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다음 논쟁에 대한 분석으로 옳지 않은 것은?
갑 : 자유주의 사회의 시민 대다수는 사실적 행위인과성과 이에 기초한 법적 책임소재가 분명할 때에만 누군가에게 합당하게 의무를 부과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시민인 우리는 아프리카 등지에 사는 사람들의 재산을 강탈한 적이 없으므로 그들의 가난에 대해 책임질 일도 없다. 따라서 우리는 먼 나라의 빈곤을 감축하는 데 일조해야만 한다는 막연한 느낌 때문에 불편해할 이유가 없다. 자유주의 사회의 도덕은 최대의 '자선'을 장려하는 적극적 도덕이 아니라 행위를 규제하는 최소의 공리로서 '가해금지의 원칙'에 충실할 것을 요구하는 소극적 도덕을 근간으로 한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가해행위에 대한 사죄의 차원을 넘어선 적극적 자선은 자유주의적 개인에게 가외의 기특한 행동으로 여겨질 수는 있어도 보편적 승인과 준수를 요하는 의무일 수는 없다.
을 : 분명한 행위인과성과 이에 기초한 책임소재에 입각하여 부과된 의무만이 구속력을 갖는다는 견해는 정당한 근거도 없이 유지되어 온 윤리적 통념에 불과하다. 이 통념의 영향권을 벗어나면 윤리적 책임은 힘의 기능이라고 생각할 여지가 분명히 존재한다. 다시 말해 윤리적인 책임의 본래적인 대상은 적법한 발언권과 로비력을 가진 강하고 자립적인 주체가 아니라 권리를 주장할 힘조차 없는 무력하고 의존적인 주체이며, 이 작고 무력한 주체에 대한 크고 유력한 주체의 윤리적 반응이 바로 책임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 무력한 주체를 무력하게 만든 장본인이 내가 아니라는 사실은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그보다 더 크고 유력한 나와 같은 사람들이 그를 돕지 않으면 그는 어쩔 수 없이 죽게 된다는 사실뿐이다. 우리는 이 확장된 책임의 개념으로 동등한 법적 지위를 전제로 한 기존의 협소한 의무 개념을 극복하고 지구적 양극화 시대의 인간 존엄을 바로세우기 위한 의무론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가야 한다.
- 을은 어떤 윤리적 기준에 많은 사람이 찬성한다는 것과 그것이 옳다는 것은 각기 다른 문제라고 볼 것이다.
- 을은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부자 나라는 나중에 어려울 때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에 도울 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
- 갑은 원조의 의무에서 핵심은 행위주체가 도와줄 수 있는 힘이 있느냐이지 그 외의 것은 부차적이라고 보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
- 을은 설령 가난한 나라가 과거 부자 나라에게 피해를 끼쳤다 하더라도 이것과 상관없이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를 도울 의무가 있다고 볼 것이다.
- 갑은 가난한 나라가 부자 나라로부터 도움 받기를 원하는지 아닌지와 상관없이 부자 나라는 가난한 나라를 도울 의무가 있다는 것에 반대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