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문
투표 참여에 대한 설명은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기 위해 치르는 비용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투표소가 거주지와 가깝거나 이동하기 쉬운 곳에 있을수록 유권자들이 더 쉽게 투표할 수 있다. 또한 투표 참여 비용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선거와 후보에 대한 정보를 획득하고 처리하는 비용++이다. 일반적으로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유권자들이 그렇지 않은 유권자들에 비해 더 열심히 투표에 참여하는 이유는 전자가 이러한 비용을 더 낮게 체감하기 때문이다.
선거일 날씨도 투표 참여를 결정하는 데 있어 비용의 구성 요소가 될 수 있다. 비가 오는 날에는 투표소에 가거나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는 것이 불편한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연구들은 궂은 날씨가 유권자가 투표하러 가는 것을 망설이게 한다는 데 동의한다. 다만 지금까지 학문적 관심의 초점은 궂은 날씨로 인한 비용 증가가 실제로 투표율을 낮출 만큼 큰 문제인가에 맞춰져 왔다. 어떤 학자들은 날씨가 유발하는 비용 증가는 미미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학자들은 작은 불편으로 인한 추가 비용도 상당수 유권자 사이에서 투표와 기권의 선택을 뒤바꿀 수 있다고 본다.
미국 대통령선거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주 단위에서 강수량과 투표율을 비교했을 때, 강수량이 평년보다 1인치 증가할 때 투표율은 약 2.4% 포인트 감소했다. 다만 이 연구는 ㉡++주별 강수량을 측정하기 위해 그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의 선거 당일 강수량을 대리지표(proxy)로 활용++했다는 점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교정한 다른 연구에서도 강수량의 증가가 투표율 감소를 가져온다는 증거가 제시되었다.
그런데 투표와 관련된 비용에는 투표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직접비용뿐 아니라, ㉢++투표에 참여하느라 다른 선택을 포기하는 데서 오는 기회비용++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투표 참여를 위해 근무 중 자리를 비워야 한다면, 근무하지 못하는 데서 발생하는 손해가 투표의 기회비용이 된다. 따라서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한국과 비교할 때, 미국 유권자들은 투표 참여를 위해 대체로 더 높은 기회비용을 지불하는 셈이다. 선거일을 공휴일로 지정하거나 사전투표제를 도입하는 것은 이러한 비용을 낮춰 투표율을 진작하려는 대표적인 제도이다.
투표 참여에 따르는 기회비용을 고려한다면, 날씨가 투표율에 미치는 영향력은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미국처럼 선거일이 공휴일이 아닌 경우 근무 시간 중에 투표해야 하는 직장인들이 치르는 기회비용은 비가 오건 오지 않건 유사하다. 만약 비가 와서 투표에 소요되는 시간이 늘어난다면, 기회비용 역시 증가하기 때문에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반면에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된 한국에서는 날씨에 따라 선택 가능한 대안이 달라질 수 있다. 날씨가 맑을 경우 야외 여가 활동을 계획하고 있는 유권자를 생각해 보자. 이들에게는 투표 참여로 인해 여가 활동에 제약을 받을수록 투표의 기회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에 투표 당일 비가 와서 여가 활동 대신 집에 머물게 될 경우, 투표의 기회비용은 날씨가 맑을 때보다 작아진다. 결과적으로 이런 유권자들은 맑을 때보다는 흐릴 때 오히려 투표 참여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투표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누가 투표하는가에 따라 선거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경쟁하는 미국 선거에서 "공화당원은 선거일에 비가 내리게 기도해야 한다."는 말이 종종 언급되곤 한다. 선거일에 비가 내리면 전체 투표율이 하락하는데, 이러한 참여 감소가 주로 주변부 유권자들(peripheral voters)의 기권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즉 선거일의 우천은 청년층, 유색 인종, 저소득층 등과 같이 애초에 투표 참여를 위한 비용을 지불할 의지와 능력이 약한 주변부 유권자들의 투표 장벽을 높이는 경향이 있다.
세대에 따라 정치적 지지가 엇갈리는 최근 한국의 선거에서는 연령대에 따라 선거 당일 날씨에 대한 반응이 다를 수 있다. 우선 궂은 날씨로 인한 투표의 직접비용 증가는 나이 든 유권자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나이 든 유권자일수록 젊은 유권자에 비해 이동에 더 큰 제약을 받기 때문이다. 날씨가 기회비용 구조에 미치는 영향력도 연령대에 따라 다를 수 있다. 나이 든 유권자보다는 젊은 유권자가 여가 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궂은 날씨로 인한 투표의 기회비용 감소는 젊은 세대에서 투표율의 증가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9. 윗글을 바탕으로 〈보기〉를 이해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 기〉
R맑음과 R비는 각각 날씨가 맑을 때와 비가 올 때 개인이 투표 참여로부터 얻을 수 있는 보상, B는 유권자의 지지 후보가 당선되었을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 P는 유권자 자신의 투표로 인해 지지하는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 S는 투표 행위 자체가 가져올 수 있는 만족감(심리적 효용)을 각각 의미한다. 그리고 DC와 OC는 각각 유권자가 투표하기 위해 부담하는 직접비용과 기회비용을 뜻한다. 결과적으로 R이 증가할수록 투표할 확률이 증가한다.
R맑음 = P×B + S − (DC맑음 + OC맑음)
R비 = P×B + S − (DC비 + OC비)
R맑음 − R비 = (DC비 − DC맑음) + (OC비 − OC맑음)
- 기존 연구에 따르면 DC비 − DC맑음은 양(+)의 값을 갖는다.
- 거주지 근처에 투표소가 추가로 설치된다면 DC비는 감소한다.
- R맑음 − R비 > 0이라면 선거일에 비가 올 때에는 투표할 가능성이 낮아진다.
- 선거일이 공휴일로 지정되면 OC비 − OC맑음은 음(−)의 값을 가질 수 있다.
- 일반적으로 미국에서 DC비 − DC맑음은 흑인 유권자가 백인 유권자보다 작게 느낀다.