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2013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甲은 친구인 乙로부터 "丙이 송년회라도 하자며 술을 사겠다고 하니 같이 가자."라는 전화를 받고, 자신의 승용차에 乙을 태우고 약 5킬로미터 가량 떨어진 노원역 교차로 부근으로 가서 丙을 만났다. 그러자 丙은, "사실 돈이 없다. 취객을 상대로 돈을 훔쳐 술 먹자."라고 제의하였다. 甲은 농담을 하는 줄 알았으나, 乙과 丙이 그동안 몇 차례 취객을 상대로 절취행각을 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甲은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술 마실 생각이 없다."라고 거절하자, 乙과 丙은 "그럼 너는 승용차에 그냥 있어라." 하고 떠났다.
乙과 丙은 마침 길바닥에 가방을 떨어뜨린 채 23미터 전방에서 구토하고 있는 취객을 발견하고, 乙은 그 취객을 발로 차 하수구로 넘어지게 하고 丙은 길에 떨어져 있던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이를 지켜보던 사법경찰관 P1과 P2가 다가와 乙과 丙을 현행범으로 체포하려 하자 이 두 사람이 甲이 있는 승용차로 도망가다가 붙잡혔다. 경찰관들은 승용차 운전석에 있던 甲도 체포하여 신원을 조회한 결과 甲이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기간 중인 자임을 알게 되었다.
당시 P1과 P2는 강절도범특별검거지시가 있어 순찰하다가 그 취객을 발견하고도 구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잠복근무 중, 乙과 丙이 범행하는 것을 기다렸다가 때마침 체포한 것이었다.
甲과 乙은 경찰에서 "우리들은 골프장을 건설하기 위해 수십억 원이 넘는 임야를 소유하고 있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라고 하면서 등기부와 매매가격 10억 원의 매매계약서를 제시하였고, 丙은 "떨어진 지갑을 주웠을 뿐이다."라고 변명하였다.
이에 P1은 임야의 매수 과정을 확인하기 위해 매도인 丁을 불러 조사한 결과, 丁의 이름으로 명의 신탁된 A의 임야를 甲과 乙에게 매도한 사실을 확인하고, 丁으로부터 매도 경위에 관한 자술서를 제출받았다.
계속해서 丁은, 甲과 乙이 자신을 설득하면서 '고위공직자 A가 부정 축재한 사실을 들어서 잘 알고 있다. 고소하지 못하도록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말한 취지의 3자 간 대화를 녹음한 녹음테이프를 제출하였다.
뒤늦게 매도 사실을 안 A가 丁을 고소하려 하자, 甲은 A에게 휴대전화로 "고소를 포기해라. 부정 축재한 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수회 반복하여 발송하였다. A는 이에 대해 별로 개의치 않았으나, 丁이 다칠 것을 염려하여 고소를 하지 않았다.
甲과 乙은 공판정에 제출된 녹음테이프에 관하여 "우리들은 녹음에 동의한 적도 없고, 성립의 진정도 부정한다."라고 진술하자, 丁은 "내가 직접 녹음한 그 테이프가 맞다. 그러나 위 임야는 원래 내 땅이었다."라고 범행을 부인하면서 A를 증인신청하였다.
한편, 증인 A는 경찰에서 한 1차 진술과는 달리 "그 땅은 내 땅이 아니고, 丁의 땅이다."라고 허위의 진술을 하였다. 그러자 검사는 A를 불러 재번복하는 취지의 2차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설문
甲, 丙, 丁의 형사책임을 논하라.(부동산 관련 특별법 위반의 점은 제외함)
해설
쟁점
甲에 대하여는 운전면허 정지기간 중 운전한 무면허운전죄, 乙·丙의 절취 범행에 대한 가담 여부, A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낸 행위의 협박죄 성부가, 丙에 대하여는 취객의 가방에서 돈을 꺼낸 행위가 합동절도인지 강도인지가, 丁에 대하여는 명의수탁받은 임야를 임의로 매도한 행위의 횡령죄 성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31조(특수절도) ② 흉기를 휴대하거나 2명 이상이 합동하여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도 제1항의 형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1조
형법 제283조(협박, 존속협박) ① 사람을 협박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500만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83조
형법 제355조(횡령, 배임) ①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55조
검토
(1) 甲의 죄책
ㄱ. 무면허운전
甲은 자동차 운전면허 정지기간 중에 있는 자임에도 승용차에 乙을 태우고 약 5킬로미터를 운전하였다. 운전면허의 효력이 정지된 기간 중의 운전은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에 해당하므로, 甲에게는 무면허운전죄(도로교통법 제43조, 제152조 제1호)가 성립한다.
ㄴ. 乙·丙의 절취 범행에 대한 가담 여부
甲은 丙의 절도 제의에 대하여 "나는 그렇게까지 해서 술 마실 생각이 없다"라고 명시적으로 거절하였고, 乙·丙은 "그럼 너는 승용차에 그냥 있어라" 하고 떠났다. 甲은 절취 범행에 관한 공동가공의 의사가 없었고, 차에 남아 있던 것도 망보기나 도주에 기여한 것이 아니어서 기능적 행위지배를 인정할 수 없다. 따라서 甲은 乙·丙의 절도에 대하여 공동정범도 종범도 되지 않는다.
