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2024년) 변호사시험 공법 사례형 제1문 1)
사례
국회는 연금 재정의 건전성 확보를 위하여 2019. 10. 4. 「공무원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 법률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였다. 개정 법률안에는 퇴직연금수급자가 선출직 지방공무원에 취임한 경우 그 재직기간 동안 퇴직연금 전부의 지급을 정지하는 규정과 이 법 시행 전에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사람에 대하여도 이를 적용하도록 하는 부칙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대통령 甲은 개정 법률안이 자신의 정책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2019. 10. 15. 국회에 법률안 재의를 요구하였다. 국회는 2019. 10. 30.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의 찬성으로 개정 법률안을 재의결하였다.
「공무원연금법」상 퇴직연금수급자였던 乙과 丙은 2018. 6.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각각 지방의회의원으로 당선되어, 2018. 7. 취임하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2020. 1. 20. 乙과 丙에게 개정된 법률에 따라 퇴직연금지급정지대상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통보하여 연금지급 거부의사를 표시하였다.
乙은 2020. 3. 30.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퇴직연금지급거부에 대하여 취소소송(이하 ‘이 사건 취소소송’이라 한다)을 관할 법원에 제기하였다. 乙은 이 사건 취소소송 계속 중 위 법률조항이 자신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하면서 변호사 丁을 선임하여 「공무원연금법」 제47조 제1항 제2호 및 부칙 제2조 제1항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하였으나, 2021. 4. 29. 그 신청은 기각되었다. 乙은 2021. 5. 6. 위 기각결정문을 통지받고 부칙 제1조를 추가하여 2021. 6. 1. 「공무원연금법」 제47조 제1항 제2호, 부칙 제1조 및 제2조 제1항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따른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참조조문
※ 유의 사항
아래 법령은 가상의 것으로, 이와 다른 내용의 현행 법령이 있다면 제시된 법령이 현행 법령에 우선하는 것으로 할 것
「공무원연금법」
제47조(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의 지급정지) ① 퇴직연금 또는 조기퇴직연금의 수급자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재직기간 중 해당 연금 전부의 지급을 정지한다.
2. 선거에 의한 선출직 지방공무원에 취임한 경우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2020. 1. 1.부터 시행한다.
제2조(급여지급에 관한 경과조치) ① 이 법 시행 전에 지급사유가 발생한 급여의 지급은 종전의 규정에 따른다. 다만, 제47조의 개정규정은 이 법 시행 전에 급여의 사유가 발생한 사람에 대하여도 적용한다.
설문
대통령 甲의 법률안 재의요구 사유의 헌법적 정당성에 관하여 판단하시오.
해설
쟁점
대통령 甲이 "자신의 정책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한 법률안 재의요구가 헌법상 정당한 재의요구권(법률안 거부권) 행사인지가 문제된다. 구체적으로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근거와 성격, 헌법이 규정하지 않은 실질적 요건(정당한 사유의 요부), 그리고 정책적 이의가 정당한 재의요구 사유가 되는지를 검토한다.
근거 법령
헌법 제53조 ② 법률안에 이의가 있을 때에는 대통령은 제1항의 기간내에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그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국회의 폐회 중에도 또한 같다.
③ 대통령은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 없다.
④ 재의의 요구가 있을 때에는 국회는 재의에 붙이고,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그 법률안은 법률로서 확정된다.
— 국가법령정보센터 · 대한민국헌법 제53조
검토
1. 재의요구권의 헌법적 근거와 성격
대통령의 법률안 재의요구권(거부권)은 헌법 제53조 제2항에 근거한다. 이는 국회에서 의결되어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에 대하여 대통령이 이의서를 붙여 국회로 환부하고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으로, 권력분립원칙 아래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권한 행사를 견제하는 제도적 수단이다. 그 성격은 법률안의 확정을 저지하는 조건부·정지적 권한에 지나지 않아,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재의결하면 법률로 확정된다(헌법 제53조 제4항).
헌재 2013. 9. 26. 2012헌라1 결정
… 재의요구 권한은 조례안의 완성에 대한 조건부의 정지적인 권한에 지나지 않으므로, … 재의결 전에는 언제든지 재의요구를 철회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런 법리에 따라 대통령이 1956. 10. 15. 귀속재산처리특별회계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철회하고, 1964. 12. 31. 탄핵심판법에 대한 재의요구를 철회한 전례도 있다.
— 헌법재판소 결정 원문 · 표준판례: 법률안거부권의 헌법적 성격
한편 대통령은 일부재의나 수정재의를 요구할 수 없고(헌법 제53조 제3항), 이의서를 붙여 법률안 전부를 환부하여야 한다(환부거부).
2. 재의요구의 실질적 요건(사유)에 관한 학설
헌법 제53조는 재의요구의 절차적 요건(15일의 기간, 이의서 첨부, 환부, 전부재의)만을 규정할 뿐, 어떠한 사유가 있어야 재의를 요구할 수 있는지 실질적 요건은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그 한계를 둘러싸고 견해가 나뉜다.
무제한설(자유재량설)은 재의요구권이 대통령에게 부여된 정치적 권한이므로 사유에 특별한 제한이 없고 대통령이 자유롭게 행사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정당사유필요설(통설)은 재의요구권의 남용을 방지하기 위하여 정당한 사유와 필요성이 있어야 한다고 보고, 그 정당한 사유의 예로 ① 법률안이 헌법에 위반되는 경우, ② 집행이 불가능하거나 예산상 뒷받침이 없는 경우, ③ 국가이익에 반하는 경우, ④ 특정인·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거나 행정부를 부당하게 압박하는 내용인 경우 등을 든다.
3. 정책적 이의가 정당한 재의요구 사유가 되는지
대통령은 법률을 집행하여야 할 행정부의 수반이므로, 정부로 이송된 법률안이 행정부의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되어 그 집행에 중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판단하는 경우, 정책적 관점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그 방법으로 재의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재의요구권은 바로 이러한 행정부의 대(對)국회 견제를 위하여 부여된 권한이므로, 정책적 관점의 이의도 정당한 재의요구 사유에 포함된다고 봄이 타당하다. 다만 정당사유필요설에 의하더라도 순전히 자의적이거나 정파적 이해만을 위한 재의요구는 권한의 남용으로서 그 한계를 벗어난다.
결론
甲은 개정 법률안이 자신의 정책과 반대된다는 이유로 재의를 요구하였는바, 이는 행정부 수반의 정책적 관점에서의 이의로서 정당한 재의요구 사유에 해당한다. 또한 甲은 법률안 전부에 대하여 이의서를 붙여 환부하는 방법으로 기간 내에 재의를 요구하여 절차적 요건도 갖추었다. 따라서 무제한설에 의하면 물론, 정당사유필요설에 의하더라도 甲의 재의요구는 헌법 제53조에 근거한 정당한 권한 행사로서 헌법적으로 정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