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2)
사례
甲은 2011. 12. 1. 14:00경 서울 서초구 서초동 123에 있는 서초편의점 앞 길에서 그곳을 지나가는 부녀자 A의 핸드백을 열고 신용카드 1장과 현금카드 1장이 들어 있는 손지갑 1개를 꺼내던 순간 이를 눈치챈 A가 "도둑이야."라고 소리치자 위 손지갑을 가지고 그대로 도주하였다. 이에 A는 마침 그곳을 순찰하던 정복 착용의 서초경찰서 서초지구대 소속 경찰관 P1과 함께 甲을 붙잡기 위하여 쫓아갔고, 甲은 이를 피해 계속 도망하다가 대전교도소에서 함께 복역한 적이 있던 乙을 만났다. 甲은 乙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도와달라고 부탁하였고 乙은 이를 승낙하여 甲과 乙은 그곳 길바닥에 있던 깨진 소주병을 한 개씩 들고 甲을 체포하기 위하여 달려드는 경찰관 P1의 얼굴을 찔러 약 4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안면부 열상을 가했다. 그런 다음 甲은 도주하였고, 乙은 그곳에서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2011\. 12. 1. 15:00경 甲은 집으로 가는 길에 A의 신용카드를 이용하여 의류가게에서 50만 원 상당의 의류를 구입하고, 부근 신한은행 현금자동지급기에서 A의 현금카드를 이용하여 현금 100만 원을 인출하였다.
위 사건을 수사하던 서초경찰서 소속 경찰관 P2는 2011. 12. 1. 21:00경 甲이 살고 있는 집에서 25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서 외출하러 나오는 甲을 발견하고 긴급체포하였다. 경찰관 P2는 그 직후 긴급체포한 甲을 그의 집으로 데려가 그의 방 책상 서랍에 있던 A의 신용카드를 압수하였고 그 후 적법하게 그 신용카드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사는 甲과 乙을 병합하여 공소를 제기하였다.
설문
위 사안과 관련하여 乙의 죄책을 논하시오.
해설
쟁점
절도에는 가담하지 않고 甲의 부탁을 받아 사후적으로 폭행에만 가담한 乙의 죄책이 문제된다. 구체적으로 ① 위험한 물건으로 경찰관 P1을 상해한 데 따른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공동정범, ② 절도범이라는 신분이 없는 乙에게 (준)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형법 제33조), ③ 甲의 도주를 도운 데 대한 절도방조 등의 성부가 검토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조
형법 제144조(특수공무방해) ② 제1항의 죄를 범하여 공무원을 상해에 이르게 한 때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44조
검토
(1)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공동정범 (형법 제144조 제2항)
乙은 甲과 의사를 연락하여 함께 위험한 물건인 깨진 소주병으로, 절도 현행범인 甲을 적법하게 체포하려던 경찰관 P1을 찔러 상해를 가하였다. 따라서 乙은 P1에 대한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한다. 이 점에는 의문이 없다.
(2) (준)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 성부 — 신분의 문제
준강도죄는 절도, 즉 절도범인만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신분범이다.
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3도4417 판결
준강도의 주체는 절도 즉 절도범인으로, 절도의 실행에 착수한 이상 미수이거나 기수이거나 불문[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준강도의 주체
乙은 甲의 절도에는 전혀 가담하지 않고 그 이후의 폭행에만 가담하였으므로 절도범의 신분이 없다. 이러한 자에게 (준)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이 성립하는지에 관하여는 견해가 대립한다.
부정설은, 준강도는 절도를 실행한 자만이 주체가 될 수 있고 乙은 절도에 가담하지 않았으므로 (준)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은 성립할 수 없으며, P1에 대한 폭행·상해의 죄책만 진다고 본다. 반면 긍정설은, 준강도(강도상해)는 절도범의 신분을 전제로 하는 신분범이므로 형법 제33조 본문에 의하여 비신분자인 乙도 공동정범이 될 수 있다고 본다.
대법원 2019. 8. 29. 선고 2018도2738 전원합의체 판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이 신분관계로 인하여 성립될 범죄에 가공한 경우에는 신분관계가 있는 사람과 공범이 성립한다(형법 제33조 본문 참조). 이 경우 신분관계가 없는 사람에게 공동가공의 의사와 이에 기초한 기능적 행위지배를 통한 범죄의 실행이라는 주관적·객관적 요건이 충족되면 공동정범으로 처벌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신분없는 자에 의한 진정신분범의 공동정범(기능적 행위지배)
생각건대 합동하여 절도를 한 공범이 사후에 체포면탈 목적으로 폭행·상해한 경우 다른 공범도 강도상해의 죄책을 지지만(대법원 83도3321), 이는 절도에 공동가공한 자에 한한다. 乙은 절도 자체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으므로, 절도범의 신분을 전제로 하는 준강도(강도상해)의 본질에 비추어 그 공동정범을 인정하기 어렵다(부정설). 따라서 乙은 P1에 대한 상해죄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지는 데 그친다. 다만 이 상해는 위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에 포섭되는 관계에 있다.
(3) 절도방조죄의 부정
乙이 甲의 도주를 도운 점에 관하여 절도방조를 생각할 수 있으나, 甲의 손지갑 절도는 점유를 취득함으로써 이미 기수에 이르러 종료되었고 乙은 그 이후에 비로소 가담하였으므로, 정범의 실행행위 종료 후의 가담에 해당하여 절도방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甲의 도피를 도운 행위가 범인도피죄(형법 제151조)에 해당할 여지가 있으나, 이는 P1에 대한 폭행·상해로 평가되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와 별개로 의미를 가지기 어렵다.
준강도의 주체·공동정범 법리(2003도4417 등)는 제8·13·14·15회, 비신분자의 진정신분범 공동정범(2018도2738 전합)은 제11·14회 형사법에서도 출제된 빈출 쟁점이다.
결론
乙은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죄(형법 제144조 제2항)의 공동정범의 죄책을 진다. (준)강도상해죄의 공동정범은 절도범의 신분이 없어 성립하지 않고, P1에 대한 상해는 위 죄에 포섭된다. 절도방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