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2013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1문의1 1)-다
사례
<공통된 기초사실>
○ A 주식회사(대표이사 B)는 2009. 1. 3. 乙의 대리인임을 자처하는 甲으로부터 乙 소유의 X 부동산을 대금 7억 원에 매수하면서, 계약금 1억 원은 계약 당일 지급하고, 중도금 3억 원은 2009. 3. 15. 乙의 거래은행 계좌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지급하며, 잔금 3억 원은 2009. 3. 31. 乙로부터 X 부동산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 소요서류를 교부받음과 동시에 지급하되, 잔대금 지급기일까지 그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 위 매매계약이 자동적으로 해제된다고 약정한 후(이하 '이 사건 매매계약'이라 함), 같은 날 甲에게 계약금 1억 원을 지급하였다.
<추가된 사실관계>
○ 甲은 乙의 사촌 동생으로서 乙의 주거지에 자주 내왕하는 사이였는데, 乙의 건강이 악화되어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평소 乙의 거실 서랍장에 보관되어 있던 乙의 인장을 임의로 꺼내어 위임장을 위조한 후 그 인감증명서를 발급받는 한편 평소 위치를 보아 둔 X 부동산의 등기권리증을 들고 나와 A 주식회사 대표이사 B에게 제시하면서 乙의 승낙 없이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었다.
○ 乙은 2009. 3. 15. A 주식회사로부터 자신의 거래 계좌로 3억 원을 송금받자 이를 이상히 여기고 평소 의심스러운 행동을 보이던 甲을 추궁한 끝에, 甲이 乙의 승낙 없이 A 주식회사에게 X 부동산을 매도하고 계약금 1억 원을 착복하였으며 그 중도금으로 3억 원이 위와 같이 입금되었다는 사정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乙은 평소 甲에 대하여 1억 원 가량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었던 터라 甲과 사이에서 이 사건 매매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甲에게는 더 이상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며, 그 무렵 甲은 이를 B에게 통지하여 주었다.
○ 乙은 2008. 11.경 丙으로부터 1억 5,000만 원을 차용하면서 그 담보로 丙에게 X 부동산에 관하여 저당권(이하 '이 사건 저당권'이라 함)을 설정하고 그 등기를 마쳐준 바 있는데, 丙은 2008. 12.경 丁에게 위 대여금 채권을 양도하고 이를 乙에게 통지하는 한편 이 사건 저당권을 양도하고 같은 날 丁에게 이 사건 저당권 이전의 부기등기를 마쳐 주었다.
<소송의 경과>
○ A 주식회사는 2012. 10.경 乙·丁을 상대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하여, ① 乙에 대하여는 甲이 乙을 적법하게 대리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체결한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X 부동산에 관하여 이 사건 매매계약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고, ② 丁에 대하여는 乙이 丁에게 이 사건 저당권에 의한 피담보채무를 전액 변제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사건 매매계약에 기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 보전을 위하여 乙을 대위하여 소유권에 기한 방해배제로서 X 부동산에 관하여 마쳐진 이 사건 저당권 설정등기 및 이 사건 저당권 이전 부기등기의 각 말소등기를 구하였다.
○ 제1회 변론기일에서 A 주식회사는 이 사건 매매계약서를 증거로 제출하였는데, 乙은 이 사건 매매계약서 중 매도인란에 기재된 乙 이름 옆에 날인된 인영이 자신의 인장에 의한 것임은 맞으나 자신은 이를 날인한 사실이 없다고 다투었고, A 주식회사는 乙의 사촌동생인 甲이 乙을 대신하여 날인한 것이라고 주장하였으며, 乙은 甲이 이를 날인하였다는 A 주식회사의 주장을 이익으로 원용하였다.
설문
A 주식회사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이 乙에게 미친다고 주장하는 근거로서, 주위적으로 표현대리(민법 제126조)를, 예비적으로 추인을 내세우는 경우, 위 각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 여부를 그 논거와 함께 서술하시오.
해설
쟁점
A 주식회사가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이 乙에게 미친다는 근거로 주위적으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민법 제126조)를, 예비적으로 무권대리의 추인을 주장하는 경우, 각 주장이 받아들여질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甲의 계약 체결은 대리권 없는 무권대리행위이다.
근거 법령
민법 제126조(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대리인이 그 권한외의 법률행위를 한 경우에 제삼자가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본인은 그 행위에 대하여 책임이 있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26조
민법 제130조(무권대리) 대리권없는 자가 타인의 대리인으로 한 계약은 본인이 이를 추인하지 아니하면 본인에 대하여 효력이 없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130조
검토
(1) 주위적 주장 —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민법 제126조)
민법 제126조의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대리인이 일정한 범위의 대리권(기본대리권)을 가지고 있고 그 권한을 넘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 아무런 대리권도 가지지 아니한 자가 본인을 위하여 한 대리행위에는 제126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 2008. 1. 31. 선고 2007다74713 판결
민법 제126조에서 말하는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는 현재에 대리권을 가진 자가 그 권한을 넘은 경우에 성립하는 것이지, 현재에 아무런 대리권도 가지지 아니한 자가 본인을 위하여 한 어떤 대리행위가 과거에 이미 가졌던 대리권을 넘은 경우에까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표현대리 (3):기본대리권과 표현대리
이 사건에서 甲은 乙로부터 어떠한 대리권도 수여받은 바 없이, 乙의 인장을 임의로 꺼내어 위임장을 위조하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았으며 등기권리증을 몰래 들고 나와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甲에게는 기본대리권이 전혀 없으므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가 성립할 여지가 없다. 따라서 주위적 표현대리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
(2) 예비적 주장 — 무권대리의 추인 (민법 제130조)
대리권 없는 자가 한 계약은 본인이 추인하면 그 효력이 본인에게 미친다(민법 제130조).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본인의 추인은 명시적으로는 물론 묵시적으로도 할 수 있다.
대법원 1981. 4. 14. 선고 80다2314 판결
무권대리행위에 대한 본인의 추인은 명시적 또는 묵시적인 방법으로 할 수 있고, 상대방 또는 무권대리인뿐만 아니라 그 매매계약으로 인한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승계인을 상대로도 할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추인은 명시·묵시 + 상대방 외 승계인에게도 가능
이 사건에서 乙은 2009. 3. 15. 甲의 무권대리 사실과 계약금 착복 사실을 모두 알게 되었음에도, 甲에 대한 채무가 있어 이 사건 매매계약을 그대로 유지하고 甲에게 더 이상의 책임을 추궁하지 않기로 합의하였다. 이는 무권대리행위인 매매계약을 묵시적으로 추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그 무렵 甲이 이를 상대방인 A 주식회사의 대표이사 B에게 통지하였으므로, 추인의 의사표시가 상대방에게 도달하여 그 효력이 발생하였다(민법 제132조 참조). 추인이 있으면 계약은 계약 시에 소급하여 효력이 생기므로(민법 제133조),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은 乙에게 미친다.
무권대리의 묵시적 추인(80다2314)과 기본대리권과 표현대리(2007다74713)는 민법 대리 분야의 빈출 쟁점이다.
결론
甲에게 기본대리권이 전혀 없으므로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에 관한 주위적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없으나, 乙이 무권대리 사실을 알고도 매매계약을 유지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상대방에게 통지하게 함으로써 무권대리행위를 묵시적으로 추인하였으므로, 예비적 추인 주장은 받아들여질 수 있다. 따라서 이 사건 매매계약의 효력은 추인에 의하여 乙에게 미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