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2012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1)
사례
고소인 甲은 서초경찰서에 '피고소인 乙은 고소인에게 상해보험금이라도 타서 빌려준 돈을 갚으라고 하면서 고소인의 쇄골을 골절해서 4주간의 상해를 입혔다. 그런데 뜻대로 안 되니까 이제는 돈을 갚으라고 협박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고소하였다.
이를 접수한 사법경찰관 P1은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 사채업자 乙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였다. 그 결과 甲 명의의 전세계약서, 소비대차계약서, 상해보험증권과 乙 소유의 비망록, 회사 영업장부 등을 압수하였다. 압수한 자료를 검토하던 사법경찰관 P1은 乙에게 "보험금을 청구했느냐?"라고 묻자, "교통사고를 가장해서 보험금을 청구해 보려고 했는데, 甲이 차마 더 이상 못하겠다고 해서 포기했다. 甲이 스스로 보험에 가입하였고, 甲이 승낙하여 상해를 입힌 것이다." "오히려 내가 피해자다. 甲에게 돈을 빌려 주었는데 담보로 받은 전세계약서가 위조되었다."고 주장하였다.
대질과정에서 甲은 전세계약서의 보증금란에 기재된 2,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고쳐 위조한 것은 사실이라고 자백하였다. 그리고 甲은, 乙이 '돈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등교 길에 유괴할 수도 있다.'는 등으로 협박한 전화 통화내용을 직접 녹음한 테이프와 乙이 보낸 핸드폰 메시지를 촬영한 사진 20매를 증거로 제출하였다.
P1은 乙에게 소주라도 한잔하자면서 경찰서 주변 식당으로 乙을 데리고 가 비망록에 '구청직원 접대' 부분을 지적하면서, "접대를 한 구청직원이 누구이고, 왜 접대를 한 것이냐? 앞으로 내가 잘 챙겨 주겠다."는 등으로 설득을 하였다. 당시 진술거부권의 고지는 없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고 생각한 乙은 "사실은 사건 브로커 丙에게 3,000만 원을 주어 구청직원에게 대부업에 대한 행정단속 등에 편의를 봐 달라는 부탁을 하고 돈을 전달하게 했는데, 돈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고 진술하였다. 경찰서로 복귀한 후 P1은 乙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작성하고, 돈을 건네 준 丙을 소환하여 조사하였다. 丙은 "乙에게서 3,000만 원을 받아 丁에게 전액 전달하였다."고 자백하였다. 이에 P1은 구청직원 丁을 소환하여 조사하였는데 丁은 범행 일체를 부인하였다.
검찰에서 甲, 乙과 丙은 경찰에서 한 진술과 같이 모두 자백하였으나, 丁은 일관되게 "친구인 丙으로부터 청탁을 받은 적은 있으나 돈은 결코 받지 않았다."고 주장하였다. 검찰에서의 피의자 신문과정에서는 진술거부권이 적법하게 고지되었고, 변호인이 참여한 상태에서 조사가 이루어졌다.
제1회 공판기일에 피고인 甲은 자백하였으나, 乙과 丙은 검찰진술을 번복하면서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의 진정 성립을 부정하였고, 丁은 일관되게 범행을 부인하였다.
설문
甲과 乙의 형사책임을 논하시오.
해설
쟁점
甲이 전세계약서의 보증금란을 변경한 행위(사문서변조·변조사문서행사), 乙이 보험금을 노리고 甲의 승낙을 받아 상해를 가한 행위(피해자 승낙과 위법성 조각 여부),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점(사기죄 성부), 乙이 대여금 추심을 위해 甲을 협박한 행위(권리행사와 공갈죄), 乙이 丙을 통해 구청직원에게 금품을 전달한 행위(뇌물공여죄)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231조(사문서등의 위조·변조) 행사할 목적으로 권리·의무 또는 사실증명에 관한 타인의 문서 또는 도화를 위조 또는 변조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31조
형법 제24조(피해자의 승낙) 처분할 수 있는 자의 승낙에 의하여 그 법익을 훼손한 행위는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없는 한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24조
형법 제133조(뇌물공여 등) ① 제129조부터 제132조까지에 기재한 뇌물을 약속, 공여 또는 공여의 의사를 표시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33조
검토
1. 甲의 죄책
(1) 사문서변조죄 및 변조사문서행사죄
甲은 전세계약서의 보증금란에 기재된 2,000만 원을 5,000만 원으로 고쳤다. 전세계약서는 임대인 등 타인이 작성명의인인 문서이므로, 그 명의인의 승낙 없이 행사할 목적으로 내용을 변경한 것은 사문서변조죄(형법 제231조)에 해당하고, 이를 乙에게 담보로 교부한 것은 변조사문서행사죄(형법 제234조)에 해당한다.
