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1문의4 2)
사례
[기초적 사실관계]
甲은 자기 소유인 X 토지의 매도를 乙에게 부탁하고 일이 성사되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급하기로 하는 위임계약을 乙과 체결하였다. 그 과정에서 甲은 乙에게 대리권을 수여하는 의사표시를 하지 않았으나 X 토지의 매매계약 체결과 그 이행에 관한 대리권을 추단할 수 있는 직함의 사용은 허락하였다. 이에 乙은 甲으로부터 받은 직함을 사용하여 甲의 이름으로 丙과 X 토지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였다. 그런데 乙은 평소 丙의 도움을 받던 터라 X 토지의 시가가 2억 원 상당임에도 그에 비하여 턱없이 낮은 1억 원의 매매대금을 제시하였다. 매매계약 당시 丙은 乙이 丙을 위하여 현저히 저렴한 가격으로 X 토지를 처분하려는 의도가 있음을 알았으나 乙에게 甲을 대리할 권한이 있다고 믿고 이에 응하였다.
乙은 丙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면서, 丙으로부터 약정한 매매대금 1억 원을 받은 후 甲에게 전달하지 않고 자신의 채권자인 戊에게 채무변제를 위하여 이를 지급하였다. 이 과정에서 戊는 乙이 丙으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甲에게 넘겨주어야 함에도 그 대금을 자신에게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후 丙은 X 토지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여 이전의 사정을 전혀 알지 못하는 丁과 X 토지에 대한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매매대금 2억 원을 지급받음과 동시에 丁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쳐주었다.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된 甲은 X 토지의 소유권을 회복하거나 최소한 乙이 丙으로부터 받은 매매대금 상당액이라도 받기를 원한다. 이에 甲은 우선 丙과 丁을 피고로 하여 甲과 丙 사이의 매매계약이 무효임을 이유로 X 토지에 관한 그 명의의 각 소유권이전등기의 말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하였다.
甲의 각 소유권이전등기말소 청구에 대하여, 丙과 丁은 ① ‘甲이 乙에게 대리권을 수여함을 표시하였으므로 각 매매계약과 丙·丁 명의의 각 등기는 모두 유효하다.’, ② ‘丁은 乙이 丙의 이익을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을 알 수 없었으므로 丁 명의의 등기는 유효하다.’고 하면서 甲의 청구는 이유 없다고 주장하였다.
소송과정에서 甲은 乙에게 대리권을 수여하지 않았으나, 丙이 乙에게 대리권이 있다고 믿은 점에 대한 과실은 없었고, 각 매매계약 체결 당시 乙이 丙의 이익을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丙은 이를 알았으나 丁은 이를 알 수 없었음이 밝혀졌다.
※ 아래 각 설문은 서로 독립적임
설문
위 기초적 사실관계와 달리 乙이 丙의 이익을 위해 매매계약을 체결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丙이 과실 없이 알지 못한 경우, 甲이 乙과 戊를 상대로 금전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 모든 권원과 그 근거를 서술하시오.
해설
쟁점
丙이 대리권 남용 사실을 과실 없이 알지 못하여 甲과 丙의 매매계약이 유효한 경우, 甲이 매매대금을 횡령하여 자신의 채권자 戊에게 변제한 乙과, 그 변제를 수령한 戊를 상대로 어떠한 권원으로 금전지급을 청구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민법 제684조(수임인의 취득물 등의 인도, 이전의무) ① 수임인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 기타의 물건 및 그 수취한 과실을 위임인에게 인도하여야 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민법 제684조
검토
丙이 乙의 대리권 남용 의도를 과실 없이 알지 못하였다면 대리권 남용의 항변이 성립하지 않아 표현대리에 의하여 甲과 丙의 매매계약은 유효하게 되고, 甲은 X 토지의 소유권을 상실하는 대신 그 매매대금 상당을 취득할 지위에 있게 된다. 乙이 丙으로부터 받은 1억 원은 위임사무의 처리로 인하여 받은 금전으로서 甲에게 인도되어야 하는 것이다(민법 제684조 제1항).
(1) 甲의 乙에 대한 청구 권원
첫째, 乙은 위임계약상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로써 수임사무를 처리하고 받은 금전을 甲에게 인도할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甲은 乙에게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390조·제684조). 둘째, 乙이 甲에게 인도할 매매대금을 임의로 戊에게 지급한 것은 고의의 위법행위로 甲에게 손해를 가한 것이므로, 甲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 셋째, 乙은 甲에게 귀속되어야 할 1억 원을 법률상 원인 없이 보유·처분하여 이득을 얻고 甲에게 같은 액수의 손실을 주었으므로, 甲은 부당이득반환청구도 할 수 있다(민법 제741조).
(2) 甲의 戊에 대한 청구 권원
甲과 戊 사이에는 계약관계가 없으므로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한 청구는 할 수 없다. 다만 채무자가 피해자로부터 횡령한 금전을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변제에 사용한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으면 그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 된다.
대법원 2003. 6. 13. 선고 2003다8862 판결
채무자가 횡령한 금전으로 자신의 채권자에 대한 채무를 변제하는 경우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악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채권자의 금전 취득은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 있어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으로 봄이 상당하나, 채권자가 그 변제를 수령함에 있어 단순히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그 변제는 유효하고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횡령금 변제 + 채권자 악의 → 부당이득반환의무 ○
戊는 乙이 丙으로부터 받은 매매대금을 甲에게 넘겨주어야 함에도 자신에게 지급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므로(악의), 戊의 금전 취득은 甲에 대한 관계에서 법률상 원인을 결여한 것이 되어, 甲은 戊에게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수 있다. 또한 戊는 그 돈이 乙이 횡령한 것임을 알면서 이를 수령하였으므로, 甲은 戊에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도 청구할 수 있다(민법 제750조). 횡령금 변제와 채권자의 부당이득에 관한 이 법리는 제11회 제19번·제9회 제28번·제7회 제30번에서도 출제되었다(표준판례).
결론
甲은 乙에 대하여 채무불이행 및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와 부당이득반환청구를, 戊에 대하여는 부당이득반환청구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