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1) 甲은 평소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 A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후배 乙에게 A의 집에 불을 질러 A를 살해해 달라고 사주하였다. 이를 승낙한 乙은 A가 자고 있는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으나 집 천장까지 불길이 붙자 놀라서 도망하였고, A는 출동한 소방대에 구조되어 다친 곳은 없었다.
(2) 乙은 위 (1)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사법경찰관 P1에게 금품을 주어 형사처벌을 면하기로 마음먹고,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 B에게 딸의 수술비 명목인 것처럼 말하여 3천만 원을 빌렸다. 乙은 평소 P1과 친분이 있는 丙에게 사정을 말하고 3천만 원을 주면서 P1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동의한 丙은 위 3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임의로 소비하고 나머지만 P1에게 전달하였다.
(3) 甲은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한 Y시 소재 빌라에 거주 중인 임차인 C와 집수리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자 C를 쫓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甲은 乙에게 위 빌라 현관문에 자신이 구입하여 설치해 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사정을 알고 있던 乙은 이를 이행하였다.
설문
(1)에서 甲과 乙의 죄책은?
해설
쟁점
정범 乙의 방화·살인의 죄책과 그 미수의 형태(중지미수인지 장애미수인지), 그리고 교사자이자 피해자의 직계비속인 甲의 죄책과 관련하여 부진정결과적가중범인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와 존속살해죄의 죄수관계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164조(현주건조물 등 방화) ①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거나 사람이 현존하는 건조물 … 을 불태운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② …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250조(살인, 존속살해) ① 사람을 살해한 자는 … ② 자기 또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을 살해한 자는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형법 제33조(공범과 신분) 신분이 있어야 성립되는 범죄에 신분 없는 사람이 가담한 경우에는 그 신분 없는 사람에게도 제30조부터 제32조까지의 규정을 적용한다. 다만, 신분 때문에 형의 경중이 달라지는 경우에 신분이 없는 사람은 무거운 형으로 벌하지 아니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164조 · 제250조 · 제33조
검토
(1) 乙의 죄책
가. 현주건조물방화죄 — 기수
乙은 A가 자고 있는 현주건조물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놓았고 그 불이 집 천장까지 붙어 매개물을 떠나 목적물이 독립하여 연소하는 정도에 이르렀으므로, 현주건조물방화죄는 기수에 이른다(형법 제164조 제1항).
나. 살인의 미수 — 장애미수
乙은 A를 살해할 목적으로 방화하여 살인의 실행에 착수하였으나 A가 소방대에 구조되어 사망하지 않았으므로 살인은 미수에 그친다. 나아가 乙이 불길이 천장까지 붙자 놀라서 도망한 것은 자의에 의한 중지라고 볼 수 없어 중지미수가 아니라 장애미수이다.
대법원 1997. 6. 13. 선고 97도957 판결
장롱 안에 있는 옷가지에 불을 놓아 사람이 주거로 사용하는 건물을 불태우려 하였으나 불길이 치솟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물을 부어 불을 끈 것이라면, 자의에 의하여 중지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자의에 의한 현주건조물방화죄의 중지미수가 성립하지 않는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불길에 겁이 나서 끈 방화 → 자의성 ✗ → 중지미수 불성립
한편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형법 제164조 제2항)는 A가 사망하지 않아 성립하지 않고 그 미수범을 처벌하는 규정도 없다. 乙에게는 직계비속이라는 신분이 없으므로 보통살인미수죄(형법 제250조 제1항, 제254조)가 성립한다. 방화의 중지미수 자의성에 관한 이 판례는 제13회 제1문 3)·제12회 제2번 등에서도 출제되었다.
다. 죄수 — 상상적 경합
하나의 방화행위로 방화와 살인이 이루어졌으므로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살인미수죄는 상상적 경합관계에 있다.
(2) 甲의 죄책
甲은 乙에게 A의 집에 불을 질러 A를 살해할 것을 사주하여 현주건조물방화와 존속살해를 교사하였다. 甲은 피해자 A의 직계비속이어서 존속살해의 신분자이므로, 형법 제33조 단서에 따라 신분 없는 乙은 보통살인으로, 신분 있는 甲은 존속살해로 각 의율된다.
대법원 1996. 4. 26. 선고 96도485 판결
… 사람을 살해할 목적으로 현주건조물에 방화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로 의율하여야 하고 이와 더불어 살인죄와의 상상적경합범으로 의율할 것은 아니며, 다만 존속살인죄와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는 상상적경합범 관계에 있으므로, 법정형이 중한 존속살인죄로 의율함이 타당하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부진정결과적 가중범과 중한 결과에 대한 고의범간의 죄수
살해 목적의 현주건조물방화로 사망에 이르면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부진정결과적가중범)로 의율하고 존속살해죄와 상상적 경합이 되나, 사안에서는 정범 乙이 미수에 그쳤고 현주건조물방화치사죄의 미수범이 없으므로, 결국 甲은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존속살해미수죄를 교사한 것으로서 그 상상적 경합범의 교사죄의 죄책을 진다. 존속살해·현주건조물방화치사의 상상적 경합에 관한 이 법리는 제15회 제5번 등 여러 회차에서 반복 출제된 빈출 판례이다(표준판례).
결론
乙은 현주건조물방화죄와 (보통)살인미수죄의 상상적 경합범의 죄책을, 甲은 현주건조물방화죄와 존속살해미수죄의 상상적 경합범에 대한 교사죄의 죄책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