대법원 1977. 7. 12. 선고 77도1736 판결
문서에 2인 이상의 작성명의인이 있는 때에 그 명의자의 한사람이 타명의자와 합의없이 행사할 목적으로 그 문서의 내용을 변경하였을 때는 사문서변조죄가 성립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2인 이상 작성명의인이 있는 문서를 1인이 합의 없이 변경한 경우 사문서변조죄 성립
양죄는 실체적 경합관계에 있다.
(2) 보험사기 — 사기죄 불성립
甲은 乙과 보험사고를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하기로 하였으나 청구를 포기하여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았으므로, 사기의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미수 포함)는 성립하지 않는다(예비는 불가벌).
2. 乙의 죄책
(1) 상해죄 — 피해자 승낙의 한계
乙은 甲의 쇄골을 골절시켜 4주간의 상해를 가하였다. 甲의 승낙이 있었으나, 이는 보험금을 편취하려는 위법한 목적을 위한 것이므로 사회상규에 반하여 형법 제24조에 의한 위법성 조각이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상해죄(형법 제257조 제1항)가 성립한다.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8도9606 판결
… 피고인이 피해자와 공모하여 교통사고를 가장하여 보험금을 편취할 목적으로 피해자에게 상해를 가하였다면 피해자의 승낙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법한 목적에 이용하기 위한 것이므로 …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피해자의 승낙의 성립요건
(2) 공갈미수죄 — 권리행사와 공갈
乙은 甲에 대한 대여금 채권을 추심하기 위하여 "돈을 갚지 않으면 아들을 유괴하겠다"는 해악을 고지하였다.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이라도 그 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으면 공갈죄가 성립하는데, 자녀에 대한 유괴 협박은 명백히 그 범위를 초과한다. 다만 甲으로부터 재물을 교부받지 못하였으므로 공갈미수죄(형법 제350조, 제352조)가 성립한다.
대법원 2019. 2. 14. 선고 2018도19493 판결
… 해악의 고지가 비록 정당한 권리의 실현 수단으로 사용된 경우라 하여도 그 권리실현의 수단·방법이 사회통념상 허용되는 정도나 범위를 넘는다면 공갈죄의 실행에 착수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공갈죄의 협박과 정당한 권리행사의 판단기준
(3) 뇌물공여죄
乙은 사건 브로커 丙을 통하여 구청직원 丁에게 3,000만 원을 전달하면서 대부업에 대한 행정단속 등의 편의를 청탁하였으므로 뇌물공여죄(형법 제133조 제1항)가 성립한다. 丙을 통한 간접 공여라도 무방하고, 상대방인 丁에게 뇌물수수죄가 성립하는지와 관계없이 성립한다.
대법원 1987. 12. 22. 선고 87도1699 판결
… 뇌물공여죄가 성립되기 위하여서는 뇌물을 공여하는 행위와 상대방측에서 … 받아들이는 행위가 필요할 뿐이지 반드시 상대방측에서 뇌물수수죄가 성립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뇌물공여죄와 뇌물수수죄의 관계:뇌물공여죄 성립에 상대방의 뇌물수수죄 성립 불요(필요적 공범)
보험금 목적 승낙상해 법리(2008도9606)는 제10·11·12·14·15회, 권리행사와 공갈(2018도19493)은 제6·14회 형사법에서도 출제된 빈출 쟁점이다.
결론
甲에게는 사문서변조죄와 변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하고(실체적 경합), 乙에게는 상해죄, 공갈미수죄,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실체적 경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