ㄷ. A에 대한 협박
甲은 A에게 휴대전화로 "고소를 포기해라. 부정 축재한 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수회 발송하였다. 이는 사람으로 하여금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해악의 고지로서 협박에 해당한다. A가 이를 개의치 않았더라도 협박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대법원 2007. 9. 28. 선고 2007도606 전원합의체 판결
… 그와 같은 정도의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상대방이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상대방이 현실적으로 공포심을 일으켰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그로써 구성요건은 충족되어 협박죄의 기수에 이르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협박죄의 법적 성격과 성립요건으로 공포심 · 표준판례: 협박죄 기수 시점 — 해악 고지 도달 + 상대방의 의미 인식; 도달했으나 지각·인식 못한 경우는 미수
A가 그 의미를 인식한 이상 甲에게는 협박죄(형법 제283조 제1항)가 기수로 성립한다. 한편 A가 고소를 하지 않은 것은 협박 때문이 아니라 丁이 다칠 것을 염려한 것이므로, 협박과 고소 포기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어 권리행사를 방해한 강요죄(형법 제324조)의 기수는 인정되지 않고 협박죄로 처리함이 타당하다.
협박죄 기수시기에 관한 2007도606 전합은 제4·9·11·12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
(2) 丙의 죄책
ㄱ. 특수절도(합동절도)의 성부 — 강도와의 구별
丙은 乙과 함께 취객의 가방에서 돈을 꺼냈다. 취객이 길바닥에 가방을 떨어뜨린 채 23미터 전방에서 구토하고 있었더라도, 가방은 취객이 떨어뜨린 직후 가까운 거리에 있어 사회통념상 여전히 취객의 점유 아래에 있는 타인의 재물이므로 절도(또는 강도)의 객체가 된다(점유이탈물이 아니다). 2명이 시간적·장소적으로 협동하여 재물을 취득하였으므로 합동절도(특수절도, 형법 제331조 제2항)의 객관적 요건을 갖추었다.
문제는 乙이 취객을 발로 차 하수구로 넘어지게 한 폭행으로 인하여 강도가 되는지이다. 강도죄의 폭행은 재물 탈취의 수단으로서 피해자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가방은 이미 취객의 신체에서 분리되어 길에 떨어져 있었고, 취객은 이를 점유·수호하며 반항하는 상태가 아니었으므로, 乙의 폭행을 재물 탈취의 수단으로서 반항을 억압한 강도의 폭행으로 보기는 어렵다. 결국 재물 취득 부분은 특수절도로 평가되고, 乙의 폭행은 이와 별개의 폭행에 해당한다.
나아가 丙은 절도를 공모하였을 뿐 乙의 폭행에 관하여는 공동가공의 의사나 인식이 없었으므로, 乙의 폭행은 공모 범위를 벗어난 초과실행에 해당하여 丙은 그 폭행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따라서 丙에게는 특수절도죄(형법 제331조 제2항)만이 성립한다. (취객을 발로 차 하수구로 넘어뜨린 행위를 재물 탈취의 수단으로 평가하여 합동강도로 보는 견해도 가능하나, 위와 같은 사정상 절도로 봄이 타당하다.)
ㄴ. 경찰에서의 허위 변명
丙이 경찰에서 "떨어진 지갑을 주웠을 뿐이다"라고 변명한 것은 자기의 형사사건에 관한 허위진술로서 방어권의 행사에 불과하므로 별도의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3) 丁의 죄책
丁은 A가 자신의 명의로 명의신탁한 임야를 보관하던 중 甲·乙에게 임의로 매도하였다. 이는 신탁자 A가 자신 소유의 부동산 등기명의를 수탁자 丁에게 이전한 이른바 양자간 명의신탁에 해당한다. 종래 판례는 이 경우 수탁자의 임의처분을 횡령죄로 보았으나,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판결로 견해를 변경하였다.
대법원 2021. 2. 18. 선고 2016도18761 전원합의체 판결
… 부동산실명법을 위반한 양자간 명의신탁의 경우 명의수탁자가 신탁받은 부동산을 임의로 처분하여도 명의신탁자에 대한 관계에서 횡령죄가 성립하지 아니한다. … 무효인 명의신탁약정 등에 기초하여 존재한다고 주장될 수 있는 사실상의 위탁관계라는 것은 … 형법상 보호할 만한 가치 있는 신임에 의한 것이라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양자간 명의신탁 — 수탁자 임의처분 → 횡령죄 ✗ (전합)
명의신탁약정과 그에 따른 등기는 부동산실명법에 의하여 무효이고, 신탁자와 수탁자 사이의 사실상의 위탁관계는 형법상 보호가치 있는 신임관계가 아니므로, 수탁자 丁을 신탁자 A에 대한 관계에서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라고 할 수 없다. 따라서 현행 판례에 따르면 丁의 임의 매도행위는 횡령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부동산실명법 위반의 점은 논외).
양자간 명의신탁 수탁자 처분의 횡령죄 불성립을 선언한 2016도18761 전합은 제4·5·11회 형사법 선택형에서도 출제되었다.
결론
甲은 무면허운전죄와 협박죄(A에 대한 문자), 丙은 특수절도죄(합동절도), 丁은 (현행 판례에 의하면) 횡령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甲은 乙·丙의 절도에 대하여는 죄책을 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