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의3 1)
사례
농부 甲은 도시 근교에서 점포 및 대규모 생산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상인적 방법으로 사과를 재배하여 판매하는 자로서, 자신이 재배하는 사과가 유기농으로 3개월 보관이 가능한 품종이라는 점을 홍보하고자 한다. 이에 甲은 A주식회사와 사이에, A회사가 甲이 디자인한 도안과 규격에 맞춘 포장지를 제작하여 甲에게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甲은 A회사로부터 포장지를 인도받고 즉시 그 하자 유무에 관하여 검사하지 않은 채 보관하다가, 5개월이 지난 후에야 甲 자신이 디자인한 도안 및 규격과 달라서 사용할 수 없음을 발견하고 이를 A회사에 통지하였다. 한편 乙은 2024. 10. 5. 甲으로부터 사과를 구입하고, 그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금액 10,000,000원, 만기 2024. 12. 16.인 약속어음을 甲에게 발행하였다. 乙은 3개월 보관이 가능한 품종의 사과라는 甲의 말을 믿고 이를 구입하였으나, 수령한 날로부터 1주일 만에 사과가 썩기 시작하여 절반 이상의 사과가 상품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乙은 2024. 10. 25. 위 사과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다. 甲은 위 사과 매매계약이 해제된 사실을 알고 있는 丙에게 2024. 10. 27. 위 약속어음을 배서·교부하였다.
설문
甲은 상인인가? 甲은 A회사와 체결한 포장지 공급계약을 「상법」 제69조에 따라 해제할 수 없는 것인가?
해설
쟁점
甲이 상인인지(당연상인 또는 의제상인), 그리고 甲이 A회사와 체결한 포장지 공급계약이 상법 제69조의 적용을 받아 甲의 해제가 제한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상법 제5조(동전-의제상인) ① 점포 기타 유사한 설비에 의하여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는 자는 상행위를 하지 아니하더라도 상인으로 본다.
상법 제69조(매수인의 목적물의 검사와 하자통지의무) ① 상인간의 매매에 있어서 매수인이 목적물을 수령한 때에는 지체없이 이를 검사하여야 하며 하자 또는 수량의 부족을 발견한 경우에는 즉시 매도인에게 그 통지를 발송하지 아니하면 이로 인한 계약해제, 대금감액 또는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못한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상법 제5조 · 제69조
검토
(1) 甲의 상인성
원시생산자가 생산물을 매도하는 행위가 기본적 상행위인 매매(상법 제46조 제1호)에 해당하는지에 관하여, 판례는 자기가 재배한 농산물을 위탁판매하는 것은 영업으로 매매하는 것으로 볼 수 없어 상인이 아니라고 한다.
대법원 1993. 6. 11. 선고 93다7174 판결
약 5,000평의 사과나무 과수원을 경영하면서 그 중 약 2,000평 부분의 사과나무에서 사과를 수확하여 이를 대부분 대도시의 사과판매상에 위탁판매한다는 것이어서 피고가 영업으로 사과를 판매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으니 피고는 상인이 아니라고 할 것이고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사과 재배ㆍ위탁판매시 상인 여부
따라서 농부 甲은 당연상인은 아니나, 점포와 대규모 생산시설·설비를 갖추고 상인적 방법으로 영업을 하고 있으므로 설비상인, 즉 의제상인에 해당한다(상법 제5조 제1항).
(2) 상법 제69조에 따른 해제 제한 여부 — 제작물공급계약의 성질
甲이 A회사와 체결한 포장지 공급계약은 제작물공급계약인바, 그 성질이 매매인지 도급인지에 따라 상법 제69조의 적용 여부가 결정된다.
대법원 1987. 7. 21. 선고 86다카2446 판결
… 제작물공급계약은 … 그 적용법률은 계약에 의하여 제작공급하여야 할 물건이 대체물인 경우에는 매매로 보아서 매매에 관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물건이 특정의 주문자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불대체물인 경우에는 당해 물건의 공급과 함께 그 제작이 계약의 주목적이 되어 도급의 성질을 강하게 띠고 있다 할 것이므로 이 경우에는 매매에 관한 규정이 당연히 적용된다고 할 수 없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상법 제69조의 취지
이 사건 포장지는 甲이 디자인한 도안과 규격에 맞춘 것으로서 특정 주문자인 甲의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한 부대체물이므로, 위 공급계약은 도급의 성질을 강하게 띠어 매매에 관한 규정인 상법 제69조가 적용되지 않는다. 제작물공급계약과 상법 제69조에 관한 이 법리는 제7회 제48번·제6회 사례형 제3문 등에서도 출제되었다.
결론
甲은 의제상인(설비상인)에 해당하나, 포장지 공급계약은 부대체물의 제작물공급계약으로서 도급의 성질을 가져 상법 제69조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甲은 하자를 즉시 발견할 수 있었는지와 무관하게 상법 제69조에 따라 해제가 제한되지 아니한다(제69조에 따라 해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