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201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5)
사례
(1) 甲은 같은 동네에 혼자 사는 A가 평소 집안 장롱에 많은 금품을 보관한다는 사실을 알고 학교 후배인 乙, 丙에게 A의 집에 들어가 이를 훔쳐서 나누어 갖기로 제안하고 乙, 丙은 이에 동의했다. 甲은 A의 평소 출퇴근 시간을 관찰한 결과 A가 오전 9시에 출근하여 오후 7시에 귀가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범행 당일 정오 무렵 甲은 乙, 丙에게 전화로 관찰 결과를 알려준 뒤 자신은 동네 사람들에게 얼굴이 알려져 있으니 현장에는 가지 않겠다고 양해를 구하였다. 乙과 丙은 甲의 전화를 받은 직후 A의 집 앞에서 만나 함께 담장을 넘어 A의 집에 들어가 장롱에 보관된 자기앞수표 백만 원권 3장을 가지고 나와 甲의 사무실에서 한 장씩 나누어 가졌다. 甲은 위 수표를 애인 丁에게 맡겼는데 丁은 이를 보관하던 중 甲의 승낙을 받지 않고 생활비로 소비하였다.
(2) A는 자기 집에 들어와 자기앞수표를 훔쳐 간 사람이 같은 동네에 사는 甲과 그의 학교 후배 乙, 丙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甲, 乙, 丙을 관할 경찰서에 고소하였다. 사법경찰관 P는 丙이 사촌동생이므로 甲, 乙, 丙에 대하여 불구속 수사를 건의하였으나 검사는 모두 구속 수사하도록 지휘하였다. P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은 직후 사촌동생인 丙에게 전화를 하여 빨리 도망가도록 종용하였다. 甲, 乙만이 체포된 것을 수상하게 여긴 검사는 P의 범죄사실을 인지하고 수사한 결과 P를 직무유기죄로 불구속 기소하였다. 법원은 P에 대한 공소사실을 심리하던 중 P의 공소사실은 범인도피죄에 해당된다고 판단하였으나, 검사에게 공소장 변경을 요구하지 않고 P에게 징역 6월을 선고하였다. P와 검사는 이에 불복하여 각각 항소하였다.
(3) 한편, P에 대한 직무유기 피고사건에 대한 공판이 진행되던 중 P는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파면될 것이 두려워 사촌동생 丙에게 자신이 도망가라고 전화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하도록 시켰다. 재판장은 丙이 P의 친척이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증언거부권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증언을 하도록 하였다. 丙은 증인선서 후 "경찰에서 수사를 받던 중 P와 단 한 번도 전화통화를 한 사실이 없다."라고 거짓으로 증언하였다.
설문
사례 (2)에서 검사는 P를 범인도피죄로 다시 기소할 수 있는가?
해설
쟁점
직무유기죄로 기소되어 제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항소심에 계속 중인 P를, 검사가 동일한 사실관계에 대하여 범인도피죄로 다시 기소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이는 직무유기 공소사실과 범인도피 공소사실의 동일성, 그리고 이미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한 이중기소의 효과와 관련된다.
근거 법령
형사소송법 제327조(공소기각의 판결) 다음 각 호의 경우에는 판결로써 공소기각의 선고를 하여야 한다. … 3. 공소가 제기된 사건에 대하여 다시 공소가 제기되었을 때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사소송법 제327조
검토
(1) 공소사실의 동일성
P가 사촌동생 丙에게 전화로 도망가도록 종용한 하나의 행위에 대하여, 검사는 이를 직무를 유기한 것으로 보아 직무유기죄로 기소하였고, 법원은 같은 행위를 범인도피로 평가하였다. 직무상 의무에 위배하여 적극적으로 범인을 도피하게 한 경우에는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1996. 5. 10. 선고 96도51 판결
피고인이 검사로부터 범인을 검거하라는 지시를 받고서도 그 직무상의 의무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범인에게 전화로 도피하라고 권유하여 그를 도피케 하였다는 범죄사실만으로는 직무위배의 위법상태가 범인도피행위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와 같은 경우에는 작위범인 범인도피죄만이 성립하고 부작위범인 직무유기죄는 따로 성립하지 아니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직무유기죄의 성격과 다른 죄와의 관계 (1)
이처럼 직무유기와 범인도피는 P의 동일한 행위(丙에게 도피를 종용한 행위)에 대한 법적 평가의 차이에 불과하므로, 두 공소사실은 기본적 사실관계가 동일하여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직무유기죄와 범인도피죄의 관계(96도51)는 제8·11·13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2) 이중기소의 효과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이상 직무유기 사건과 범인도피 사건은 소송법상 동일한 사건이다. P에 대한 직무유기 사건은 이미 공소가 제기되어 항소심에 계속 중이고 아직 확정되지 않았으므로, 검사가 같은 사건에 대하여 범인도피죄로 다시 공소를 제기하면 이는 이중기소에 해당하여 법원은 공소기각의 판결을 하여야 한다(형사소송법 제327조 제3호).
(3) 적법한 처리 방법
검사가 P를 범인도피죄로 심판받게 하려면, 별도로 공소를 제기할 것이 아니라 계속 중인 직무유기 피고사건의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 공소장변경을 신청하는 방법에 의하여야 한다.
결론
직무유기 공소사실과 범인도피 공소사실은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고, 직무유기 사건이 이미 항소심에 계속 중이므로, 검사는 P를 범인도피죄로 다시 기소할 수 없다(이중기소로 공소기각). 항소심에서 공소장변경에 의하여 범인도피죄로 심판받게 할 수 있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