구급차가 교차로에서 신호를 무시하고 지나가는 트럭과 부딪혀 전복되는 바람에 그 충격으로 사망하고 말았다.
경찰의 수사를 피해 도피 중이던 乙은 경찰관인 친구 C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에 대한 수사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고, C는 甲이 체포된 사실 및 甲 명의의 예금계좌에 대한 계좌추적 등의 수사상황을 乙에게 알려 주었다. 한편, 甲의 진술을 통해 乙의 범행을 인지한 경찰관 P는 乙이 은신하고 있는 호텔로 가서 호텔 종업원의 협조로 乙의 방 안에 들어가 甲 등 타인 명의의 예금통장 십여 개와 乙이 투약한 것으로 의심되는 필로폰을 압수한 후, 호텔에 잠복하고 있다가 외출 후 호텔로 돌아오는 乙을 긴급체포하였다.
설문
甲, 乙의 죄책은?
해설
쟁점
甲과 乙의 죄책이 문제된다. 甲은 접근매체 양도(전자금융거래법)·사기방조·사기피해금 인출의 횡령 성부·음주 위험운전치상 및 B 사망의 인과관계가, 乙은 사기·甲에 대한 현주건조물방화와 살인미수(중지미수 여부)·필로폰 투약·타인 명의 통장 보관·경찰관 C에 대한 공무상비밀누설 교사가 각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164조(현주건조물 등 방화) ①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 을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64조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5조의11(위험운전 등 치사상) ① 음주 또는 약물의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자동차등을 운전하여 사람을 상해에 이르게 한 사람은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 에 처하고, 사망에 이르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11
형법 제127조(공무상 비밀의 누설)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년 이하의 자격정지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27조
검토
1. 甲의 죄책
(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접근매체 양도) — 甲이 자기 명의 예금통장을 乙에게 양도한 것은 접근매체 양도금지를 위반한 것이다(전자금융거래법 제6조 제3항 제1호, 제49조 제4항 제1호).
(나) 사기방조 — 甲은 乙의 사기범행에 이용될 사정을 알면서 통장을 제공하여 乙의 A에 대한 사기(형법 제347조)를 용이하게 하였으므로 사기방조죄가 성립한다(형법 제32조).
(다) 500만 원 인출 — 횡령죄 성부 — 甲이 A가 송금한 사기피해금 중 500만 원을 인출·소비한 것이 횡령죄를 구성하는지 문제된다.
대법원 2018. 7. 19. 선고 2017도17494 전원합의체 판결
계좌명의인이 … 사기이용계좌에 피해자가 사기피해금을 송금·이체한 경우 … 피해자를 위하여 사기피해금을 보관하는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하고, 만약 계좌명의인이 그 돈을 영득할 의사로 인출하면 피해자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한다. 이때 계좌명의인이 사기의 공범이라면 … 그가 송금·이체된 돈을 인출하더라도 이는 자신이 저지른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새로운 법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보이스피싱과 송금된 금원의 사용과 관련한 죄책
이 판례(2017도17494 전합)는 제8·10·11·12·13·14회 등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전원합의체 판례이다.
甲은 위와 같이 사기방조범, 즉 사기의 공범이므로 그가 사기피해금을 인출하더라도 자신이 가담한 사기범행의 실행행위에 지나지 아니하여 사기방조죄 외에 별도로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 다만 甲의 방조 고의를 부정하여 사기의 공범이 아니라고 본다면 피해자 A에 대한 횡령죄가 성립할 것이나, 사안은 甲이 이용될 정을 알고 통장을 제공하였으므로 방조가 인정된다.
(라) 위험운전치상과 B 사망의 인과관계 — 甲은 혈중알코올농도 0.25%의 만취로 정상적 운전이 곤란한 상태에서 B를 충격하여 중상을 입혔으므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위험운전치상)죄가 성립하고, 이때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상)죄는 이에 흡수된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9182 판결
음주로 인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운전치사상)죄가 성립하는 때에는 차의 운전자가 형법 제268조의 죄를 범한 것을 내용으로 하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죄는 그 죄에 흡수되어 별죄를 구성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위험운전치사상죄와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의 관계:위험운전치사상죄 성립 시 교특법위반(치상)죄 흡수
이 판례(2008도9182)는 제7회 형사법 제2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한편 B의 사망은 후송하던 구급차가 신호를 위반한 트럭과 충돌·전복하여 발생하였다. 개입된 사실이 있는 경우의 인과관계 판단기준은 다음과 같다.
