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 2)
사례
甲주식회사(이하 '甲회사'라고 함)는 건설업을 정관상의 목적으로 하여 2010. 1.경 설립된 비상장회사이며 B를 대표이사, C와 D를 이사로 등기하고 있었다.
주주 A는 甲회사가 발행한 전체 주식의 35%를 보유하고 있는데 평소 甲회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며 B에게 업무집행을 지시하는 방법으로 甲회사를 운영하여 왔다. A는 이러한 운영방식에 불편을 느껴 대표이사직에 취임하기로 결심하고, 자신을 대표이사로 선출하여 등기할 것을 B에게 지시하였다. 이에 따라 B는 다른 모든 주주들에게 소집통지를 하지 않고 A만 참석한 주주총회에서 A를 이사로 선임한다는 결의를 거친 후 그러한 내용의 임시주주총회 의사록을 작성하였다. 그후 B는 이사회를 개최함이 없이 A를 대표이사로 선출한다는 취지의 이사회 의사록을 작성하였고, 甲회사의 대표이사를 B에서 A로 변경하는 상업등기를 2010. 9. 1. 경료하였다.
그후부터 A는 대내외적으로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면서 업무를 하였는데, 甲회사의 다른 이사들은 이를 알고도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며, A는 甲회사의 법인인감을 보관하면서 사용하였다. A는 자신을 대표이사로 믿고 거래해 온 乙주식회사(이하 '乙회사'라고 함)와 건설자재의 공급에 관한 계약을 2011. 1. 31. 체결하면서(이하 '납품계약'이라고 함) 그 계약서 서명란에 대표이사 직함과 자신의 성명을 기재하고 날인하였다. 납품계약의 주된 내용은 甲회사가 乙회사로부터 건설자재를 2011. 10. 31.까지 납품받으면서 3억 원의 대금을 지급하기로 하되, 계약체결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선급금(先給金)으로 1억 원을 지급하고 건설자재 인도 후 잔금(殘金) 2억 원을 지급하기로 하는 것이었다.
위 납품계약을 체결한 직후 B는 A로의 대표이사 변경 등기를 문제 삼는 다른 주주들의 항의를 받았다. 이에 B가 A를 제외하고 C와 D에게만 이사회 소집통지를 하여 개최된 이사회에서 C를 대표이사로 선출하기로 의결한 후 2011. 2. 말경 C를 대표이사로 등기하였다.
한편 乙회사는 납품계약에 따라 甲회사에 납품할 건설자재를 丙주식회사(이하 '丙회사'라고 함)로부터 구매하고 대금을 지급한 후, 2011. 3. 초순경 납품계약에 따른 선급금 1억 원의 지급을 甲회사에 요청하였다. 그런데 甲회사가 기대했던 공사의 수주가 무산되어 납품계약에 따라 공급받기로 했던 건설자재가 필요 없게 되었고, 이에 C는 위 납품계약의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는 내용의 회신을 하였다.
설문
乙회사가 甲회사에 납품계약이 유효하다고 주장하며 계약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상법상 근거를 설명하시오.
해설
쟁점
적법한 대표이사가 아닌 A가 체결한 납품계약에 대하여, 乙회사가 甲회사에 그 이행을 청구할 수 있는 상법상 근거가 문제된다. 외관신뢰 보호의 법리인 표현대표이사(상법 제395조)와 부실등기의 효력(상법 제39조)이 검토된다.
근거 법령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의 행위와 회사의 책임) 사장, 부사장, 전무, 상무 기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있는 것으로 인정될 만한 명칭을 사용한 이사의 행위에 대하여는 그 이사가 회사를 대표할 권한이 없는 경우에도 회사는 선의의 제3자에 대하여 그 책임을 진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5조
상법 제39조(부실의 등기)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사실과 상위한 사항을 등기한 자는 그 상위를 선의의 제3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39조
검토
(1) A 행위의 무권대표성
A는 적법한 이사·대표이사가 아니므로, A가 甲회사를 대표하여 체결한 납품계약은 원칙적으로 무권대표행위로서 회사에 효력이 없다. 그러나 회사가 그러한 외관 형성에 귀책사유를 가지는 경우에는 외관을 신뢰한 제3자가 보호된다.
(2) 표현대표이사 책임 (상법 제395조)
A는 "대표이사 사장"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였고, 甲회사의 다른 이사들은 이를 알면서도 이의 없이 방치하였으며 A가 법인인감을 보관·사용하도록 허용하였다. 이는 회사가 표현대표이사의 명칭 사용을 허용하거나 알면서 묵인·방치한 것으로서, 외관 현출에 관한 회사의 귀책사유가 인정된다. 乙회사는 A를 대표이사로 믿고 거래한 선의의 제3자이다. 이사의 자격이 없는 자라도 회사가 그 명칭사용을 허용하거나 알면서 방치·묵인한 경우에는 상법 제395조가 유추적용된다.
대법원 2009. 3. 12. 선고 2007다60455 판결
상법 제395조는 … 이사의 자격이 없는 사람이 임의로 표현대표이사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하여 묵인한 경우에도 유추 적용된다. … 주주총회를 소집, 개최함이 없이 주총의사록만을 작성한 주주총회결의로 대표자로 선임된 자의 행위에 대하여 … 회사에 귀책사유가 있음이 인정될 경우 상법 제395조에 따라 회사에게 그 책[임을 인정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이사의 자격 여부와 표현대표이사
본 사안은 주주총회·이사회를 개최함이 없이 의사록만 작성하여 A를 대표자로 만든 경우로서 위 판례와 정면으로 대응한다. 따라서 甲회사는 상법 제395조에 의하여 乙회사에 대하여 책임을 진다. 한편 납품계약이 이사회결의를 요하는 사항이라 하더라도 乙회사가 그 결의 없음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볼 사정이 없으므로 보호된다.
(3) 부실등기의 효력 (상법 제39조)
甲회사는 A를 대표이사로 하는 변경등기를 마쳤는데, 이는 부존재한 주주총회·이사회결의에 터 잡은 부실등기이다. 다만 그 등기가 회사 측(당시 대표이사 B)의 고의·과실로 마쳐진 것이므로, 회사는 그 등기가 사실과 다름을 선의의 제3자인 乙회사에 대항하지 못한다. 따라서 등기를 신뢰하여 A를 적법한 대표이사로 보고 거래한 乙회사는 보호된다.
대법원 2014. 11. 13. 선고 2009다71312 판결
등기신청권자에게 상법 제39조에 의한 부실등기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등기가 등기신청권자에 의하여 고의·과실로 마쳐진 것임을 요하며 … 주식회사의 경우 … 부실등기에 대한 고의·과실의 유무는 대표이사를 기준으로 판정하여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존재하는 주주총회결의에 의해 이사·대표이사 선임등기 시 회사의 부실등기책임 유무
표현대표이사·부실등기 법리는 부실등기책임(2009다71312)이 제4·6·7·13회, 이사회결의 흠결과 표현대표이사(97다34709)가 제4·14회 민사법 선택형에서 출제되는 등 반복 출제된 빈출 쟁점이다.
결론
甲회사는 A에게 대표이사 명칭 사용을 허용·방치하고 부실등기를 마치게 한 데 귀책사유가 있으므로, 선의의 乙회사에 대하여 상법 제395조(표현대표이사) 및 제39조(부실등기의 효력)에 따라 납품계약상 책임을 진다. 乙회사는 이를 근거로 甲회사에 대하여 계약의 이행(선급금 1억 원의 지급 및 계약상 의무의 이행)을 청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