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민사법 사례형 제3문의3 2)
사례
농부 甲은 도시 근교에서 점포 및 대규모 생산시설과 설비를 갖추고 상인적 방법으로 사과를 재배하여 판매하는 자로서, 자신이 재배하는 사과가 유기농으로 3개월 보관이 가능한 품종이라는 점을 홍보하고자 한다. 이에 甲은 A주식회사와 사이에, A회사가 甲이 디자인한 도안과 규격에 맞춘 포장지를 제작하여 甲에게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였다. 甲은 A회사로부터 포장지를 인도받고 즉시 그 하자 유무에 관하여 검사하지 않은 채 보관하다가, 5개월이 지난 후에야 甲 자신이 디자인한 도안 및 규격과 달라서 사용할 수 없음을 발견하고 이를 A회사에 통지하였다. 한편 乙은 2024. 10. 5. 甲으로부터 사과를 구입하고, 그 매매대금의 지급을 위하여 어음금액 10,000,000원, 만기 2024. 12. 16.인 약속어음을 甲에게 발행하였다. 乙은 3개월 보관이 가능한 품종의 사과라는 甲의 말을 믿고 이를 구입하였으나, 수령한 날로부터 1주일 만에 사과가 썩기 시작하여 절반 이상의 사과가 상품 가치를 상실하게 되었다. 이에 乙은 2024. 10. 25. 위 사과 매매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였다. 甲은 위 사과 매매계약이 해제된 사실을 알고 있는 丙에게 2024. 10. 27. 위 약속어음을 배서·교부하였다.
설문
丙이 위 약속어음을 계속 소지하고 있다가 2024. 12. 16. 위 약속어음 발행인인 乙에게 지급제시한 경우, 乙은 丙에게 어음금을 지급하여야 하는가?
해설
쟁점
사과 매매계약이 해제된 경우에도 어음소지인 丙이 어음상 권리를 취득하는지, 그리고 그 해제 사실을 아는 丙에 대하여 발행인 乙이 원인관계 소멸의 인적항변으로 대항할 수 있는지(해의)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어음법 제17조(인적 항변의 절단) 환어음에 의하여 청구를 받은 자는 발행인 또는 종전의 소지인에 대한 인적 관계로 인한 항변으로써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그러나 소지인이 그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어음법 제17조
검토
(1) 丙의 어음상 권리 취득 — 어음행위의 무인성
어음행위는 그 원인관계가 무효·취소·해제되더라도 영향을 받지 않고 유효하게 존속한다(어음행위의 무인성). 따라서 乙과 甲 사이의 사과 매매계약이 해제되었더라도 丙은 유효하게 어음상 권리를 취득한다.
(2) 인적항변의 절단과 예외 — 해의
어음채무자는 소지인의 전자에 대한 인적관계로 인한 항변으로 소지인에게 대항하지 못하나(어음법 제17조 본문, 제77조 제1항 제1호), 소지인이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한 경우에는 대항할 수 있다(같은 조 단서).
대법원 1996. 5. 28. 선고 96다7120 판결
어음법 제17조 단서에서 규정하는 채무자를 해할 것을 알고 어음을 취득하였을 때라 함은, 단지 항변사유의 존재를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기가 어음을 취득함으로써 항변이 절단되고 채무자가 손해를 입게 될 사정이 객관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까지도 충분히 알아야 한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인적항변 절단의 예외 해의(害意)의 의미:항변 절단으로 채무자가 손해 입게 될 사정을 앎
어음채무자가 소지인의 악의를 증명하면 손해의 인식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므로, '악의는 있었으나 손해의 인식은 없었다'는 사정은 소지인이 증명하여야 한다. 사안에서 丙은 어음을 취득할 당시 이미 사과 매매계약이 해제되어 원인관계가 소멸하였다는 항변사유를 알고 있었고, 달리 손해의 인식이 없었다고 볼 사정도 없으므로 해의가 추정된다.
결론
丙에게 해의가 추정되므로, 丙이 '손해의 인식이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乙은 원인관계 소멸이라는 어음상 인적항변을 제출하여 丙에 대한 어음금 지급을 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