대법원 1994. 3. 22. 선고 93도3612 판결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다른 사실이 개재되어 그 사실이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경우에도, 그 사실이 행위자의 행위로부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살인의 실행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는 인정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살인 + 개입사실 + 통상 예견 가능 → 인과관계 인정
이 판례(93도3612)는 제7·11·12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구급차가 다른 차량의 신호위반으로 충돌·전복되는 것은 甲의 교통사고로부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사정이라고 보기 어려운 이례적·독립적 개입원인이므로, 甲의 행위와 B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부정된다. 따라서 甲은 B의 상해에 대한 위험운전치상의 책임만 지고 위험운전치사의 책임은 지지 않는다. 그리고 음주운전 자체는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죄를 구성한다(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44조 제1항).
2. 乙의 죄책
(가) 사기죄 — 乙이 A를 기망하여 1,000만 원을 편취하였으므로 형법 제347조 제1항의 사기죄가 성립한다(甲이 이를 방조하였다).
(나)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살인미수죄 — 乙은 甲을 살해할 의사로 甲이 현존하는 주거에 휘발유를 뿌리고 점화하였다.
대법원 2002. 3. 26. 선고 2001도6641 판결
매개물을 통한 점화에 의하여 건조물을 소훼함을 내용으로 하는 형태의 방화죄의 경우에, 범인이 그 매개물에 불을 켜서 붙였거나 또는 범인의 행위로 인하여 매개물에 불이 붙게 됨으로써 연소작용이 계속될 수 있는 상태에 이르렀다면 … 방화죄의 실행의 착수가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방화죄에서 실행의 착수시기
휘발유에 점화하여 불길이 치솟았으므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실행에 착수하였고(건조물이 독립하여 연소하는 정도에 이르렀다면 기수, 그렇지 않다면 미수), 동시에 살해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甲이 탈출하여 생존하였으므로 살인은 미수에 그친다(형법 제254조, 제250조).
乙이 甲에게 전화하여 나오게 한 것이 자의에 의한 중지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
장롱 안에 있는 옷가지에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건물을 불태우려 하였으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물을 부어 불을 끈 것이라면, 자의에 의하여 중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자의에 의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중지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불길에 겁이 나서 끈 방화 → 자의성 ✗ → 중지미수 불성립
이 판례(97도957)는 제12회 형사법 제2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乙은 '갑자기 치솟는 불길에 당황하여' 甲을 구조한 것이므로 이는 사회통념상 범죄완수에 장애가 되는 사정에 의한 것으로서 자의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살인은 중지미수(형법 제26조)가 아니라 장애미수(제25조)에 해당한다. 그리고 하나의 방화행위로 살인을 시도한 것이므로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살인미수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대법원 1998. 12. 8. 선고 98도3416 판결
피고인들이 피해자들의 재물을 강취한 후 그들을 살해할 목적으로 현주건조물에 방화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피고인들의 행위는 강도살인죄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에 모두 해당하고 그 두 죄는 상상적 경합범 관계에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방화죄와 다른 범죄의 죄수관계
이 판례(98도3416)는 제6·7·8·9·11·15회 등 여러 회차의 형사법 선택형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다)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 및 접근매체 보관 — 乙이 필로폰을 투약한 사실이 인정되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죄가, 甲 등 타인 명의의 예금통장 십여 개를 범죄에 이용될 것을 알면서 보관한 것은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제6조 제3항 제3호, 제49조 제4항 제2호)이 각 성립한다.
(라)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 — 乙은 경찰관 C에게 자신에 대한 수사상황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여, C로 하여금 甲의 체포 사실과 계좌추적 등 수사상황을 알려주게 하였다.
대법원 2007. 6. 14. 선고 2004도5561 판결
수사기관이 현재 어떤 자료를 확보하였고 해당 사안이나 피의자의 죄책, 신병처리에 대하여 수사책임자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지 등의 정보는 … 해당 사건에 대한 종국적인 결정을 하기 전까지는 외부에 누설되어서는 안 될 수사기관 내부의 비밀에 해당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무상비밀누설죄에서 '누설행위'의 의미와 판단
이 판례(2004도5561)는 제15회 형사법 제40번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수사상황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므로 C의 행위는 공무상비밀누설죄(형법 제127조)에 해당하고, 이를 부탁하여 누설하게 한 乙은 그 교사범의 죄책을 진다(형법 제31조).
결론
- 甲: 전자금융거래법위반(접근매체 양도)·사기방조·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반(위험운전치상)·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의 죄책을 진다. 사기피해금 500만 원 인출은 사기방조 공범으로서 별도의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고, B의 사망은 인과관계가 부정되어 위험운전치사의 책임을 지지 않는다.
- 乙: 사기죄,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살인미수죄(상상적 경합, 살인은 장애미수), 마약류관리법위반(향정)·전자금융거래법위반(접근매체 보관), 공무상비밀누설교사죄의 죄책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