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공법 사례형 제1문 3)
사례
고용노동부 일반직 7급 공무원인 甲은, 평소 비정규직 정책을 고수하는 A정당에 대하여 비판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甲은 2011. 9. 22. 23:00경 자신의 집에서 Y인터넷포털 사이트에 있는, 자신의 블로그에 "수백만 비정규직 방치, 이대로 좋은가"라는 제목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A정당을 반대한다. 비정규직 전면 철폐를 추진하는 B정당만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국민을 위한 참된 정당으로서 강추!!! 비정규직 철폐를 결사반대하는, A정당 소속 국회의원 乙은, 있는 자만을 대변하고 부동산투기로 축재한 부패한 정치인이다. 그런 乙이 다음 총선에 또 나오기 위해 후보자로 등록한 것은 민주주의의 수치다."라는 글을 게시하였다.
甲의 위 글이 네티즌의 폭발적인 관심과 지지를 받았고, 고용노동부장관은 甲이 특정 정당을 지지, 반대하는 행위를 함으로써 공무원에게 금지된 정치적 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甲에게 감봉 2개월의 징계처분을 하였다. 이에 甲은 징계처분에 대하여 법령에 따른 소청심사를 거쳐 취소를 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하였다. 甲은 위 소송 계속 중, 국가공무원법 제78조 제1항 제1호, 제65조 제4항 및 동법 시행령 제27조 제1항 제2호, 제2항 제3호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하였으나, 2011. 11. 4. 기각당하였다. 이에 甲은 같은 달 22. 위 기각결정문을 송달받고 2011. 12. 16. 위 법령조항들에 대하여 헌법소원심판을 제기하였다.
참조조문
국가공무원법 시행령 제27조(정치적 행위)
① 법 제65조의 정치적 행위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정치적 목적을 가진 것을 말한다.
1\. 정당의 조직, 조직의 확장, 그 밖에 그 목적 달성을 위한 것
2\.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것
3\. 법률에 따른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당선하게 하거나 낙선하게 하기 위한 것
② 제1항에 규정된 정치적 행위의 한계는 제1항에 따른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1\. 시위운동을 기획·조직·지휘하거나 이에 참가하거나 원조하는 행위
2\. 정당이나 그 밖의 정치단체의 기관지인 신문과 간행물을 발행·편집·배부하거나 이와 같은 행위를 원조하거나 방해하는 행위
3\. 특정 정당 또는 정치단체를 지지 또는 반대하거나 공직선거에서 특정 후보자를 지지 또는 반대하는 의견을 집회나 그 밖에 여럿이 모인 장소에서 발표하거나 문서·도서·신문 또는 그 밖의 간행물에 싣거나 인터넷포털 사이트의 게시판, 대화방, 블로그 등에 게시하는 행위
※ 위 국가공무원법 시행령 일부 조항은 가상의 것이며 현재 시행 중임을 전제로 할 것
설문
C선거관리위원회는 甲의 위 게시글이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2항에 위반되는 정보라는 이유로 동법 제82조의4 제3항, 제4항에 따라 Y인터넷포털 사이트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여 글은 삭제되었다. 甲은 동법 제82조의4 제3항, 제4항이 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한다. 甲의 주장의 정당성을 판단하시오.
해설
쟁점
C선거관리위원회가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제4항에 따라 이미 게시된 甲의 글에 대하여 포털 운영자에게 삭제를 요청하여 글이 삭제된 것이,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헌법 제21조 ②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헌법 제21조
검토
(1) 검열금지원칙과 사전검열의 요건
헌법 제21조 제2항이 절대적으로 금지하는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의견이 '발표되기 이전에' 그 내용을 심사·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제도를 말한다. 따라서 사전검열에 해당하려면 ①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② 허가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③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④ 발표 전 표현물의 제출의무가 모두 갖추어져야 한다.
헌재 1996. 10. 4. 93헌가13등 결정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 헌재 결정 원문 · 표준판례: 검열금지의 원칙(1) - 검열의 의미와 판단기준
(2) 사안의 검토 — 사후적 규제로서 사전검열 아님
검열금지원칙은 표현이 발표되기 '이전'에 행정권의 허가에 의존하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이고, 이미 발표된 표현물에 대한 사후적 규제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헌재 1996. 10. 31. 94헌가6 결정
사전검열금지원칙은 의사표현의 발표 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의미하며, 모든 형태의 사전적 규제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 헌재 결정 원문 · 표준판례: 사전검열금지원칙 = 행정권의 허가에 의한 사전심사에 한정 (모든 사전적 규제 ✗)
이 사건 삭제요청은 甲이 이미 블로그에 게시하여 발표를 마친 글에 대하여 사후적으로 그 삭제를 구하는 것이다. 즉 표현물의 발표 전에 그 내용을 심사하여 발표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발표된 정보가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사후에 시정을 구하는 것이므로, '발표 전 제출의무'와 '발표 전 사전심사'라는 검열의 핵심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제4항에 따른 선거관리위원회의 삭제요청은 헌법 제21조 제2항의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
검열의 의미·판단기준(93헌가13)은 제4회, 사전검열금지원칙의 범위(94헌가6)는 제10회 공법에서도 출제된 빈출 쟁점이다.
결론
선거관리위원회의 삭제요청은 이미 발표된 표현물에 대한 사후적 규제일 뿐 발표 전 사전심사가 아니므로 헌법 제21조 제2항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공직선거법 제82조의4 제3항·제4항이 검열금지원칙에 위배된다는 甲의 주장은 정당하지 않다(다만 사후적 규제로서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지는 과잉금지원칙의 별도 문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