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1문 4-1)
사례
(1) 甲은 평소 사이가 매우 좋지 않은 자신의 아버지 A를 죽여야겠다고 마음먹고, 후배 乙에게 A의 집에 불을 질러 A를 살해해 달라고 사주하였다. 이를 승낙한 乙은 A가 자고 있는 집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질렀으나 집 천장까지 불길이 붙자 놀라서 도망하였고, A는 출동한 소방대에 구조되어 다친 곳은 없었다.
(2) 乙은 위 (1) 사건으로 수사를 받게 되자 사법경찰관 P1에게 금품을 주어 형사처벌을 면하기로 마음먹고, 그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 B에게 딸의 수술비 명목인 것처럼 말하여 3천만 원을 빌렸다. 乙은 평소 P1과 친분이 있는 丙에게 사정을 말하고 3천만 원을 주면서 P1에게 전해 달라고 부탁하였다. 이에 동의한 丙은 위 3천만 원 중 2천만 원을 임의로 소비하고 나머지만 P1에게 전달하였다.
(3) 甲은 자신이 단독으로 소유한 Y시 소재 빌라에 거주 중인 임차인 C와 집수리 문제로 갈등이 발생하자 C를 쫓아내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甲은 乙에게 위 빌라 현관문에 자신이 구입하여 설치해 준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변경해 달라고 요청하였고, 그 사정을 알고 있던 乙은 이를 이행하였다.
설문
(3)에서 甲과 C가 사촌 관계라는 전제 하에,
사법경찰관 P2는 C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甲을 경찰서에 임의 출석시켜 조사하던 중 甲의 혐의를 인지하였다. 그러나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변명이 받아들여지지 않음을 느낀 甲이 화를 내면서 귀가하려고 하자 P2는 甲을 긴급체포하였다. P2의 甲에 대한 수사의 적법성을 논하시오.
해설
쟁점
甲과 C가 사촌이어서 권리행사방해죄가 (상대적) 친고죄가 되는 경우, ① C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甲을 조사한 수사가 적법한지, ② 자진출석하여 조사받던 甲을 귀가하려 하자 긴급체포한 것이 적법한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28조(친족간의 범행과 고소) ② 제1항 외의 친족간에 제323조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고소가 있어야 공소를 제기할 수 있다.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긴급체포) ① 검사 또는 사법경찰관은 피의자가 사형ㆍ무기 또는 장기 3년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는 경우에 긴급을 요하여 …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는 … 체포할 수 있다. …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28조 · 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검토
(1) 친고죄와 고소 전 수사의 적법성
甲과 C가 사촌인 경우 권리행사방해죄에는 친족상도례가 준용되어 상대적 친고죄가 된다(형법 제328조 제2항). 그런데 고소는 소추조건일 뿐 수사의 조건은 아니다.
대법원 2011. 3. 10. 선고 2008도7724 판결
법률에 의하여 고소나 고발이 있어야 논할 수 있는 죄에 있어서 고소 또는 고발은 이른바 소추조건에 불과하고 당해 범죄의 성립요건이나 수사의 조건은 아니므로, … 고소나 고발이 있기 전에 수사를 하였다는 이유만으로 그 수사가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고소·고발 전 수사의 적법성 여부
따라서 C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甲을 조사한 수사 자체는 위법하지 않다.
(2) 자진출석자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긴급체포는 피의자가 중대한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고, 증거인멸 또는 도망의 우려가 있으며, 긴급을 요하여 체포영장을 받을 수 없는 때에 할 수 있다(형사소송법 제200조의3 제1항). 그런데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사람은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대법원 2006. 9. 8. 선고 2006도148 판결
…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수사기관에 자진출석한 사람을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음에도 실력으로 체포하려고 하였다면 적법한 공무집행이라고 할 수 없고 …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자진출석한 자에 대한 긴급체포의 적법성 여부
甲은 스스로 경찰서에 임의 출석하여 조사를 받다가 귀가하려 한 것에 불과하여 도망의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긴급체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하였다. 따라서 P2의 긴급체포는 위법하다.
결론
C의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甲을 조사한 수사 자체는 적법하나, 자진출석한 甲에 대한 긴급체포는 그 요건을 갖추지 못하여 위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