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회(2025년) 변호사시험 형사법 사례형 제2문 2)
사례
(1) 주점을 운영하던 甲은 술을 마시고 귀가하려는 A의 가방 안에 현금 다발이 있는 것을 보고 종업원 乙과 공모하여 甲이 망을 보면 乙이 가방 안에 있는 현금을 훔치기로 하였다. 甲과 乙이 A를 미행하던 중 A가 공원 벤치에 앉자 甲은 근처에서 망을 보기 시작하였다.
乙이 A에게 몰래 다가가 A의 가방을 집어드는 순간 甲은 급한 전화를 받고 주점으로 돌아갔다. 가방이 없어진 사실을 알게 된 A는 근처에서 자신의 가방을 들고 공원을 막 나가려는 乙을 목격하였다. 이에 A가 乙을 100m 가량 쫓아가 어깨와 목덜미를 붙잡자 乙은 항거하기 위해 A를 넘어뜨린 후 발로 밟아 전치 6주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 사실을 모른 채 택시로 귀가하던 甲은 도착지에서 택시 기사 丙과 과다한 요금 문제로 시비가 붙었고, 이에 丙은 甲과 시비 끝에 경찰에 신고하였다. 현장에 출동한 경찰관 P는 요금 문제는 당사자끼리 원만히 해결하라는 조언을 하였다. 하지만 丙은 P가 너무 편파적이라면서 당장 甲을 파출소로 연행해 가라고 항의하였다. 항의가 받아들여질 기미가 보이지 않자 丙은 P의 직무집행이 위법하다고 생각하며 P를 밀어 넘어뜨렸다.
(2) 위 과정을 지켜보던 甲은 P에게 丙이 택시 안에서 자신을 강제추행했다고 진술하였다. P는 丙에게서 임의제출받은 블랙박스에서 甲에 대한 범죄사실을 알 수 있는 영상은 확인하지 못하였고, 다만 X, Y, Z에 대한 강제추행 장면이 녹화된 영상을 확인하였다. 그 후 P는 甲을 참고인으로 불러 피해진술을 영상녹화하면서 진술조서를 작성하였다. 또한 P는 甲 및 X, Y, Z에 대한 강제추행의 범죄사실로 丙의 주거지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압수할 물건: 위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가 있는 丙의 태블릿 PC, 휴대폰 등 정보처리장치, 정보저장매체 및 위 전자정보). P는 압수․수색영장을 가지고 丙의 주거지를 찾아갔으나 丙은 없고, 丙의 동거인인 C만 있었다. P는 C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한 후 선별 과정에의 참여 의사를 물어보았으나 C는 참여하지 않겠다고 답하였다. P는 丙 소유의 태블릿 PC에서 본건 범죄사실과 관련된 자료를 선별하여 이미징하고, 丙 소유 휴대폰에서 N 클라우드에 자동로그인이 되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들어가 보니 丙이 X, Y, Z를 강제추행하는 장면이 녹화된 파일을 발견하고 이 또한 압수하였다. 검사는 丙을 피해자 甲, X, Y, Z에 대한 강제추행으로 공소 제기하였다.
설문
(1)의 이탤릭체 부분을 '乙이 A에게 다가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뺏는 과정에서 등산용 칼을 들이대자 A가 황급히 도망가다가 T가 운전하는 차량에 들이받혔다. A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되었으나 의사가 수술을 지연하여 복막염으로 사망하였다'로 바꿀 경우 乙의 죄책을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의 관점에서 논하시오.
해설
쟁점
乙이 등산용 칼로 A의 재물을 강취하는 과정에서 A가 도망하다가 T의 차량에 들이받히고 나아가 의사의 수술 지연으로 사망한 경우, 乙의 강도행위와 A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 및 객관적 귀속이 인정되어 강도치사죄가 성립하는지가 문제된다.
근거 법령
형법 제338조(강도살인ㆍ치사) 강도가 사람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형법 제338조
검토
(1) 乙의 강도치사죄 성부
乙은 등산용 칼이라는 흉기를 들이대어 A의 재물을 강취하려 하였으므로 특수강도(형법 제334조 제2항)에 해당하고, 그 과정에서 A가 사망하였으므로 강도치사죄(형법 제338조)의 성부는 乙의 강도행위와 A의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 인정 여부에 달려 있다.
(2) 인과관계 — 상당인과관계
판례에 의하면 실행행위와 사망 사이에 다른 사실이 개입되어 그것이 사망의 직접적 원인이 되었더라도 그 사실이 행위자의 행위로부터 통상 예견할 수 있는 것이라면 인과관계가 인정되고, 폭행·협박을 피하려다 사상에 이른 경우에도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대법원 1995. 5. 12. 선고 95도425 판결
폭행이나 협박을 가하여 간음을 하려는 행위와 이에 극도의 흥분을 느끼고 공포심에 사로잡혀 이를 피하려다 사상에 이르게 된 사실과는 이른바 상당인과관계가 있어 강간치사상죄로 다스릴 수 있다.
— 대법원 판례 원문 · 표준판례: 결과적 가중범의 인과관계(피난행위와 인과관계)
사안에서 A가 乙의 칼을 피하려고 도망하다가 차량에 들이받히고 그 후 치료 과정에서 사망에 이른 것은, 강도의 피해자가 위해를 피하려다 사고를 당하는 것으로서 통상 예견할 수 있는 범위 내에 있으므로, 개입된 사고와 의사의 수술 지연에도 불구하고 乙의 강도행위와 A의 사망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된다. 개입사실과 인과관계에 관한 이 법리는 제12회 제17번·제11회 제6번에서도 출제되었다(표준판례).
(3) 객관적 귀속
인과관계가 인정되더라도 결과를 행위자에게 객관적으로 귀속시킬 수 있는지를 다시 검토하는 객관적 귀속이론에 의하면, 결과 발생의 과정이 지나치게 비유형적인 경우에는 귀속이 부정될 수 있다. 그러나 강도 피해자가 도주 중 교통사고를 당하고 치료가 지연되어 사망하는 것은 지나치게 비유형적인 결과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객관적 귀속도 인정된다.
결론
乙의 강도행위와 A의 사망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인정되고 객관적 귀속도 부정되지 않으므로, 乙은 (특수)강도치사죄의 죄책을 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